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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 본문
☞ 레스토랑 옆쪽으로는 커피박물관 입구가 있습니다.
먼 길 왔는데 밥만 먹고 그냥 갈 수 있나요, 구경했지요.
관람료 8천원에 각기 다른 추출 방식의 커피 두 잔 시음이 포함돼 있습니다.
카페인에 약한 단단이 이날 커피를 연달아 세 잔이나 마셨어요.
봄 지났다고 새 잎이 돋았습니다.
저도 어렸을 땐 파릇파릇 광났었겠지요.
나이 먹는 거 슬퍼요. 더 늙기 전에 잘 놀아 보겠습니다.
식사했던 장소의 2층과 3층에 커피박물관이 있는 겁니다.
개인이 꾸민 박물관치고는 제법 번듯하게 잘 해 놓았어요.
옷걸이에 걸린 것들은 에티오피아에서 여성이 커피 세레모니를 관장할 때 착용하는 천이라고 합니다.
이것들은 커피 볶고 빻고 우릴 때 쓰던 도구들.
찻자리, 아니 커피자리는 이렇다는데, 이국적이고 근사하죠.
제 발 저리겠지만 이런 자리에 앉아 아랍식 커피 한번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 집에도 있는 아랍식 커피 포트 '달라dalla'.
커피 조urn와 달라.
집에 빈티지 놋쇠brass 달라뿐 아니라 저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현대식 달라도 있는데요,
비린내 나면서 관리하기 어려운 놋쇠 대신 요즘은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에 금도금한 것들을 많이 씁니다.
영국에 있을 때 채리티 숍에서 상태 좋은 걸 하나 집어왔었는데,
바닥에 새겨진 제조국 표시를 보니 글쎄 'Made in Korea'.
금도금한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이라는 사실도 놀라운데 한국산 아라비아 커피 포트라니요.
그걸 영국에서 한국인이 입수했다는 것도 재미있고요.
지구촌 세상.
그런데,
배경은 커피 산지의 생산자들 같은데 표정들이 어째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요.
커피, 쵸콜렛, 차, 모두 서양과 잘 사는 나라들의 으뜸 기호식품들인데 산지의 농부들은 힘겹게 산다는 게 아이러니.
커피 담아 볶는 삽.
수많은 전시품 중 몇 개만 찍어 봅니다.
커피 산지 다니면서 이것저것 모으신 사장님/관장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산지별 생두와 볶은 정도.
핸드 드립 실습 시간이 다 있습니다. 드립 백 선물이 정말 자주 들어오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주고받는 선물이 드립 백 아닐까 하는...) 집에서도 핸드 드립을 자주 하게 되는데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분쇄한 원두 알갱이 전부를 적정 온도의 물에 '한꺼번에, 완전히' 담근 뒤 적정 시간이 지나 거르는 게 커피를 가장 '골고루, 정직하게, 잘' 우려 마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 프렌치 프레스와 에어로프레스 애호가) 종이 필터에 걸러진 오일과 향, 맛이 저는 너무 아까워요.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를 계몽시켜 주실 분? 커피 애호가 독자님들, 집에서 커피 어떻게 우려 드시나요? ☞ 내 집에서 마시는 커피
들깨차, 참신합니다.
잘 혼합된 밀크티용 홍차 블렌드에서도 들깨 맛과 향이 나는데, 한국에서는 과거 어떻게 우려 마셨는지 궁금합니다. 알아봐야겠어요. 옛날 차림표라는 사실보다 전화번호 앞자리가 두 자리인 시절이 있었다는 게 저는 더 신기합니다.
방금 실습하면서 우린 핸드 드립 세 잔을 각자 들고 시청각실에 들어와 커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짧은 영상을 시청합니다. 사장님/관장님 젊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시청이 끝난 뒤.
이 방에도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찻잔과 커피잔들.
정면에서.
사진이 흐리긴 하지만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구경해 보세요.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모으신 것으로 보이는 브랜드 커피 원두들.
커피 서적과 기타 교양 서적.
커피 관련해 일본에 자주 출장을 가셨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일어로 된 자료들이 보이네요.
저도 집에 커피책이 많은 편인데 저는 다 영어로 된 것들.
한국의 다방 간판 사진들.
아이고 재밌어라.
20대 때 커피 팔던 집을 부르는 용어가 뭐였냐로 그 사람의 연식을 따지면 되는 겁니다.
우리 권여사님은 '다방' 또는 '음악감상실'로 부르시더군요.
제가 대학생일 때는 '커피숍'이라고 했습니다.
