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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밀크티 우리기 2탄] 조지 오웰 방법 본문
▲ 권여사님의 은제 3단 트레이와 똑같은 물건. 눈이 번쩍.
우리 한국인들, 집집마다 멸치볶음이 다 다르고 누구나 자신만의 라면 끓이기 비법을 갖고 있지요. 영국에서는 가정마다 스콘 레서피가 다르고 사람마다 홍차 우리는 법이 다 다릅니다. 영국에서도 스콘은 이제 수퍼마켓이나 제과점에서 사 먹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홍차는 아직도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직접 우려야 할 때가 많죠.
한국의 홍차인들은 이미 다양한 홍차 관련 서적 등을 통해 알고 있는 이야기일 테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오늘은 영국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홍차 우리기 권장안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무슨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순 자신의 취향에 의거한 것을 만인이 따라야 할 법령인 양 역설하고 있어 재미있습니다. 원래 창작하는 사람들이 성격이 좀 강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재미 삼아 읽어보십시오. 원문에서는 조지 오웰 특유의 유머도 느껴집니다. 영어 실력이 시원찮은 단단의 발번역을 곁들입니다. 단단 나름의 '역자주'도 붙여봅니다.
George Orwell's Tea Rules
1. Use tea from India or Ceylon, not China.
홍차는 중국산말고 반드시 인도나 실론산을 쓸 것.
'실론'은 스리랑카의 옛 영국 식민 통치 시절(1833-1948) 이름. 홍차 산업이 육성되기 시작한 때가 이 시기였으므로 홍차 이야기를 할 때는 '실론'이라 해도 결례가 되지 않으니 '스리랑카 홍차'로 부르는 게 예의라고 바득바득 우기지 않아도 된다. 중국차가 여러 번 우릴 수 있다는 경제성과 장점을 가졌음에도 조지 오웰이 인도차와 실론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정신 '버쩍' 들게 하는 자극물질인 카페인이 잘게 분쇄된 이들 차에 더 많기 때문이다.
2. Use a Teapot, preferably ceramic.
티포트를 써서 우리되 금속보다는 도자기 재질로 된 것이 좋다.
동의함. 두툼할수록 열보존이 잘 돼 더 좋고.
덧붙여, 조지 오웰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우릴 생각 말고 작은 티포트를 써서 가급적 적은 양을 우리되, 우릴 때는 티포트 입구까지 물을 가득 채워 우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급식소에서 큰 솥에 대량으로 끓여내는 차만큼 맛없는 것도 없다고. 절대 동의.
3. Warm the pot over direct heat
직불로 티포트를 데우도록 한다.
뜨거운 물로 헹궈내듯 데우는 게 일반적인데, 조지 오웰은 (약한) 불에 올려 데우는 게 낫다고 조언하고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도자기 포트를 직불에 올리는 건 다소 위험한 방법이다. 가스불보다 약한 전기 홉hob이라 할지라도.
4. Tea should be strong - six heaped tea spoons of leaves per 1 litre.
진하게 우려야 제맛이니 리터 당 수북이 뜬 여섯 티스푼의 찻잎을 넣도록 한다.
조지 오웰이 죽고 나서도 한동안 홍차를 포함한 식량 배급제가 계속되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찻잎의 양이 좀 많지 않나 싶다. 이에 대해 조지 오웰은 '스무 잔의 싱거운 차를 마시느니 아꼈다가 차라리 한 잔의 진한 차를 마시겠다'고 단언한다. 오늘날 홍차 회사들이 말하는 양과 다르지 않다. 홍차 1인분 물 양을 보통 200ml로 잡는다 치면 1리터면 5인 분량. 일인당 1티스푼씩 넣는다면 5인 분량을 위해서는 5티스푼을 넣고 여기에 관습적으로 티포트 몫으로 1스푼을 더 넣는 것이다. 고로, 5인을 위한 1리터 물에 6스푼의 찻잎.
