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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사물

골동품 바이어

단 단 2011. 11. 10. 20:41

 

 

 

 파타타스 브라바스 이미지

 

 


다쓰 부처는 감자 요리를 매우 즐깁니다. 일단, 값이 싸거든요. 영국은 일조량이 부족해 다른 농사는 시원찮아도 땅 속에서 자라는 감자 하나는 정말 최곱니다. 영국요리에 유독 감자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죠. 품종도 다양해 단단은 아직도 영국 감자 이름을 다 못 외웠습니다. 품종마다 식감과 향미가 다 달라 하고자 하는 요리에 따라 감자도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얼마 전 다쓰 부처는 햇빛 찬란한 지중해로 휴가 갈 형편이 못 됨을 한탄하며 집에서 파타타스 브라바스Patatas Bravas나 해먹었습니다. 여름 내내 집에서 지중해 요리나 해먹으며 위안을 삼았더랬지요. 파타타스 브라바스는 스페인의 매운 감자요리로, 피멘톤Pimenton, 훈향 씌운 스페인 고춧가루의 훈향과 토마토가 어우러져 매콤새콤한 맛이 일품이죠.

 

그런데, 하얀 접시 위에 노오란 감자를 얹고 뻐얼건 소스를 끼얹고 나니 불현듯 녹색이 그리워지는 겁니다. 위 사진에서처럼 푸른 계열이나 녹색 계열의 시골스러운 접시에 담으면 눈도 덩달아 즐겁겠구나 싶었지요. 짧고 고달픈 우리네 인생을 생각하면 값싼 음식을 해먹어도 좀 폼 나게 먹을 필요가 있잖아요. 새 접시 살 형편은 못 되니 며칠간 산책 삼아 동네 채리티 숍들을 열심히 돌며 살폈습니다.

 

 

 

 

 

 

 



허허허, 과연 눈 부릅 뜨고 찾아 보니 평소에는 안 보이던 초록 접시가 보입니다. 것도 똑갈은 걸로 두 개나.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하나씩 붙잡고 먹으면 되겠네요. 잘됐죠. 상태도 새것과 다름없이 깨끗합니다. 그런데, 유약이 좀 독특한 것 같군요. 보통의 유약 처리와는 다른 뭔지 모를 깊이감이 좀 느껴집니다. 전사를 입힌 게 아니라 접시 자체를 입체감 있게 찍어낸 것 같은데, 해바라기 꽃 한 송이가 고스란히 접시가 되었습니다. 압화 같죠.

 

 

 

 

 

 

 



접시 가장자리는 마치 갈대로 바구니를 짠 것처럼 처리했는데, 시골스러워도 나름 정교한 데가 있어 더욱 마음에 듭니다. 해바라기를 노란색이 아닌 초록색으로 표현한 것이 신선합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 나타나는데, 실제로 보면요, 저 초록이 정신 버쩍 들 정도로 생생한 초록이랍니다.

 

 

 

 

 

 

 



가운데 씨앗 부분은 보면 볼수록 빨려들어갈 것 같은 깊이감이 느껴집니다. 계산할 생각도 않고 넋을 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뒤집어 메이커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으응? 웨지우드?
웨지우드가 이런 것도 다 만든 적이 있나요?
웨지우드라니, 이거 금상첨화 아닙니까!
초록색에, 시골스러우면서도 정교한데다 상태는 새것과 다름없는 웨지우드라니,
안 살 이유가 없죠. 그래, 냉큼 집어왔지요.
득의만면 집에 돌아와 다쓰베이더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어떻소? 빨간 요리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소?"
그랬더니 이 양반,


"아니, 이것은..."
표정이 자못 심각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재차 말끝을 흐리더니 누리터를 잠시 뒤지며 무언가를 확인합니다.


"이보오, 마눌.
마눌은 지금 ☞ '빅토리안 마졸리카'라 불리는 골동품을 사왔소. 도자기집 딸이 마졸리카majolica인 줄도 모르고 집어왔단 말이오? 백스탬프 추적을 해보니 접시 하나는 1864년, 다른 하나는 1865년 것이오. 이것들보다 더 후대에 만들어진 것도 개당 감정가 80파운드(16만원)는 나오는 골동품이란 말이오."

 

무엇이? 꼬르륵
내가 방금 집어온 접시 하나가 최소 16만원 이상은 한다고? 채리티 숍 물건이 뭐 이리 비싸냐고 투덜거리면서 6천원이나 줬는데? 어쩐지 글레이징이 남다르다 했더니만.

 

<위키피디아>를 뒤져보니 이렇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실 영국의 또다른 유명 도자기 회사 민튼Mintons이 1851년 런던에서 열렸던 만국박람회에서 빅토리안 마졸리카를 처음 선보였다는군요. 10년이 지나 웨지우드가 그 대열에 합류를 했고요. 단단이 집어온 접시들은 1864년, 1865년산이니 웨지우드로서는 마졸리카 초기 시절입니다. 전문가들이 늘 얘기하듯 공예품은 항상 초기 제품들이 더 우수한 법이죠. 깊이감이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양각에 납유로 시유했기 때문이고요. 프랑스 유명 냄비 브랜드 <스타우브>가 자랑하는 것도 이 마졸리카 유약에 의한 깊이 있는 외관이라잖습니까.

 

 

 

 

 

 

 


 그러고 보니 마졸리카 느낌이 좀 나는군

 



기록 경신.
이리하여 단단이 소장한 온갖 (저렴한) 물건 중 최고最古의 것은 바로 이 1864년에 만들어진 웨지우드의 빅토리안 마졸리카가 되겠습니다.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것들을 팔아 생활비에 보탤 것이냐 흑;
영국 도자史에 경의를 표하며 기냥 '킵'할 것이냐.

 

킵 한다 하더라도 쓸 수는 없겠지요.
아서라,
두 차례의 전화戰禍도 견디고 살아남은 귀하신 몸,
골동품에 뻐얼건 물 들라. ^^; 

 

 


☞ What is Majol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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