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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 선릉역점 - 던킨 도너츠 열전 Dunkin Donuts Doughnuts 본문
(가로로 긴landscape 사진들은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 분홍색으로 표시한 대로大路가 테헤란로. 강남역에서 삼성역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검은점(●)으로 표시한 곳이 <던킨> 선릉역점.
블로그 이전 후 첫 음식글로는 무얼 쓸까 궁리하다가 지난 3월 초부터 7월 말까지, 5개월간 모은 집 근처 던킨 매장의 도넛과 간단한 끼닛거리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종류가 많아 사진 보시는 동안 행복해질 거예요.
다들 'guilty pleasure' 음식 중 으뜸 가는 것으로 무얼 꼽으시렵니까.
저는 글레이즈드 도넛과 밀크 셰이크요. 심지어 글레이즈와 필링을 동시에 쓰면서 토핑까지 얹은 도넛도 다 있더군요. 지난 달에 사 마셨던 <셰이크 섁Shake Shack>의 밀크 셰이크는 열량 높은 셰이크 위에 휘핑한 크림까지 얹어서 냅니다.
'웰빙' 바람으로 도넛의 인기가 시들해져 <던킨>이 고육책으로 상호에서 'Donuts'를 빼고 샐러드와 음료에 공을 들이던 때도 있었으나 사람들이 다들 건강하게 먹는 일에 지쳤는지 도넛이 인기를 다시 찾는 듯 보입니다. 이제는 던킨말고도 여러 브랜드의 도넛 가게들이 눈에 띄네요.
☞ 새단장을 했다길래 지나가는 길에 궁금해서 들어갔던 게 화근, 종류가 많아 단단 특유의 '다 먹어보고야 말겠다' 병이 또 도져 버렸지 뭡니까. 하...
제가 던킨 도넛을 즐기질 않습니다.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몇 번 맛보고는 질감도 맛도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20년 가까이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새단장하느라 공사하는 걸 오며가며 지켜보다보니 다 꾸미고 난 매장도 궁금, 그새 도넛은 또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궁금해지는 겁니다.
들어가자마자 곡면으로 된 대형 LED 패널에 냉장 샐러드와 샌드위치 매대가 떠억.
요즘은 도넛 집도 이렇게 화려해야 하나 봅니다.
(5개월에 걸쳐 찍은 사진들이라서 가격은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종류별로 다 맛봤는데 평범합니다. 이런 랩 종류는 항상 끝자락에 소filling 없이 또띠야만 뭉쳐 놓은 부분이 너무 커서 보기만큼 실하고 맛있지가 않습니다. 그 부분은 아예 띠지로 가려 놓았네요.
냉장 랩wrap 옆에는 냉장 샌드위치류.
와사비 크래미 샌드위치 (6,000원)
뭐, 게맛살을 와사비 마요네즈에 버무리고 레드 페퍼 채썬 것과 샐러드 잎 곁들인 맛입니다.
햄에그 샌드위치 (6,000원)
뭐, 겨자 도포한 빵에 존재감 하나도 없는 얇디얇은 햄 깔고 삶은 달걀에 샐러드잎 겹겹이 쌓고 채썬 적채 곁들인 맛입니다.
(이런 성의 없는 시식기가;;)
그릴드 치킨 샐러드 [녹색 띠] (7,000원)
콥 샐러드 [노란 띠] (7,000원)
푸실리 샐러드 [분홍 띠] (7,000원)
단호박 & 리코타 샐러드 [주황 띠] (7,000원)
이 샐러드들이 가관인데,
다채로워 보이는 재료들은 딱 표면에 보이는 얇게 깔린 것들이 전부이고 그 밑에는 별 영양가 없는 양상추iceberg lettuce 채썬 것만 잔뜩 들었습니다. 집에 와 큰 사발에 엎어서 담아 보고는 어이 없어 한참을 웃었습니다.
냉장 샐러드 매대를 지나면 도넛 매대가 본격 펼쳐집니다. 근사하죠? 클릭하면 원본 사진 팍팍 띄워주던 다음 블로그 기능이 없어서 아쉬워요. 아주 큰 사진으로 올렸는데 이렇게밖에 못 보네요.
내 취향에 꼭 맞지는 않더라도 단 간식거리를 모듬으로 선물 받으면 일단 행복감을 느끼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 던킨 도넛 모듬은 항상 'underwhelmed'란 말이죠.
