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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인의 내공 - 얀 쿠브레 (Yann Couvreur) ① 냉장 쁘띠 갸또 본문
▲ 메르베이유 merveille ₩9,000 €6.50
"초콜릿 무스와 헤이즐넛 프랄리네가 어우러진 달콤하고 고소한 케이크."
헤이즐넛(터키), 다크 초콜릿(벨기에), 유크림(국산).
모양도, 맛도, 질감도 훌륭. 과연 이 집의 '시그너춰'답습니다.
지난 겨울,
권여사님 댁에 놀러 갔다가 티타임에 '포스'가 남다른 쁘띠 갸또petit gâteau를 대접 받았습니다.
귀국 후 그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 봐서 깜짝 놀랐죠.
"이 맛있는 건 대체 뭡니까?"
"어, 얀 쿠브레."
곧바로 검색.
☞ 프랑스의 유명 빠띠쓰리인데 한국에 다 들어왔더군요.
저만 모르고 있었나 봅니다.
우리 권노인이 자식도 많고 조카도 많아 한국과 외국의 '힙'하다는 건 죄 진상 받으셔서 음식 내공이 상당하십니다. 촌스러운 이 여식은 최신 식문화를 권여사님 댁 가서 접해요. 만날 '엄마 이거 뭐예요? 엄마 저거 뭐예요?' 하다 오죠.
▣
▲ 파리 브레스트 Paris Brest ₩10,400 €7.50
"파리-브레스트 왕복 자전거 경주를 기념해 만든 디저트.
견과류의 고소함, 캬라멜의 달콤함, 버터의 묵직한 풍미의 조화."
우유(국산), 설탕, 헤이즐넛(터키), 버터(뉴질랜드).
▲ 아즈텍 Az'teck ₩7,600 €5.50
"스트로이젤의 바삭함과 캬라멜 초콜릿 무스의 부드러움이
통카빈 특유의 향과 잘 어우러지는 디저트."
유크림(국산), 다크 초콜릿(프랑스산), 설탕, 밀가루(프랑스산).
▲ 타르트 이자티스 Tarte Isatis ₩9,700 €7.00
"부드러운 화이트 무스와 달콤한 캬라멜 피칸, 바닐라 블루로
새하얀 북극여우 느낌을 표현한 디저트."
유크림(국산), 피칸 반태(미국), 버터(프랑스), 아몬드(미국), 아몬드 분말(미국),
바닐라 빈(마다가스카르), 바닐라 블루(프랑스).
셋 다 맛 진하고 질감 관능적.
제가 하도 맛있어 하니 권여사님,
"돈 줄 테니 다음에 올 때 먹고 싶은 거 다 사 와 봐라" 하셔서 냉장 매대에 있는 거 다 사 갔습니다. ㅋ
저 아시죠? 메뉴에 있는 건 다 먹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적은 경험으로 속단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본점은 마포구 연남동에 있고, 저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분점으로는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 식품관이 있길래 들러서 냉장 매대에 있는 단것들은 다 샀습니다. 본점에는 종류가 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프레지에 Fraisier ₩18,500 [한국에만 출시]
"새콤달콤 신선한 딸기가 부드러운 크림 안에 쏙쏙,
얀 쿠브레만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딸기 케이크."
딸기(국산), 우유(국산), 버터(뉴질랜드), 계란(국산), 딸기 퓨레(프랑스), 레몬(미국), 라임(멕시코).
딸기 수출로 유명해진 한국에만 출시했다는 제품인데 제 입맛에는 좀 싱겁고 밋밋합니다. 영국에서 하도 새콤달콤 강렬한 맛의 딸기 디저트들을 먹다 와서 그런 거지요.
▲ 타르트 시트롱 베르 Tarte Citron Vert ₩7,600 €5.50
"얀 쿠브레 코리아 런칭을 기념해 한국의 재료로 만든 특별 메뉴.
라임 무스와 깻잎으로 상큼함이 돋보이는 타르트."
라임 퓨레(프랑스), 버터(뉴질랜드), 설탕, 밀가루(프랑스), 깻잎(국산), 라임(멕시코).
집에서 만들어 먹는 레몬 제과나 레몬 디저트에 필적하는 폭탄 같은 신맛이 납니다. 씨트러스 산미 좋아하는 저한테는 잘 맞는데 다른 분들께는 많이 실지 모르겠습니다. (서양인들은 한국의 깻잎이 민트 같다고 여깁니다. 실제로 같은 꿀풀과입니다.)
▲ 슈케트 크렘 바니유 Chouquettes ₩9,000 €6.50 [6개]
"은은한 오렌지꽃향이 나는 바닐라 크림이 듬뿍 들어간 달콤하고 식감이 재미있는 디저트."
밀가루(프랑스), 우유(국산), 유크림(국산), 바닐라 빈(마다가스카르), 바닐라 블루(프랑스).
