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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할로윈 기념 본문

차나 한 잔

본의 아니게 할로윈 기념

단 단 2012. 10. 8. 04:43

 

 

 

 

 

다쓰베이더가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할로윈 머핀 떨이하는 걸 사왔습니다. 아이고 두야. 여기 사람들은 할로윈을 기념하지 않아요. 장사꾼들이나 물건 팔아먹으려고 조잡한 물건 잔뜩 내놓지. 게다가 할로윈은 10월31일 아닙니까. "어서 찻물 올리고 블로그에 쓸 사진 찍을 준비나 하시오." 논문 써야 되는데 영감이 자꾸 블로그질 하라고 꼬드깁니다. 그래놓고 자기는 공부합니다. 역시 적은 내부에 있었군요. 그런데, 연출을 하고 싶어도 집에 으스스한 소품이 뭐 있어야 말이죠. 징그러운 도자기 촛대나 꺼내봅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촛대입니다. 서양 성인 남자 손 크기라서 제법 큽니다. 내일은 촛대에 어울릴 시커먼 양초나 사러 나가봐야겠습니다.

 

 

 

 

 

 

 

 


할로윈에 어울릴 만한 홍차를 찾아 차상자를 뒤적이다가 불량소녀 님이 보내주신 티게슈의 <오텀 스파이스Autumn Spice>를 찾았습니다. 홍차 브랜드 <Tee Gschwendner>의 철자 좀 보세요. 무슨 자음이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까? 독일어 희한하죠. '니체Nietzsche' 쓸 때도 아주 헷갈려요. 참,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사람들은 영어를 못하는데 네덜란드, 북유럽, 독일 사람들은 아주 잘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 차는 이름과 달리 매우 순합니다. 인도, 스리랑카, 중국 홍차에 향료를 입히고 오렌지와 레몬 껍질, 회향, 정향, 계피, 팔각, 제과제빵에 많이 사용하는 아니스anise를 넣었습니다. 인도 짜이chai와 유럽 크리스마스 홍차를 합쳐놓은 맛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매운 맛은 안 납니다. 이 많은 향신료를 넣고도 맛과 향은 참 순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홍차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 맛도 순하고요. 사진에 있는 주황색 머핀이 바로 다쓰베이더가 떨이로 사왔다는 그 머핀인데, 이게 호박 맛일까요, 치즈 맛일까요, 오렌지 맛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제다이Jedi 기사들은 원래 손을 대지 않고도 찻잔을 들어올릴 수 있지만 여러분들 놀라 자빠지실까봐 하는 수 없이 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백년 넘은 찻잔이라 크기가 작아요. 그런데 너무 오래된 안티크 찻잔은 앞으로 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예쁘긴 한데 연약한데다 오래됐다는 사실 때문에 쓰는 데 주저하게 되거든요. 두 차례의 전화戰禍도 견디고 백년 넘도록 살아남은 찻잔을 한순간의 실수로 깰까봐 쓰면서도 자꾸 염려하게 됩니다. 기분 내는데는 빈티지 찻잔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주황색 색소 머핀과 향차를 마시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나 봅니다. 다쓰베이더가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할로윈'을 '핼러윈'으로 표기하라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허구 앉았네.

 

 

 

 

 

 

 

 

 다음 날 오후 찻자리. "후두둑" 소리 내더니 삽시간에 초가 괴물로 변신. 다쓰 부처 깜놀.

 

 

 

 

 

 

 

 

 오, 이런 것은 너무 멋지지 않으오? 뉘집 아들인지 솜씨 참말 좋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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