어쨌거나 20년이 지났으니 제 입맛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도넛의 품질이 좋아졌을 수도 있어 눈 질끈 감고 다시 도전해봅니다. 5개월 동안 매대에 있는 거 차근차근 다 맛봤었습니다. 사진 나갑니다. (→ 의지의 한국인 또.)
빅 소시지롤 (3,900원)
소세지도 단단한데 피皮도 너무 단단. 커서 한 개 다 먹고 나면 배가 많이 부르고 턱도 얼얼합니다. 피가 소세지에 밀착되지 못 하고 쏙 분리됩니다. 소세지 맛은 괜찮습니다. 소세지가 많이 단단하니 피라도 영국 소세지롤처럼 좀 더 '파삭flaky'거리든지, 한국 고로케 스타일로 좀 더 푹신하든지 해야겠습니다. 던킨의 짭짤한 맛 페이스트리·도넛류 제품 중에서는 이게 가장 낫습니다.
치즈스틱 킹 (3,700원)
던킨에서 가장 맛없고無味 존재 이유를 모르겠는 제품. 값을 천원으로 매겨 놓아도 사 먹지 않을 맛입니다. 조미 안 된 두꺼운 튀긴 빵에는 싱거운 모짜렐라풍 치즈 스틱을 채울 게 아니라 체다 같은 풍미 짙은 하드 치즈로 맛을 냈어야 합니다. 빵에 조미를 더 하든지요.
교촌 허니 도넛 (1,900원)
교촌 레드 도넛 (1,900원)
7월 중순부터 선보인 닭다리 모양의 양념치킨맛 도넛. 장안의 화제죠. 지극히 한국스러운 양념치킨 시즈닝 맛을 충실히 재현했습니다. 한입 먹고 껄껄 웃었어요. 재미로 한 번쯤 먹어볼 만합니다. 닭육숫가루 조미료 맛에 한국식 떡꼬치 토마토 고추장 양념 맛이 더해집니다. 교촌 레드 도넛 쪽이 조미료 맛이 훨씬 노골적이고 살짝 매콤합니다. 둘 다 윗면에만 양념을 발랐고 바닥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속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으나 아침 8시 전에 사 먹었더니 빵이 촉촉하면서 폭신폭신 가볍게 씹혀 술술 잘 넘어갑니다. 도넛 집어들었던 손에서 '이금기 치킨 파우더' 향이 오랫동안 납니다.
콘치즈 브런치 도넛 (3,500원)
윽, 촌스러운 맛의 단짠. 너무 달아요. '고로케'류는 이 집보다는 고로케 전문점인 <송사부> 것이 낫습니다.
에그 브런치 도넛 [냉장] (3,500원)
여기 고로케들 다 맛없어요. 발효 풍미 하나 안 나는 튀긴 밀가루 덩이에 불과, 설상가상 반 갈라 속살을 공기에 노출시켜 놓아서 빵이 너무 건조합니다.
추억의 샐러드 도넛 [냉장] (3,500원)
이것도 빵에서 좀 더 발효 풍미가 나고 보다 묵직하게 씹혔으면 좋겠습니다. 빵맛과 식감이 약해 빵집들의 '사라다빵'만 못합니다. 빵가루의 '크런치'함이 채소의 '크런치'함을 상쇄해 식감 대비도 살질 못 합니다. 도넛 집이 제 전문이 아닌 음식을 구색 갖추기용으로 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지요. 짭짤한 빵들은 던킨말고 빵집 것을 사 드세요.
도넛 진열대 옆으로는 유리를 댄 개방 주방이 있어 뜨겁게 데워 내는 음식들과 소세지롤, 크림 샌드위치 도넛 등은 이 안에서 데우거나 제조를 합니다. '공장제 완제품만 납품 받지 않고 우리 점포에서 직접 완성하기도 한다오.' 광고하는 건데, 실제로 매출에 영향이 있다고 합니다. 강남역점이 이 '라이브' 매장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죠.
지금부터는 주방에서 데워 내는 것들을 소개할게요.
우선, 앉아서 먹는 자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삼성역 사이, 테헤란로 대로변에 있는 매장인데 주중에는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노인들이나 어린 아이를 동반한 젊은 아빠들이 많이 옵니다. 의자 등받이 좀 보세요.
베이컨 에그 잉글리쉬 머핀 (4,000원)
너무 부실해요. 잉글리쉬 머핀, 치즈, 달걀, 베이컨, 이 네 요소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맛을 못 냅니다. 특히 머핀은 고소한 맛도, 산미도, 웅숭깊은 발효 풍미도 안 나고, 떡같이 질긴 식감만 있을 뿐입니다. 머핀에서 이런 식감이 나서는 안 됩니다. 소filling로 쓰인 재료들은 하도 얇고 크기도 작고 맛도 희미해 빵만 씹다가 일이 끝납니다.
