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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콩테, 콩떼, 콩뗴 Comté

단 단 2013. 5. 28. 04:28

 

 

 

 

 

프랑스 경성 치즈의 대표 주자 콩떼Comté.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제 귀에는 '콩뗴'로 들립니다. '떼'와 '띠'의 중간 발음으로 들리는데 '띠'에 좀 더 가깝네요. "뗴"로 발음하면 가장 근접한 소리가 납니다.

 

그뤼예르 계열로, 'Gruyère de Comté'로 불리기도 합니다. 스위스 에멘탈보다는 덜 단단하고 덜 꺼글gritty거립니다. 35kg 한 덩이를 만들기 위해 530ℓ의 우유가 소요되는데, 풍부한 맛을 위해 살균하지 않은 생유raw milk를 쓰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정통 콩떼의 수입이 불가능합니다.

 

계절에 따라 소가 먹는 풀이 달라져 치즈 색도 달라집니다. 겨울 건초에는 베타카로틴이 적기 때문에 이때 만든 치즈들은 색이 좀 더 창백합니다.

 

이 치즈는 무언가 우아한 데가 있어요. 껍질 쪽으로 갈수록 맛과 조직texture이 급격히 달라지는 것도 매력입니다. 젖소 품종Montbèliarde breed이 단맛 많은 젖을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치즈에서도 달고 구수한 맛이 많이 납니다. 가마솥 누룽지 향 씌운 듯 구수해 먹고 난 뒤에는 꼭 껍질을 코 밑에 붙이고 한참을 킁킁거리게 됩니다. 서양인들은 이 콩떼의 맛을 두고 녹여서 수분을 날린 고소한 버터, 헤이즐넛, 호두, 밀크 쵸콜렛, 다크 쵸콜렛, 캬라멜, 퍼지fudge, 토피toffee, 버터스코치butterscotch, 비스킷, 토스트, 과일, 자두잼, 파인애플, 가죽, 후추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것들을 갖다 대며 표현을 합니다. 문화의 차이가 느껴져 재미있지요. 저는 여기에다 차이브chive, 소 여물, 건어물, 익힌 갑각류, 까나리 액젓을 추가하고 싶네요. 심지어 중국식 돼지고기부추만두 맛이 뒷맛으로 희미하게 남을 때도 있습니다.

 

 

 

 

 

 

 

 


앞의 것은 비교적 어린 콩떼였고 이건 24개월을 숙성시킨 'special reserve' 콩떼입니다. 외형에서도 벌써 차이가 느껴지죠? 숙성하는 동안 수분이 더 증발해 껍질이 좀 더 두껍게 형성되고 거칠어진데다 치즈 속살paste도 색이 진해지고 흰 반점의 젖산 칼슘 결정calcium lactate crystals이 군데군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풍미도 당연히 더 짙습니다. 갈색의 두툼한 껍질에서는 고추장에 볶은 한국의 조미 오징어채 향이 납니다. 껍질 바로 안쪽에서는 갑각류의 단 향과 버섯 우마미가 납니다. 치즈 속살에서는 스위스 에멘탈 같은 고소한 호두맛, 단맛, 쓴맛이 동시에 나는데, 쓴맛을 남들보다 특별히 더 잘 느끼는 저한테는 이 쓴맛이 너무 강해 맛있게 먹기가 좀 힘드네요. 에멘탈도 쓴맛이 좀 있는 치즈인데, 이 24개월 숙성 콩떼는 그보다 서너 배는 더 쓴 것 같아요. 쓴맛을 잘 견디는 '어른의 혀'를 가진 다쓰베이더는 잘 먹습니다. 오래 숙성된 치즈에서 나타나는 젖산 칼슘 결정이 서걱서걱 씹힙니다.

 

둘 다 맛있고 각각 고유의 장점을 지니지만 다쓰 부처 입맛에는 첫 사진에 있는 어린 콩떼가 좀 더 맛있었습니다. 콩떼도 여느 치즈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숙성 기간이 더 길다고 더 맛있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건 프랑스 최고의 콩떼 숙성장affineur이라는 ☞ 마르셀 쁘티뜨의 콩떼입니다. 1800년 후반에 프러시아의 침략을 대비해 해발 1,500미터에 건설한 요새Fort Lucotte de Saint Antoine를 1966년에 사 들여 치즈 숙성고로 활용하고 있는데, 다른 숙성장보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오래 숙성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치즈에 알파인 치즈 특유의 구멍eye이 덜 생기는 데다 오래 숙성시키기 때문에 복잡한 맛이 생성된다고 하죠. 요새에는 40kg짜리 콩떼 원반 십만 개를 숙성시키고 있는데, 선반에 치즈를 쌓고, 주기적으로 뒤집어 소금 뿌리고, 붓으로 쓸어주고, 씻어주는 힘든 작업은 로봇이 하지만 치즈 원반을 두들겨 조직 평가를 하고 조각을 떼어 풍미 평가를 하는 것은 역시나 숙달된 장인의 몫이라고 합니다.

 

이 숙성장에서는 12, 18, 24, 36개월 숙성 콩떼를 냅니다. 제가 사 온 것은 24개월 미만인 것 같습니다. 한숨을 푹푹 쉬면서 먹었습니다. (지나치게 맛있는 걸 먹을 때면 한숨을 쉬는 버릇이 있습니다.) 콩떼는 숙성장에 따라 맛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치즈인데, 이 콩떼는 과연 세간의 평가대로 그간 먹어 본 콩떼 중 으뜸입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으로 달려가세요. 다른 콩떼보다 맛과 향이 훨씬 복잡해 한입 씹을 때마다 맛이 계속 달라집니다. 위에서 열거한 맛들이 거의 다 느껴지면서, 삼킨 뒤에는 제가 좋아하는 중국식 돼지고기부추만두 맛이 입 안에 희미하게 남습니다. 다른 알파인 치즈와 마찬가지로 이 치즈도 껍질은 먹지 않는데, 껍질 쪽에서는 건어물, 건초, 차이브 느낌이 많이 나고 우마미가 농축돼 있어 속살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질감은 에멘탈보다는 덜 쫀득거리나 미세한 분말은 여전히 느껴집니다. 삶은 물밤 먹을 때와 비슷한 식감이 납니다. 전체적인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고소하고 차분하다'가 되겠습니다.

 

생산과 숙성 방식은 ☞ 그뤼예르, ☞ 보포르와 거의 같으니 이 두 치즈의 시식기를 참고하세요. 제조법이 거의 같은 알파인 치즈라서 맛도 식감도 서로 많이 비슷합니다. 그 말인즉슨, 이 세 치즈는 서로를 대체 치즈로 삼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입니다.

 

 

 

 

 

 

 

 

녹색 글씨에 카우벨 상징.

 

 


콩떼는 그냥 먹어도 좋고, 잘 녹기 때문에 요리에 넣어도 좋지만, 저렴한 치즈가 아니라서 저는 요리에 쓰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키쉬, 타트, 그라탕, 각종 소스, 퐁듀, 수프 등에 많이 쓰이고, 생선요리, 백색육에도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함께 하면 좋은 술로는 Chardonnay, Chenin Blanc, Viognier 등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콩떼는 맛, 질감, 외형 등을 꼼꼼히 살펴 1부터 20까지의 숫자로 촘촘하게 등급을 매기는데, 15 이상이 되는 것들은 Comté Extra, 12에서 14까지는 Comté로 표시를 하고, 12 미만은 Comté라는 이름을 쓸 수 없도록 프랑스 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치즈들은 Gruyère 이름을 달고 팔립니다. 요리에는 그뤼예르 등급을 사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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