cloudspotter
치즈 ◆ 프랑스 블루 도베르뉴 Bleu d'Auvergne 본문
영국에서도 맛본 적 있는 블루 치즈인데 어쩐 일인지 시식기를 쓰지 않았네요. 블루 치즈 애호가인 단단은 한국에 블루 치즈 종류가 다양해져 여간 신나는 게 아닙니다.
1845년에 프랑스 중남부 오베르뉴론알프Auvergne-Rhône-Alpes 지역 퓌드돔Puy-du-Dome 주의 치즈 장인 앙투완 루셀Antoine Roussel이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전통 치즈인데 창작한 사람의 이름과 선보인 연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루셀 씨가 치즈 숙성고에서 어떤 치즈들에는 푸른곰팡이가 생기고 향긋한 기분 좋은 향을 낸다는 걸 발견하고는 블루 치즈 만들기에 몰두합니다. 숙성시키는 동안 치즈 옆에 호밀빵을 놓아 두면 호밀빵에 똑같이 푸른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목격한 후 치즈에 인위적으로 숨구멍을 뚫어 산소가 드나들게 해주면 푸른곰팡이의 생성과 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934년에 프랑스 농림부가 제법을 인정하고, 1975년에는 AOC를 수여, 2009년에는 유럽연합국에 두루 통용될 수 있는 AOP[PDO] 인장을 새로 붙입니다. 제법은 록포르roquefort와 유사하나 록포르는 양젖을, 블루 도베르뉴는 소젖을 씁니다.
AOP 규정에 의해 생산은 콩딸Cantal과 퓌드돔, 그로부터 멀지 않은 몇몇 곳들Lot, Correze, Aveyron, Lozere, Haute Loire department에 한정됩니다. 20-25L의 원유로 지름 약 20cm, 높이 8-10cm, 무게 2-3kg의 원반형 완성품을 생산합니다. 여름과 가을의 산자락 풀을 뜯은 소의 젖으로 만든 것이 특히 맛있다고 합니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7개의 공장과 4개의 농가에서 생산한 것만 AOP 인장을 붙일 수 있으며, 원유는 약 3,500개 축산농가로부터 얻어 총 5,100톤 정도의 완성품을 생산합니다. 이 중 29% 정도가 외국으로 수출됩니다.
생산 방식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 가온처리한 생유 혹은 저온살균유를 30-34°C 로 데운 뒤
• 젖산발효균과 페니실리움 로끄포르티 박테리아를 원유에 섞고
• 응고효소rennet를 투입합니다.
• 일정 시간이 지나 알맞은 굳기의 응유curd가 되면 옥수수 알갱이와 헤이즐넛의 중간쯤 되는 크기가 되도록 잘라 주고 저어줍니다. 이 저어 주는 과정은 응유 조각에 얇은 막을 생성시켜 공기층에 의해 조각들끼리 서로 달라붙는 것을 막아줍니다. 프랑스어로 'coiffage'라는 용어를 씁니다.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한데, 이렇게 해야 푸른곰팡이가 잘 자라게 됩니다.
• 구멍 뚫린 성형틀에 응유 알갱이들을 담아 자체 무게에 의해 유장whey이 빠져 나가도록 합니다. 유장이 고르게 빠질 수 있게 아래 위를 몇 번 뒤집어줍니다.
• 성형틀에서 꺼내 소금으로 표면을 문질러주고[dry salting]
• 이틀이 지나면 쇠꼬챙이로 치즈에 숨구멍을 뚫어 줍니다. 산소가 드나들어 푸른곰팡이가 자랄 수 있게 됩니다. (영국의 스틸튼은 6주째에 이 과정을 해줍니다.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블루 도베르뉴는 스틸튼보다 훨씬 어린 치즈입니다.)
• 7–9°C 되는 숙성실에서 최소 4주 정도를 숙성시킨 후
• 알루미늄박aluminum foil에 싸 산소를 차단시킨 뒤 출하 전까지 냉장 창고에서 보관합니다.
포장에 있던 정보를 옮겨 봅니다.