가성비 좋네요. ㅋ 크기가 작아 식후 여럿이 모여 커피 마실 때 이거 사서 하나씩 나눠 먹으면 좋겠습니다. 바닐라 빈 박힌 맛있는 크림이 꽉 차 있습니다.
▲ 에끌레르 Eclair Chocolat Baileys ₩8,300 €6.00
(쵸콜렛 바처럼 생긴 길죽한 것)
"고전 에끌레르를 얀 쿠브레 스타일로 재해석한 디저트로 베일리스 럼 향이 가득."
유크림(국산), 밀크 초콜릿(벨기에), 전란액(국산), 베일리스(아일랜드).
에끌레어는 사진을 미처 찍지 못 했으니 매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시간 지나면 종잇장처럼 질깃해지는 슈 껍질을 없애서 저는 더 좋네요. 맛이 진하고 질감이 부드럽습니다.
* * *
얀 쿠브레의 냉장 쁘띠 갸또들은 권여사님과 다쓰 부처 입맛에는 맛있었습니다. 좋은 재료들을 아낌없이 써서 진한 맛이 나는데 뒷맛은 매우 세련됐습니다. 질감도 관능적이고요. 내 돈 내고 사 먹었으면 '피 같은 내 돈' 하며 꼬장꼬장 따지고 들었을 텐데 돈 한푼 쓰지 않고 얻어먹은 거라서 맛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ㅋ
크림과 쵸콜렛 위주라 상온에서 금방 무너져 내리는 게 흠이긴 합니다. 장거리 이동 후 포장 끄를 때 조심해야 하죠. 저 잘생긴 쵸콜렛 에끌레어는 포장을 끄르니 곤죽이 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지 못 했습니다. 파리 브레스트도 막 주저앉기 시작했고요. 딸기 케이크도 크림이 녹기 시작해 빳빳한 아세테이트 필름을 벗기니 필름에 딸기편이 주루룩 들러붙어 떨어져 나와 순식간에 미워졌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식탁이 마련돼 있는 마포구 연남동 본점이나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분점에 가서 드세요.
다음에는 이 집의 식사용 짭짤한 파이류와, 크화썽croissant 같은 비에누와즈리viennoiseries, 파운드 케이크들을 맛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생활 수준이 많이 높아지긴 한 모양입니다. 외국 유명 맛집들이 속속 들어오고, 유학하고 돌아온 실력 있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당분간 여행 가기 힘드니 맛있는 거나 골라 사 먹고 집에 얌전히 있어야겠습니다. 지도하는 학생들 중에 확진자가 늘고 있어 (백신을 3차까지 다 맞긴 했지만) 면역력 약한 이 늙은 선생은 염려가 됩니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카르페 디엠 해야죠 뭐. ■
- 7개월 후 추기 -
2022년 11월 25일 여의도점에서 맛본 신제품 3종.
사진은 근사하게 나왔으나 셋 다 못마땅.
▲ 몽블랑 만다린 Mont Blanc Mandarine ₩11,000 €8.00
"고전 몽블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럼과 밤의 향이 조화로운 크림과 제주도 귤로 만든 마멀레이드가 포인트."
가공유크림(독일), 자연치즈(이탈리아), 내피밤감로자(밤: 국산), 귤(국산), 만다린퓨레(프랑스), 오렌지제스트(스페인).
공기 잔뜩 머금은 크림만 먹다 끝난 느낌입니다. 싱거워요. 돈 아깝습니다.
▲ 피어 아몬드 Entremet Poire & Amande ₩11,000 €8.00
"과즙이 풍부하고 청량감이 있는 국산배와 아몬드의 고소함이 조화로운 무스케이크."
가공유크림(독일), 배퓨레(프랑스), 배(국산), 아몬드시럽(말레이시아), 아몬드분말(미국), 아몬드(미국).
볶은 아몬드의 고소한 맛이 아닌 생아몬드의 체리 같은 맛이 나는데 설명 바꿔야 할 듯. 역시 공기 잔뜩 머금은 크림만 먹다 끝난 느낌. 싱거워요. 이것도 돈 아까웠습니다. 진한 맛으로 유명한 얀 쿠브레 아니었나요. 왜 이렇게 망가졌나요.
▲ 플랑 바닐라 Flan à la Vanille ₩6,300 €4.50
"바삭하고 버터 풍미 가득한 크러스트와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이 조화로운 프랑스식 디저트."
우유(국산), 가공유크림(독일), 설탕, 전란액(국산), 바닐라빈(마다가스카르, 프랑스), 바닐라빈파우더(마다가스카르).
질기고 너무 찐득거려 커틀러리를 써서 잘라 먹을 수가 없습니다 젤라틴을 너무 많이 넣었거나 냉장고에 너무 오래 두어 굳혔거나, 둘 중 하나란 뜻인데, 일류 디저트 집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요. 용기째 굳히지 않고 자립식으로 내려니 어떻게든 단단하게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식감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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