☞ [영국음식] 잉글리쉬 머핀
오리지날 핫도그 (4,400원)
비프칠리 핫도그 (4,400원)
조리실에서 새로 '조립'해 따끈하게 데워 내줍니다. 둘 다 맛은 무난한데 코스트코의 2천원짜리 큼직한 핫도그가 생각 나 이 돈 내고 사 먹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먹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콰트로 치즈 크로크 무슈 (4,700원)
위의 잉글리쉬 머핀보다는 맛이 좀 더 진하긴 한데, 이것도 부실합니다. 재료를 너무 아껴 맛이 제대로 나질 않습니다. 햄 너비가 식빵 너비에 한참 못 미치면서 두께도 지나치게 얇아 존재감이 없어요.
쿠바노 치아바타 (6,000원)
쿠바 샌드위치의 변주인데 물에 빨아 한참 희석시킨 것 같은 맛이 납니다. 맛이 좀 더 진하고 강해야 합니다. 한국인들, 이제는 해외 여행 많이 다니고 현지 음식 경험이 많아져 음식 맛을 '한국식'으로 지나치게 희석해 내지 않아도 됩니다. 맛이 너무 밋밋해요.
로제핫치킨 치아바타 (6,000원)
파스트라미 치아바타 (7,000원)
이건 둘 다 맛은 있는데, 접시 오른쪽에 있는 저 '로제핫치킨 치아바타'의 로제핫치킨 양 좀 보세요. 주재료를 빵의 1/3 너비만큼도 넣지를 않았습니다. 미국에 계신 블친 분들의 사진을 보면 미국은 피짜든 샌드위치든 홋독이든 핵심 재료를 푸짐하게 넣거나 올려주는데 한국은 저렇게 재료 아까워 죽겠다는 듯 마지못해 넣는 시늉만 한 게 소비자 눈에 훤히 보여 늘 기분이 상합니다. 빵만 씹다가 일이 끝나요. 한마디로, 돈값을 못합니다. 버거킹에 가서 프리미엄 버거를 사 먹는 게 낫겠습니다. 하여간 도넛 집이 제 전공이 아닌 걸 억지로 내고 있으니 이 모양인 겁니다.
☞ "이 정도라니..." 스타벅스 6,700원짜리 샌드위치 내용물 보니
베이글도 다 팝니다. 전 종류 2,500원.
왼쪽부터 -
플레인
최근 사워도우로 반죽을 바꿨다는군요. 씹을 때 껍질에서 깨작깨작 경쾌한 소리가 나면서 온화하게 바삭거립니다. 식감도 좋고, 영국의 골든 시럽이나 한국의 조청을 연상케 하는 맛있는 단맛이 은은하게 납니다. 던킨 베이글 네 종류 중에서는 저는 이게 가장 맛있네요. 추가로 구매하게 돼 있는 작은 포장의 크림 치즈도 질 좋고 맛있으니 같이 사십시오.
깡빠뉴
통밀과 여러 종류의 견과류를 넣었는데 이것들이 내는 쓴맛을 감추려 단맛을 좀 많이 냈습니다. 식사빵으로 먹기에는 많이 단 느낌입니다. 간식으로 먹기에는 괜찮고요.
바질 페스토
바질 페스토 향과 맛이 제대로 납니다. 이태리 조제고기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
블루베리
인공 블루베리 향이 너무 강하고 너무 달아요.
아, 드디어 도넛 차례.
베리 스트로베리 도넛 (2,900원)
던킨 클래식이죠. 그런데 저는 이 던킨 클래식을 맛있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가 이 클래식 도넛 때문에 편견이 생겨 던킨을 좋아하지 않는데, 충전물jam도 반죽 부분도 좀 더 깊은 맛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매가리가 없어요.
먼치킨 10개 (5,000원)
이것도 그냥 그래요. 더 깊은 맛, 진한 맛이 나야 합니다. 그러니까, 단단은 잼 채운 도넛과 먼치킨 때문에 던킨을 그간 멀리했다는 건데, 이게 이 브랜드의 시그너처이자 클래식이잖아요. 그 말인즉슨 많은 이들이 애호하는 맛이라는 건데, 남들 맛있게 먹는 걸 혼자 맛없어 하니 결국 단단의 혀가 별나고 못됐다는 얘기죠. 외로움을 느낍니다.