• 식품유형: 자연치즈 [반경성 치즈]
• 살균여부: 72˚C에서 15초 이상 살균 [아티잔 생산품은 생유 사용]
• 제조원: Les Fromageries Occatanes
• 원산지: 프랑스
• 내용량: 125g (430kcal)
• 원재료명: 우유, 정제소금, 젖산배양균, 렌넷, 염화칼슘, 페니실리움 로끄포르티
100g당
• 열량: 340kcal
• 나트륨: 1,040mg (소금 2.5g)
• 탄수화물: 2g 중 당류 1g 미만
• 지방: 28g 중 트랜스지방 0.2g, 포화지방 20g, 콜레스테롤 70mg
• 단백질: 21g
양젖 치즈인 록포르roquefort와 많이 닮았습니다. 이건 소젖 치즈라서 속살paste이 상아색을 띤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푸른곰팡이도 록포르처럼 밀알 크기에서부터 옥수수알 크기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구멍 속에 자라 있습니다. 프랑스 블루 치즈의 특징입니다. 영국 블루 치즈는 이런 뻥뻥 뚫린 구멍 없이 혈관이나 잎맥, 또는 대리석 무늬처럼 촘촘하게 퍼져 있죠.
완성된 치즈의 겉rind은 물기 없이 깨끗하며 연회색을 띠지만 수퍼마켓에 보내는 것들은 어린 치즈라서 유통 중 수분이 많이 빠져 나와 멀리 보낼 때는 꼭 이렇게 방수가 되는 플라스틱polystyrene 용기에 담아 출하시킵니다. 전문 치즈 가게에는 좀 더 숙성된 것을 보내고 매대에 놓인 다른 치즈로 푸른곰팡이가 옮겨 붙지 않도록 알루미늄박에 싸서 출하시킵니다.
치즈에서 빠져 나온 물이 흥건해 이 상태로는 치즈보드나 접시에 올리기가 곤란합니다. 이 물에서 유쾌하지 않은 잡내도 많이 나고요. 생수로 한 번 헹군 뒤 키친 타월로 물기를 닦아 제공하면 좋습니다.
치즈가 보송보송해졌죠?
막걸리(이스트)향, 향긋한 꽃향, 된장향 등이 납니다. 프랑스 아니랄까 봐 향이 화사합니다.
그런데 맛에는 성깔이 좀 있습니다. 짠맛의 강도가 매우 세면서 쓴맛, 금속성 산미metalic tang가 나죠. 된장맛도 나는데, 공장제 대량생산 된장이 아니라 집된장 같은 흙맛earthy이 납니다.
그래도 향기롭고 달아 맛이 좋은 편입니다. 푸른곰팡이가 많은 부분을 씹으면 향기 진한 꽃을 씹는 듯합니다.
질감은 밀도 높고 단단하면서도 일단 씹으면 크림같이 부드럽게 녹으며 매끌매끌한 부분도 듬성듬성 섞여 있습니다. 먹을 때마다 맛 양상이 달라집니다. 블루 치즈의 매력이죠. 껍질쪽으로 갈수록 수분이 적어져 단단하고 뻑뻑해집니다.
그런데 마트 측에서 보관을 잘 못 하는지 간혹 찌든 맛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귀국해서 몇 번 사 먹어봤는데, 찌르는 듯한 독한 맛이 날 때가 있었습니다. 오래 두면 푸른곰팡이가 늘어나 매워지니 매운 정도는 취향껏 조절해서 드시면 됩니다.
토스트 위에 얹어 식전주aperitif의 곁들이로 내기도 하고, 식후에 제공하기도 하며, 샐러드 드레싱으로, 파스타 소스로, 치코리chicory-견과류-생버섯 트리오와 함께 내기도 합니다. 어울리는 술로는 'Jurançon', 'Saint Croix du Mont', 'Monbazillac', 리슬링, 소비뇽 블랑 등 스윗 디저트 와인과 스트롱 로버스트 레드 와인을 많이 꼽습니다. 이 치즈를 기념하기 위한 연례 행사도 열립니다. ■
'세계 치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리 트러플 Brie aux Truffes (5) | 2022.09.15 |
---|---|
고다 하우다 (Gouda) 란다나 (Landana) 천일 숙성 (1000 Days Aged) (4) | 2022.04.29 |
고다 하우다 (Gouda) 빔스터 베임스터르 (Beemster) 코스트코에서 산 20개월 숙성 블랙 라벨 (7) | 2022.04.29 |
한국인의 치즈 사랑 (8) | 2022.04.26 |
치즈 ◆ 프랑스 푸름 당베르, 푸르메 동베르 Fourme d'Ambert (2) | 2021.11.28 |
치즈 ◆ 프랑스 생 제르맹, 쌍 제르망 Le Saint Germain (0) | 2021.08.13 |
치즈 ◆ 프랑스 숌므 르 크레미에, 숌 Chaumes Le Crémier (2) | 2021.08.04 |
치즈 ◆ 프랑스 리바로 Livarot AOP (4) | 2021.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