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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일본 맛동산, 가린토

단 단 2012. 12. 16. 12:31

 

 

 

 

새벽 찻자리입니다. 단단이 새벽에 찻자리를 갖는 건 극히 드문 일입니다. 이 시간에 일어나 있을 턱이 없거든요. 자다가 '신분 밝히기를 꺼려하는 수줍은 지인'님께서 보내 주신 맛동산이 생각 나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 분이 과자 좋아하는 단단에게 이렇게 맛난 과자를 종종 부쳐 주시곤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죠, 일본 과자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사진 보고 한국 맛동산인 줄 아셨죠? 한국 제과 회사들의 일본 베끼기 관행(또는 만행)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 맛동산 역시 일본 과자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탄과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 일본의 전통 과자 가린토, 카린토


베끼려면 좀 잘 베껴 더 낫게 만들기라도 하면 좋잖아요. 이 일본 맛동산은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 과자 해퉤 맛똥산"보다 맛도 식감도 훨씬 낫습니다. 느끼한 기름 맛이 덜 나고, 설탕 시럽도 단단하게 잘 씌워졌고, 땅콩 입자도 더 굵고 실한데다 듬뿍 붙어 있고, 바삭하고 야무진 식감 또한 단연 으뜸입니다. 꿀도 좀 들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땐 맛동산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 일본 맛동산 먹고 나서 이제 중독자 되게 생겼습니다. 구하기도 쉽지 않은 과자에 중독되면 어쩝니까, 큰일 났죠.

 

 

 

 

 

 

 



한국 맛동산은 포장이라도 다르게 했으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만, 다른 과자들은 포장도 비슷합니다. 한국 과자 회사들의 게으름과 뻔뻔함은 아주 하늘을 찌를 정도입니다. 일본 사람들 참 성격도 좋은가 봅니다.

 

 

 

 

 

 

 



이제 이 맛난 일본 과자에 어울리는 차를 한번 골라 볼까요? 집에 있는 십여 가지 차들 중에서는 랍상 수숑lapsang souchong이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랍상 수숑의 훈향이 과자 겉에 묻은 설탕 시럽과 만나 그리운 '뽑기'맛을 선사합니다. 찐득하게 씹히는 고소한 땅콩과도 향이 아주 잘 어울리고요. 설탕 시럽의 단맛을 랍상 수숑이 우아하게 승화시킵니다. 일본에서는 달고 씁쓸한 맛 때문에 녹차에 곁들여 먹는다는데, 다쓰 부처는 랍상 수숑과의 궁합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찻잔에 관한 개인적인 실험 하나.
중국차는 소량을 여러 번 우려 마시잖아요? 그래서 찻잔도 사진에 있는 것과 같은 작은 것들을 쓰게 되지요. 또, 청차류를 마실 때는 향을 음미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문향배'라는 길죽한 잔도 쓰고요.

 

 

 

 

 

 

 



그런데, 손이 야무지지 못한 다쓰 부처는 중국식 작은 찻잔들을 집으려다 종종 잘못 건드려 엎을 때가 있습니다. 고심 끝에 요즘은 본 차이나 재질의 얇은 에스프레소 잔을 써 보고 있는데, 이게 손잡이가 있어 잡기도 편하고, 바닥이 편평해 엎을 일도 없고, 같은 재질로 된 받침이 있으니 보기에도 우아하고, 크기도 작아 중국차 마시기에 알맞고, 입전(입술 닿는 부분)이 얇아 차 맛 음미하는 데도 좋고, 문향배처럼 원통형으로 길죽하게 생겨 향을 맡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차와 커피를 동시에 즐기시는 분은 집에 있는 얇은 에스프레소 잔을 찻잔으로 한번 써 보세요. 손이 훨씬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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