에그 타르트 (1,500원)
포르투갈식 에그 타르트도 다 팝니다. 살면서 맛본 에그 타르트 중 가장 맛없었습니다. 맛이 너무 싱거워요. 도넛 집이 왜 능력도 안 되면서 제 전공도 아닌 식품을 억지로 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트에서 냉동 제품 사다 오븐이나 에어 프라이어로 데워 드세요. 요즘은 포르투갈에서 만든 걸 들여오죠. 훨씬 진하고 맛있습니다.
왕꼰대꽈배기 (3,500원)
작명이 재미있습니다. 이 제품은 새단장 기념 사은품으로도 주던 거라서 본의 아니게 여러 번 먹어봤는데, 땅콩버터 아이싱과 소보루 튀김에서 화학약품 비슷한 이상한 잡맛이 많이 나 먹을 때마다 머리 위에 물음표를 한가득 띄우게 합니다.
왕꼰대꽈배기 생산 공정. ㅋ
크게 띄워서 보세요.
시나몬 츄로넛 (1,900원)
무난.
허니 후리터 (1,800원)
'fritter'를 이렇게 표기한 걸까요?
은은한 계피향. 빵 밀도가 높으면서도 폭신하고 약하게 쫄깃거립니다. 표면에 씌운 설탕막이 제법 힘 있습니다. 식감이 좋은 편으로 어른들이 좋아할 시장통 고전 꽈배기맛에 가깝습니다. "도너츠 반죽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만든 허니후리터. 틈새 사이로 진한 벌꿀 시럽이 스며들어 울퉁불퉁할수록 맛있습니다."라고 광고하니 고를 때 염두에 두십시오.
던킨 카페모카롤 (1,800원)
커피맛이 물씬, 던킨 제품 중에서는 커피맛을 가장 세게 낸 제품입니다. 이것도 밀도 높으면서 폭신하고 살짝 쫄깃거립니다. 보기에는 말라 보이지만 커피 아이싱과 시럽이 골 사이로 스며 촉촉한 부분이 가끔씩 씹히고, 얇은 막의 아이싱은 서걱서걱 경쾌하게 씹혀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라이브 글레이즈드 도넛 [아래] (1,900원)
클래식 던킨 도넛 맛. 평범. 적당히 폭신, 적당히 쫄깃.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매운 기름 맛이 나겠습니다. 아슬아슬해요.
켈로그 우유 도넛 [위] (2,100원)
콘푸로스트 토핑. 빵 부분은 산패된 기름에서 나는 것과 같은 매운 뒷맛을 내고, 글레이즈는 석유와 신문지 잉크를 섞은 맛이 납니다. 인간이 섭취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맛이 나요. 내 혀가 잘못됐나 싶어 신중을 기하려 세 번이나 사 먹어봤는데도 그렇습니다.
라즈베리 글레이즈드 (2,500원)
색소를 많이 쓴 거라 꺼려질 수는 있겠는데 글레이즈에 베리맛을 잘 구현했습니다. 도넛과 글레이즈 모두 촉촉 사르르, 도넛 속에 크림까지 충전돼 있습니다.
소금우유 도넛 (2,100원)
2021년 6월에 '이 달의 도넛'으로 출시되었다가 인기 있어 자리잡은 도넛이라는데, 오, 이게 맛있네요. 저 세상 폭신폭신 쫄깃쫄깃 촉촉함입니다. 궁극의 구름빵이에요. 식감이 묘합니다. 도넛 속살crumb을 보니 색도 노랗고 조직이 얽힌 양상도 그렇고, 슈choux가 생각 납니다. 연유 아이싱의 향미도 훌륭합니다. 평범하고 심심하게 생겼지만 다쓰 부처와 권여사님이 한마음으로 애호하는 도넛입니다. 권여사님이 아주 좋아하셔서 댁에 갈 때마다 사 갑니다.
맘모스 도넛 (3,500원)
한국 제과점들의 히트 상품인 맘모스 빵을 모방했나봅니다. 맛있는데 맘모스 빵답게 열량이 많이 높습니다. 글레이즈와 토핑을 잔뜩 얹은 고리 모양의 도넛인데 그 안에 또 크림까지 충전을 해 놓았어요.
