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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사물

설탕집게는 징그러울수록 잘 집힌다

단 단 2011. 9. 15. 19:29

 

 

 

 


우리 날씬이 한국인들은 차에 설탕 넣는 짓 따윈 잘 하지 않지만 영국인들의 찻상에는 반드시 설탕기가 올라오는 법이죠. 가루설탕을 쓸 때는 스푼이 필요하고 각설탕을 쓸 경우엔 집게가 필요하지요. 영국인들은 가루설탕보다는 깔끔한 각설탕을 선호합니다. 설탕집게는 '슈가 통스sugar tongs'라 부르는데, 가위나 안경, 바지처럼 복수형으로 써야 해요. 가위 모양으로 된 것sugar nippers도 있고요.

 

궁극의 아프터눈 티 테이블을 꾸며보는 게 지상목표인 단단은 얼마 전 다쓰베이더로부터 깜짝선물을 받았습니다.


"징그러울수록 좋다고 했소?"

 

하면서 무언가를 툭 내려놓는 것이었어요. 설탕집게였지요. 집게 부분을 한번 보세요. 설탕집게 끝자락을 맹금류의 갈고리 발톱 발로 장식하는 것은 오랜 전통입니다. 일종의 유머죠. 조가비shell나 나뭇잎 모양을 한 것들도 있는데, 단단은 발톱이 날카롭게 서 있는 맹금류 발 모양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런데 설탕집게에 있어 이 집게 부분을 카리스마 넘치도록 충분히 징그럽게 만드는 일이 힘든 모양인지, 그간 보았던 것들은 단단 눈에 죄 민둥민둥했습니다. 자루 부분을 공들여 멋들어지게 장식하는 일은 흔한데 말이죠. 다쓰베이더가 애써 고른 이 설탕집게는 단단 마음에 쏙 듭니다. 골동품이라 많이 낡고 자루 부분에 장식이 없어 다소 심심해 보이긴 하지만 집게 부분은 '으악, 징그러!'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충분히 징그럽습니다. 이만하면 합격입니다.

 

 

 

 

 

 

 



접사.
윽, 어린 시절 닭발의 트라우마가...;;


무엇이?
다쓰베이더 왈, 닭발은 다섯 개가 아니라 네 개로 갈라졌다는군요.;; 설탕이 야무지게 잘 집힙니다. 괜히 맹금류 발톱 형태를 쓰는 게 아닌 거죠. 옛 사람들 참 현명합니다.

 

 

 

 

 

 

 



원래는 저 쏙 들어간 손잡이 부분에 우아하게 걸쳐 놓아야 하는 법이나, 가마솥에 통째로 넣고 원기 보강 독수리탕이나 한번 푸욱 고아 먹어보겠습니다. 거꾸로 처박히니 더욱 징그럽네요. 단단이 지금까지 본 설탕집게 중 최고 징그러운 것이었습니다. 고맙구려,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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