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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멋지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의 다구들

단 단 2012. 2. 17. 03:51

 

 

<포트넘 앤드 메이슨> 매장의 계단.

 

 

 

권여사님의 구매 대행 부탁을 받고 런던 상경.

 

한적한 시골 동네에 콕 처박혀 살다 모처럼 런던에 올라온 촌사람 다쓰 부처, 자동차 소음과 넘쳐나는 관광객과 즐비한 숍들과 으리으리한 건물에 어안이 벙벙,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데.


흩어진 정신 겨우 수습하고 <포트넘 앤드 메이슨> 백화점에 들러 블로그 친구들을 위해 다구 몇 점 사진 찍어 왔다더라.

 

 

 

 

 

 

 

사측의 광고 사진.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다구와 홍차.
내 가진 돈은 없지만 그래두 저 홍차와 과자 한 통은 사서 먹어줬지.
암. 잘했고 말고.
뮤직 박스가 들어 있는 금색 과자통에서 영국 국가 <God save the Queen>이 음정 박자 무시하고 술 취한 듯 비틀비틀 흘러나와 보통 웃기는 게 아니다. 과자 한 입 먹고, 음악 틀고, 데굴데굴 덱데굴.

 

 

 

 

 

 

 

사측의 광고 사진.

 

 

마침 '여왕 폐하 공예 대전' 비슷한 걸 하고 있었는데, 그중 도자기 다구 몇 점만 찍어 올려본다.

 

 

 

 

 

 

 

 

 



여기까지는 전시회 작품들이고, 아래서부터는 백화점 상설 판매 다구들.

 

 

 

 

 

 

 

 

 

일본 무쇠 주전자는 겉모습이 죄다 비슷해 보여도 제조사마다 품질 차이가 많이 나는데다 녹슬지 않도록 안쪽에 입힌 코팅의 질과 내구성 차이도 많이 나니, 돈 좀 주더라도 제대로 된 걸 살 필요가 있다 한다. 

 

 

 

 

 

 

 

 

 

<마리아쥬 프레르>에서 납품 받는 제품과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 찻주전자 1.

 

 

 

 

 

 

 

 

 

<마리아쥬 프레르>에서 납품 받는 제품과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 찻주전자 2.

 

 

 

 

 

 

 

 

 

<이와추Iwachu>것으로 추정되는 빨간색 무쇠 주전자.
찜.
오는 길에 복권 샀다.

 

 

 

 

 

 

 

 

 

스테인레스 스틸 세대이므로 이런 다구 한 세트쯤 집에 장식으로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훗날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근사한 안티크가 될 것이다. 금속 주전자에 우린 차 맛은 그지 같지만서두. 다구는 역시 도자기나 유리 재질이 최고다. 내구성으로 본다면 도자기가 더욱 좋고. (→ 도자기집 딸 도자기 사랑.)

 

 

 

 

 

 

 

 

 

이제부터는 은제 다구 퍼레이드.

 

 

 

 

 

 

 

 

 

프랑스 루이 필리페Louis Philippe 스타일 은도금 티포트.

레플리카라서 위용이 좀 떨어지긴 하나 값은 만만찮다.

프랑스풍이라 역시 화려하다.

 

 

 

 

 

 

 

 

 

퀸 안Queen Anne 스타일 은도금 커피 포트. 영국 디자인은 단아한 맛이 있다. (실은 쵸콜렛 포트 같기도 하고 좀 헷갈린다. 쵸콜렛 포트들이 대개 커피 포트나 워터 저그 모양을 본떠 만든 게 많으므로. 설탕기·크림기가 있으니 커피 포트 맞겠지. 겸용이거나.) 인테리어 소품용으로는 동글 납작한 티포트보다 날씬하고 길쭉한 커피 포트들이 더 인기가 있어 안티크나 빈티지 역시 커피 포트 수요가 더 많고 더 비싼 값에 팔리곤 한다.

 

 

 

 

 

 

 

 

 

지식이 짧아 어느 시기 스타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형태만 놓고 보면 조지안 신고전풍인 듯. 선이 유려하고 아름답긴 하나 공예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 감점. 공장에서 모양틀에 대고 프레스로 찍어 내 땜질soldering하고 광만 내준 제품이다. 수공예적 관점에서 보면 요즘 물건들은 옛것만 못한 것 같다. 선이 지나치게 매끈하거나, 패턴이 단조롭거나, 공예가 아예 안 들어간 것들이 부지기수다. 은제품에는 자고로 은세공장이의 이런저런 재주가 담겨 있어야 제맛 아닌가. 그래도 집에 이런 것 한 세트쯤 있으면 폼은 나겠다.

 

 

 

 

 

 

 

 


은도금 3단 케이크 스탠드.
접시를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 아무거나 올릴 수 있어 실용적이긴 하나 덩치가 너무 커 보관하기 까다롭다. 접이식과 분리식도 있으나 안정감 있고 보기 좋기로는 역시 이런 고정식 일체형이 최고. 접시 빼고 뼈대만 275파운드. 켁. 한화로 50만원이 넘는다. 싸구려 스테인레스 스틸 제품에 비해 확실히 색택이 고급스럽고 잘생기긴 했다. 접시는 웨지우드 것으로 추정된다.

 

 

 

 

 

 

 



이건 은과 공예가 더 들어 갔으니 785파운드. 150만원이 넘는다. 이 <포트넘 앤드 메이슨> 백화점을 둘러보고 있으면 가끔 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물건 고르고 있는 걸 볼 수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확실히 길거리에서 보는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데가 있다. 마나님뿐 아니라 남편들도 말쑥하게 잘 차려입었고, 말씨, 행동거지, 표정 모두 우아하기 짝이 없다. 그저 돈 많은 부자라서 때깔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범상치 않은 아우라가 풍긴다. 하여간 이 럭셔리하기 짝이 없는 백화점에서는 사람 구경 물건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해로즈> 백화점은 이집트 부호의 손에 넘어간 이후 인테리어나 제품 모두 블링블링한 것 좋아하는 중동 졸부들 취향으로 변질, 영국인들이 이만저만 속상해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홍차 하나만은 아직까지 품질을 유지하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다만. 런던은 부동산이고 뭐고 죄다 중동 졸부들, 러시아 졸부들이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다 이제는 중국 졸부들까지 나서기 시작했다.

 

다구 구경 끝.
권여사님이 부탁하신 물건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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