오레오 크림 도넛 (3,600원)
케이크나 셰이크에 오레오를 잘 쓰면 맛있는데 이 도넛의 경우엔 잘 못 썼습니다. 한입 깨물면 오레오 부스러기와 글레이즈가 함께 부서져 후두둑. 식탁 위가 난장판이 됩니다. 쿠키 조각이 입에 들어가는 것 반, 흘려서 버리는 것 반입니다. 맛도 식상하고 식감도 그렇고, 그냥 그래요.
핑크스타 도넛 (2,700원)
딸기 맛이 아닌 딸기 향만 납니다. 경쾌한 식감 대비를 주려고 색소 입힌 설탕confetti sugar과 쵸콜렛 단추를 얹은 걸 텐데 색소 설탕이 지나치게 딱딱해 마치 삶은 달걀 먹을 때 껍질 씹히는 것 같은 이물감을 냅니다. 글레이즈만 있으면 더 낫겠습니다만, 아이들을 위한 제품 같으니 아이들에게 인기 있으면 그만.
레인보우 팝스타 도넛 (2,700원)
쵸콜렛 글레이즈 덕인지 수분 증발이 덜 돼 생각보다 촉촉합니다. 별사탕처럼 보이는 것은 딱딱하지 않고 과자처럼 파삭거리며 잘 부서져 식감 대비가 재미있고, 쵸콜렛 맛도 제법 진해 아이들이 좋아하겠습니다. 위의 핑크스타 도넛보다는 낫습니다. 이것만 세 개를 사 가는 어느 젊은 아빠를 보고 제 마음이 다 들떴습니다. 도넛 사 들고 온 아빠 손 보고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서 달려들었을까요.
앙버터 도넛 (3,500원)
저것 보세요, 도넛을 저렇게 반 갈라 공기에 노출시켜 놓으니 오후에 사면 표면이 마르고 노화돼 뻣뻣하고 버적버적 씹힐 수밖에요. 버터도 물컹거리는데 팥까지 알갱이 하나 없이 같이 물컹거리니 식감이 형편없어요. 팥도 고소한 맛 없이 물엿 끈적거림과 단맛만 나는 저렴한 맛입니다. 요즘은 떡집, 빙숫집들이 팥을 얼마나 세련되게 잘 다루는데 이렇게 안이하게 팥을 다루고 있습니까. '앙버터'가 인기 있다니까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데, 이게 그중 최악입니다.
요거트 올드 훼션드 (1,600원)
올드 '훼'션드.
던킨의 주특기인 깨물면 가볍게 흩어지는 '케이크' 도넛의 정수. 기분 좋은 캬라멜향이 납니다. 겉에는 유산균 사균체가 들어갔다는 요거트 아이싱을 얇게 도포했습니다.
카카오 하니딥 (1,600원)
보기와는 달리 매우 촉촉.
참,
아이폰 사진기가 질감 표현을 제법 섬세하게 잘합니다. 이 사진을 클릭해 크게 띄워 놓고 질감을 관찰해보세요. 참고로, 제 폰은 '12 Pro Max'입니다.
블랙 홀릭 쿠키 앤 크림 (3,100원)
블랙 홀릭 (2,700원)
블랙 카카오 파우더로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검은색인 '벤타블랙'(Ventablack)'을 구현해보고자 했다는 제품. 4월 22일 출시. 블랙 홀릭은 블랙 카카오로 반죽한 링 도넛에 블랙 쵸콜렛을 코팅한, 많이 달지 않고 쌉쌀한 맛. 블랙 홀릭 쿠키 앤 크림은 쵸콜렛 소스와 화이트 쵸콜렛 소스를 동시에 채우고 쿠키 가루와 블랙 쵸콜렛을 코팅한 단맛 강한 도넛.
망고 코코넛 글레이즈드 (2,900원)
7월말에 선보인 글레이즈드 도넛.
저 단맛 매우 잘 견디는 사람인데도 글레이즈가 지나치게 다네요. 단맛을 줄이고 망고맛은 더 강하게 내야 합니다. 도넛 빵과 구운 코코넛 셰이브에 밀려 주제인 망고맛이 묻힙니다. 아침 8시 전에 갔더니 글레이즈가 아직 굳지 않았고 빵도 촉촉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찹쌀을 넣은 '츄이스티' 제품군.
일본 <미스터 도넛>의 2003년 출시작 '폰데링pon de ring'을 모방해 만들었다는군요. 식감이 다른 도넛들과 많이 다릅니다. 밀도 높고 쫄깃하면서 폭신거려 떡을 연상케 합니다. 씹는 맛이 있어요.