5. Let the leaves move around the pot - no bags or strainers.
우려지는 동안 찻잎이 티포트 안에서 대류에 의해 자유롭게 떠돌아다닐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머슬린 백이나 망에 찻잎을 가두는 건 금물. 심지어 따를 때 쓰는 별도의 차 거름망도 필요치 않다. 찻잎이 다 가라앉기를 기다린 다음 따르면 된다. 차 마실 때 그깟 찻잎 쪼가리 좀 삼켰다고 잘못되지 않는다. 동의함. ㅋㅋ
6. Take the pot to the boiling kettle.
물 끓이는 주전자 가까이에 티포트를 두고 기다리다 물이 다 끓으면 재빨리 붓도록 한다.
홍차는 100℃ 가까운 펄펄 끓는 물로 우려야 하므로 잠시의 틈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끓고 있는 주전자 옆에 대기시키고 있으면 미리 데워 놓은 티포트가 식지 않고, 물을 따르는 동안에도 불 기운이 물주전자 바닥에 미치므로 열 보존에 좋다는 것이다.
7. Stir of shake the pot
다 우려졌으면 찻잔에 따르기 전 티포트 안을 저어주거나 흔들어 잘 섞어준다.
6번과 7번 사이에 차 우리는 시간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 찻잎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기가 싫으면 따를 때 거름망tea strainer을 쓰면 된다.
8. Drink out of a tall, mug-shaped tea cup.
브렉퍼스트 컵 같은 키 큰 머그 모양의 찻잔에 따라 마시도록 한다.
키 큰 머그 모양 잔에 담으면 수색은 진해 보이는 대신 차가 천천히 식어 좋긴 하다.
9. Don't add creamy milk.
지방을 걷어낸 우유를 넣어라. 유지방 덩어리는 속을 느글거리게 한다.
한국의 젊은 분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것이다. 여기서 조지 오웰이 말하는 우유는 '무균질 우유unhomogenised milk'다. 즉, 무균질 우유 위에 자연적으로 뜨게 돼있는 두꺼운 유지방·유단백 크림층을 걷어내고 쓰라는 소리. 생산 단계에서부터 지방을 제거하고 내는 '탈지skimmed milk 우유'를 쓰라는 말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지방 입자를 잘게 부숴 균일하게 퍼뜨린 '균질 우유'가 일반적이지만 영국의 수퍼마켓에서는 무균질 우유를 많이 판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무균질 우유가 좀더 자연 상태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단단도 무균질 우유를 쓴다. 다만, 경험에 의하면 무균질 우유도 저온살균 우유가 더 맛있긴 하다.
10. Add milk to the tea, not vice versa.
우유를 먼저 넣지 말고 홍차를 다 따른 뒤 넣도록 하라.
설명이 길어지니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게시물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 조지 오웰이 우유를 나중에 넣는 방법을 선호하는 이유는 우유를 넣을 때 홍찻물 색을 봐가며 양을 조절하는 게 좀더 편하기 때문이다.
11. No sugar!
차에 설탕은 절대 넣지 말라!
조지 오웰은 차에 설탕 넣는 자는 진정한 차 애호가가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무슨. 취향껏 하라. 차음식 없이 차만 마신다면 밀크티에 설탕을 넣는 것도 괜찮다. 달고 고소한 영국식 밀크티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런데, 곁들이는 차음식에 관한 얘기는 왜 없누.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아래에 원문 전체를 실어놓습니다. 저작권이 만료되었으니 링크 걸지 않고 바로 올립니다. [영국식 밀크티 우리기 1탄]은 어디에 있나요? 하실 분들은 이곳으로 ☞ 홍차 관련 지글지글 영국 옛 흑백 필름 Tea Making Tips
▲ 조지 오웰. 찻잔의 형태를 잘 보십시오.
머그처럼 생긴 원통형 잔을 쓰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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