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올 겨울엔 기자님 댁에 녹차 한 통 놔드려야겠어요 본문

▲ 런던 버클리 호텔의 다이아몬드 쥬벌리 기념 아프터눈 티
친애하는 방문자 여러분, 영어 좀 되십니까?
여기 들어오시는 분들, 듣고 쓰고 말하는 건 어려워도 사전 찾아가며 더듬더듬 읽고 해석하는 정도는 하실 수 있을 거라 전제하고 글을 쓰겠습니다. ㅋ 오늘 한국의 홍차인·녹차인들을 깜놀하게 했던 기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단, 한국 포털들의 대문을 장식했던 그 기사를 <BBC>와 <Daily Mail> 원문으로 한번 보십시오.
☞ Male tea drinkers 'at greater risk of prostate cancer'
☞ Seven cups of tea a day 'raises risk of prostate cancer by 50%'
'프로스테이트 캔서prostate cancer'는 남성분들이 잘 걸리는 '전립선암'을 뜻합니다. 같은 기사를 한국의 한 언론사가 어떻게 전하는지 한번 보시지요.
다쓰 부처는 한국에서 기자는 아무나 하나 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은 못 해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하는 명분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 일환 이전에 나라 밖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제대로 인지하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꼭 '읽을' 줄 알아야 되겠어요. 영어 기사를 보지 못 했을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이 한글 기사를 접하고 얼마나 혼란스러워 했을지는 상상이 가시죠. 영국 기사의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영국의 어느 대학 연구팀에서 지난 사십여 년간 6016명의 남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하루 평균 7잔 이상의 홍차나 녹차를 마시는 이들이 응답자의 4분의 1가량 되었는데, 이들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차를 전혀 안 마시거나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에 비해 50% 더 높았다.
차, 커피, 술, 담배 등의 기호식품 습관이 있는지 물어서 나온 결과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홍차나 녹차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아래와 같은 사실이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으나 뚜렷한 상관 관계가 있는지는 역시 확실치 않다.
차 마시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술, 담배 등을 멀리하고 건강한 식단과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평균 수명이 길어 그만큼 전립선암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전립선암은 나이 들어갈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암이므로.
게다가 이 연구에는 가족력이나 기호식품 외의 식습관 역시 고려되지 않았으므로 차가 그 원흉이라고 단정적으로 지목할 단계가 아니다. 겨우 92명의 결과만 갖고 판단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니 괜한 호들갑 떨지 말고 일단은 마시던 차 계속 마시면서 추이를 관망하라.
-
뭐 대략 이런 내용으로, 전후 사정을 잘 설명해줘야 맞는 거죠. 영국인들은 한국인들처럼 건강 관련 기사에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이걸 H일보 기자가 어떻게 전하는지 보셨죠. 내용 연결도 한심하지만 제목 쓴 꼴은 더욱 가관입니다. 가뜩이나 차가 푸대접 받는 한국에서 녹차 농가들 다들 폭삭 망하라고 주문이라도 외는 걸까요? 더욱 못마땅한 것은, 영국 소식은 꼭 <BBC>나 <타임즈>, <가디언> 같은 정론지가 아닌 <데일리 메일> 같은 황색 언론사 기사들만 갖다 옮긴다는 거예요. 그나마 그것마저도 해석을 제대로 못 하거나 과장해 엉뚱한 소리들이나 해대고 있고요. 녹차 많이 마시면 '섬뜩한 결과'가 온다뇨, 그럼 중국 남자들은 죄다 전립선암 환자게요?
최근 앞다투어 보도했던 한국 언론사들의 아프가니스탄 소녀 이야기는 코메디입니다.
☞ 코 잘린 아랍 여성 수술? 한국 언론들만 집단 오보
엉터리 해석으로 엉뚱한 소식을 전하는 것뿐 아니라 확인도 안 거치고 외신을 맹신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 한국 언론, 외신 오보까지 앵무새처럼 받아 써... 수치
휴... 저는 찻물이나 올려 차나 한 잔 더 마셔야겠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손바닥 뒤집듯 나오는 기호식품 건강 관련 연구 보도들도 이제는 지겨워 하품 날 지경입니다. 홍차인 또는 커피인 여러분, 차나 커피가 몸에 안 좋다는 기사가 나면 그간 잘 마셔오던 홍차 커피 갑자기 뚝 끊나요? 그렇지 않죠. 그런 분들은 '홍차인' '커피인'이라 불릴 자격이 없는 거죠. ■

▲ 규칙적인 성생활은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캬핫, 무슨 자사호가 이토록 예술적이냐.
'차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본 맛동산, 가린토 花林糖 (4) | 2012.12.16 |
|---|---|
| 홍차 깡통, 중요한가? (12) | 2012.10.16 |
| 본의 아니게 할로윈 기념 (4) | 2012.10.08 |
| 새우깡 럭셔리하게 먹는 법 (6) | 2012.07.07 |
| 과자를 통해 살펴본 유럽 3국의 미감과 국민성 (6) | 2012.05.22 |
| 트와이닝 다이아몬드 쥬벌리 블렌드 Twinings Diamond Jubilee Blend (0) | 2012.04.29 |
| 찻잔 쥐는 법 고찰 (2) | 2012.02.24 |
| 멋지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의 다구들 (4) | 2012.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