허니 오트 츄이스티 (1,900원)
달기만 하고 허니맛도 오트맛도 제대로 나질 않습니다. 개성이 없어요. 블친 더가까이 님 표현대로, 'texture'만 있고 'taste'는 없는 음식입니다. 이 집에서 가장 싼 도넛이긴 한데 이 돈값도 못 합니다.
흑임자 츄이스티 (1,900원)
이건 흑임자의 고소한 맛뿐 아니라 쓴맛까지 잘 살려서 맛있습니다만, 글레이즈가 좀 더 두꺼웠으면 좋겠습니다. 도넛 반죽에도 흑임자가 들었습니다.
제주말차 츄이스티 (2,300원)
글레이즈에서 'grassy'한 말차맛이 물씬 납니다. 다른 츄이스티들에 비해 특별히 더 '츄이'합니다. 이것도 글레이즈뿐 아니라 반죽에까지 말차를 넣어 빵에도 녹색이 납니다. 녹차맛을 한껏 잘 살렸으나 깨물 때마다 글레이즈가 부서져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니 드실 때는 그릇이나 손을 잘 받치고 조심히 드셔야겠습니다.
라벤더 츄이스티 (2,300원)
라벤더 특유의 매운 향과 맛을 생생히 잘 냈습니다. 아이싱이 글레이즈 도넛들처럼 좀 더 두꺼워도 좋겠습니다. 저는 이 맛이 개성 있고 좋았는데 비누향 같다고 싫어하는 한국인들도 많겠습니다.
크렘 브륄레 도넛 [냉장] (3,700원)
'깨드득'하며 먼저 설탕막이 깨진 뒤 푹신하게 씹히고 그 다음으로는 차가운 커스타드 크림이 입 안 가득 들어옵니다. 예상했던 맛이 나면서 무난합니다. 단단하게 굳은 설탕막 깨서 씹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소프트 우유크림 도넛 (3,000원)
반 갈라 크림 채운 냉장 도넛들 중에서는 그나마 이 제품이 가장 신선한 느낌인데 바탕이 되는 도넛은 여전히 산패된 기름에서 나는 것 같은 매운맛을 냅니다.
오렌지 크림 도넛 [냉장] (3,700원)
오렌지 맛과 향이 과합니다. 조금만 넣고 차라리 맛을 좀 더 쨍하게 해 악센트로 처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티라미수 크림 도넛 [냉장] (3,700원)
어후, 맛없어요. 성의도 없고요. 코코 분말 때문에 먹기도 힘들어요. 코코 분말이 입술에 온통 묻고 옷에도 막 떨어지니 밖에서 드시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맛이 어떠냐면요, 상상해 보세요, 수퍼마켓에서 가장 싼 공장제 식빵 사다가 가장 싼 식용유에 부친 다음 단맛 하나도 없는 코코 분말 뿌려 먹는 맛입니다. 충전물을 고르게 도포하지 않고 푸짐해 보이도록 앞쪽에만 몰아 넣으니 크림 없는 뒤쪽 먹을 때는 맛이 너무 없어요. 소비자가 먹기 직전 크림을 고르게 재배치해줘야 하니 번거로워요. 왜 이렇게 설계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에 뿌린 코코 분말도, 반죽 사이에 박은 얇디얇은 커피 시럽 층도, 맛을 잘 못 내서 옛날 약방의 조제 가루 감기약 같은 쓴맛만 납니다.
메뉴를 찍으려는데 직원분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사무실이 밀집한 테헤란로 대로변이라서 아침 시간부터 손님이 많은 모양입니다. 지금 이 사진 속에 있는 직원분 수만 해도 8명. 이보다 더 있었습니다. 출근하면서 들러 도넛과 커피, 혹은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가는 직장인이 많고, 주말에는 아이 데리고 오는 젊은 아빠들이 그렇게 많네요. 배달하시는 분들도 끊임없이 들어오고요.
던킨이 앞으로는 (몸에 나쁜 도넛보다) 커피와 음료에 더 신경 쓰겠다며 상호에서 'Donuts'까지 뺐는데, 커피맛은 무난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매장에 자기네 블렌딩 원두 몇 종류를 통원두, 핸드 드립용 백, 캡슐 등 다양한 형태로 늘어놓고 팝니다.
이렇게요.
- 이달의 도넛 -
2022년 3월의 도넛 - 초코에 반한 엔젤 도넛 (2,500원)
맛은 어떻든 간에 만듦새가 훌륭하지 않습니까?