제 20대 조카들은 '카페'로 알고 있고요.
참고로, 영국에서는 '커피하우스coffeehouse'라고 한 단어로 붙여 쓰고, <코스타Costa>나 <카페 네로Caffè Nero>, <베누고Benugo> 같은 이태리어 혹은 이태리어 어감의 이름을 단 커피하우스 체인들은 '카페'라고 불러 줍니다. '에스프레소 바'라고 불러 주는 집들도 있고요.
우리 한국에서 부르던 '다방'은 글자만 놓고 보면 커피집이라기보다는 영국의 'tearoom'과 같은 뜻이죠.
커피에 관한 옛날 기사들 모음.
"카피와주름살 - 너머마시면해로워요"
"만히먹지아니하면 커피는무해하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도 재미난 옛날 기사들이 빼곡.
"자기前 고-히는 한잔까지는조타"
"이건 너무비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옛날 일제시대인 1940년에도 커피값 비싸다는 기사가.
"커피 3인분, 케익 2인분을 내어노코 일금 3원 3십전을 받는"
"도심의 번영가 뒷골목에서 ... 명목으로 유흥객의 주머니를 노리는 악질업자가 산재하여 있어 일반은 안심하고 출입할 수 없는 형편에 비치어"
위생 문제도 아니고, 커피값 비싸다고 영업정지를 시켰어요.;;
생두 담겼던 마대.
5천원을 내면 홈 로스팅도 배울 수 있나 봅니다.
아휴, 은피 풀풀 날리고 번거로울 것 같은 데다, 골고루 잘 볶는 건 보통 기술을 요하는 게 아닐 텐데요.
그래도 커피 애호가들한테는 의미 있는 취미 활동이죠.
차인들은 차 산지 가서 찻잎도 따고 찻잎 덖는 것도 체험해 보곤 하잖아요.
홈 로스팅 도구들도 판매를 합니다.
아, 3층의 유리 온실에서 실습하나 봅니다.
저 봐요,
같은 망에 볶인 것들 중에서도 어떤 건 시작 단계인데 어떤 건 이미 숯. ㅋ
로스팅 실습하는 곳 바로 옆에는 커피 묘목.
코로나로 한참 문 닫았다가 마침 저희가 간 날 재개장 했는데, 아직은 좀 어수선하고 청소가 깨끗이 안 된 상태였습니다. 죽은 커피 나무들이 방치돼 있으니 마음 아팠고요. 저게 동물 죽은 거라고 생각해 보세요. 식물도 똑같은 생명인데요. 얼른 말끔하게 재정비 하셔서 손님 많이 맞으시고 번창하시길 빕니다.
3층 실습실의 주방.
단단이 애호하는 3대 커피 용품 -
• 금속 뼈대에 유리관으로 구성된 고풍스런 외관의 '프렌치 프레스' 혹은 '캬페티에'
• (이름과 달리 이탈리아에서 발명)
• 아라비아 커피 포트 '달라'
• 드르륵 드르륵 수동식 커피 분쇄기
관람을 마치니 콜드 브루를 한 잔씩 줍니다.
저 이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콜드 브루를 마셔 봤는데요,
어어? 차랑 똑같아서 이것도 상온수에 천천히 우린 쪽이 훨씬 우아하고 진하고 복잡한 맛이 나는걸요? 점성도 느껴지면서 목넘김도 벨벳처럼 부드럽고요.
제가 아이들처럼 예민한 혀를 갖고 있어서 (초딩 입맛 ㅠㅠ) 쓴맛에 극도로 민감해 커피를 잘 못 즐깁니다. 첫 모금에서 느끼는 그 쓴맛이 제게는 너무나 강렬해 다른 향미들을 음미하기가 힘들어요. 조금이라도 선도가 떨어지는 커피를 마시면 재떨이의 담배 꽁초들을 통째로 입에 털어 넣은 것 같아 하루종일 고생하고요. 그런데 (잘 우린) 콜드 브루라면 쓴맛 걱정 없이 커피맛을 한껏 즐길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상온에서 오랫동안 우린 것들은 위생 문제가 종종 불거지기는 하지만요.
재미있게 관람 잘 했습니다.
왈츠와 닥터만 가시는 분들은 커피박물관 관람도 고려해 보세요.
방문 당시에는 몰랐었는데 블친 더가까이 님이 알려 주셔서 누리집을 통해 원두 판매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스무 가지 다른 맛의 드립 백 모듬을 주문했습니다. 지금 배송 오고 있는 중입니다.
☞ 닥터만커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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