알고 보니 의류 회사 <와릿이즌What it isn't>과의 협업 제품으로, 저 유령 같은 녀석이 바로 이 회사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맛은요, 네, 유치한 바나나향이 납니다만, 모양도 재미있고 맛도 괜찮았습니다. 도넛과 글레이즈가 한통속으로 촉촉 사르르.
4월의 도넛 - 로얄 밀크티 도넛 (2,100원)
저지우유로 반죽한 도넛에 우바홍차로 만든 밀크티 아이싱을 입힌 제품. 위의 소금우유 도넛과 질감은 같은데, 일본식 로얄 밀크티 분말 맛 반죽에 로얄 밀크티 분말 맛 아이싱입니다. 시판 분말 밀크티 맛 나는, 너무 달고 금방 질리는 맛입니다.
5월의 도넛 (1) - 피카츄 가라! 몬스터볼 (3,300원)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들용으로 포켓몬 시리즈 도넛을 대거 선보였었습니다. 지금이 7월인데 아직도 나와요. 포켓몬은 2030세대가 즐기던 거죠? 저는 모릅니다.
화이트 쵸콜렛 질감의 두텁고 부드러운 글레이즈, 속에는 라즈베리 잼. 바탕은 푹신푹신 가벼운 도넛. 맛 괜찮았습니다. 포켓몬 식품을 먹어 보다니요.
5월의 도넛 (2) - 배고픈 잠만보 (3,300원)
도넛 속에 쵸콜렛 필링을 듬뿍 채워 잠만보 얼굴을 표현했답니다. 맛은 그새 까먹었는데 기록을 안 해놓았어요. 맛있었으면 또 사 먹었을 텐데 한 번 먹고 만 걸로 보니 평범했거나 맛없었던 모양입니다.
5월의 도넛 (3) - 피카츄 옐로우 링 (2,100원)
오, 네가 피카츄로구나. 바나나 향료 듬뿍 쓴 식상한 맛 글레이즈에 모래알처럼 이물감 내며 씹히는 색소 코팅 설탕이 뿌려져 있습니다. 바탕이 되는 도넛은 폭신폭신. 화이트 쵸콜렛도 아니고 종이에 인쇄한 걸 꽂았어요. 성의 없이 날로 먹으려 든다 투덜거리려는 찰나, 아이들은 혹시 수집하기 좋다며 이걸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먹고 난 뒤 산패된 기름 매운맛 같은 게 느껴지면서 목이 매웠습니다.
6월의 도넛 (1) - 파이리 오렌지 글레이즈드 (2,900원)
또 포켓몬. 한국 던킨이 포켓몬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모양입니다. 오렌지맛이 희미합니다. 저 진한 색소를 감수하고 먹은 건데 보람이 없네요. 글레이즈에서 목표하는 맛이 제대로 안 나니 단맛만 도드라져 설탕 퍼 먹는 것 같습니다.
6월의 도넛 (2) - 푸린 피치 글레이즈드 (2,900원)
위의 것과 기본 빵은 같은데 이건 글레이즈에 복숭아맛을 제대로 냈습니다. 아침에 일찍 갔더니 글레이즈도 채 굳지 않았고 빵도 촉촉하면서 가볍게 폭신거려 도넛 먹으면서 신선함을 다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6월의 도넛 (3) 100만볼트 피카츄 (3,300원)
아, 피카츄가 전기 내는 녀석이었구나.
보나마나 바나나향 맛이겠지 했더니 역시나 바나나향 맛.
원 사람들, 상상력도 빈곤해라. 지금까지 이달의 도넛 노란색 나는 건 다 바나나향 맛.
바나나 향료의 아세톤 같은 매운맛이 너무 강합니다.
가운데가 뚫린 링 도넛으로, 던킨 도넛 특유의 수분감 있으면서 폭신폭신 기분 좋게 씹히는 식감입니다.
충전물 없는 맨빵인데 좀 비싸네요.
7월의 도넛 (1) - 알로라 나시와 코코넛 파라다이스 (2,500원)
야자수인 줄 알았더니 이것도 포켓몬 캐릭터라는데요?
어? 진짜 발 달려서 뛰어가고 있네?
야아, 나무가 조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지 뛰어다니고 있으면 어떡해?!
화이트 쵸콜렛 글레이즈에 구운 코코넛채를 복슬복슬 붙이고 안에는 노란색의 투명한 파인애플 잼을 채웠습니다. 구성 요소 맛이 제대로 진하게 나 맛있었습니다. '나시' 모양의 픽을 꽂아 휴양지 감성을 살렸다는군요.
7월의 도넛 (2) - 알로라 디그다 도넛 (3,500원)
쵸콜렛맛 물씬 나는 이달의 도넛.
캐릭터가 인쇄된 쵸콜렛 판, 쵸콜렛 글레이즈, 주르륵 흐르는 묽은 쵸콜렛 소스 필링.
도넛은 촉촉 폭신폭신.
맛있었어요.
▲ 20년 넘게 돈 쓸어 담는 중인 포켓몬 캐릭터.
이상, 3월 초일부터 7월 말일까지 저희 동네 매장의 것들을 거의 다 맛보고 소개해드렸습니다.
느낀 점
1. 곁다리들은 베이글 몇 개를 제외하고는 시원찮고, 도넛 집에서는 도넛이나 사 먹는 게 상책이겠습니다.
2. 20년 전에 비해서 도넛 반죽 부분의 식감이 굉장히 다채로워졌습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도넛의 세 가지 분류법 - (1) yeasted doughnuts (2) cake doughnuts (3) baked doughnuts - 보다 더 세분해야 할 것 같아요. 슈choux 반죽을 연상케 하는 것도 있었고, 찹쌀을 넣은 '츄이스티' 계열 안에서도 제품별로 도넛 반죽 부분crumb의 무르기와 밀도가 다 달라서 놀랐었습니다.
3. 도넛도 '초신선식품'으로 생각해 가급적 아침 일찍 사 먹어야겠습니다. 같은 도넛을 아침 8시에 사 먹었을 때와 오후 3시에 사 먹었을 때의 맛과 식감은 놀라울 정도로 큰 차이가 납니다. 조금 다른 게 아니라 '맛있는 도넛', '맛없는 도넛'으로 나뉠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제가 이용하는 매장은 오후 3시만 돼도 도넛 맛과 식감이 엄청 후져지더라고요.
4. 산가 높은 기름에서 나는 것 같은 매운 뒷맛이 남는 도넛들이 종종 있어 의아합니다. 위생 검사 때 기름 산가 측정 다 할 텐데요. 시간이 지나면 이 산패된 기름 맛 같은 목 따가운 매운맛이 늘고, 빵이 푸석푸석 노화돼 맛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것도 '튀김'이니 생산 뒤 가급적 빨리 먹는 게 잘 먹는 비결이겠습니다.
5. 제가 사실 던킨의 튀긴 도넛들에서 공통으로 나는 특유의 향을 몹시 싫어합니다. 반죽에서 나는 향인지, 기름에서 나는 향인지 모르겠는데, 이 향이 너무 싫어서 던킨 도넛을 안 먹으려 들어요. 그런데 이 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네요.
6. 도넛도 제철이 있습니다. 겨울의 맛, 여름의 맛 도넛이 있고, 다달이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던킨의 경우 신제품은 월초에 가야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먹은 분들이 입소문 좀 내 달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7. 유행 식재료나 음식 동향이 궁금한 자여, 가라, 던킨 매장으로. 가서 진열된 도넛들을 보라. 앙버터 도넛, 맘모스빵 도넛, 사라다빵 도넛, 로얄 밀크티 도넛, 소금우유 도넛...
8. 매장에 앉아 관찰해보니 사람마다 도넛 취향이 다 달라 재미있습니다. 한번은 저까지 포함해 10명이 있었는데 겹치는 것 없이 도넛이 죄 달라서 혼자 웃었습니다. 아롱이다롱이들 같으니.
9. SPC 요즘 말 많죠. 이런 글 쓰면 '신문도 안 보고 사냐, 왜 던킨 홍보글을 쓰고 자빠졌냐.' 하는 분이 꼭 있어요. 이건 홍보글이 아니라 제품 평가글입니다. 혹평이 훨씬 많죠. 직원 처우 문제 불거지기 전에 시작한 프로젝트라서 사진 아까워 올립니다.
10. 던킨 도넛들은 거의 다 맛보았으니 이제 다른 브랜드 도넛들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ㅋ
그래서,
이 많은 도넛들 중 어느 게 가장 맛있었냐고요?
소금우유 도넛이요.
사 먹을 때는 몰랐다가 뒤늦게 옛날 광고 포스터 보고 안 사실 -
다쓰 부처와 권여사님이 던킨에서 가장 맛있어 하는 도넛이 글쎄 빵 부분을 영국 특산품인 저지 품종 소젖과 몰든 자염Maldon sea salt으로 맛을 낸 거라는군요. 영국의 맛 던킨 도넛이라니요. 이게 웬 'pleasant surprise'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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