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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독일 캄보졸라, 깜보졸라 Cambozola 본문
치즈 시식기를 한동안 안 썼더니 사진이 많이 밀렸습니다. 헷갈릴까 봐 접시 앞에 이름표를 두었습니다. ㅋ
독일 치즈는 처음 사 먹어봅니다. 이 치즈는 좀 독특한 구석이 있습니다. 독일 치즈라면서 이름이 어째 독일스럽지가 않고 이태리스럽죠. 프랑스 흰곰팡이 치즈인 꺄몽베흐와 이태리 푸른곰팡이 치즈인 고르곤졸라 이름을 따서 합쳤다고 합니다. 인기 있는 치즈 둘을 합쳐 손쉽게 시장에 내놓은 것처럼 보이나 제조법은 1900년경에 이미 개발되었고 1970년대 들어와서야 이름을 이렇게 붙이면서 대량생산에 나섰다고 하네요. 독일 치즈 회사 <케저라이 샴삐뇽Käserei Champignon>의 제품입니다. 발음 맞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맛있는 치즈입니다. 잘 만들었어요. 이렇게 맛있는 치즈에 독일 고유의 이름을 붙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습니다. 비슷한 치즈 중에 '바바리아 블루Bavaria Blu'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이름이 독일스러워서 좋네요.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겉에는 브리나 꺄몽베흐에서 볼 수 있는 흰곰팡이가 덮여 있고 속살에는 푸른곰팡이가 박혀 있으니 맛도 당연히 복합적으로 납니다. 질감은 전에 소개해드렸던 쌍 따귀르Saint Agur와 비슷한데, 캄보졸라에도 우유 외에 크림이 별도로 들어갔기 때문인 듯합니다. 캄보졸라는 유지방 함량이 높은 '트리플 크림 치즈'로 분류됩니다. 수분을 제거한 치즈 고형분 중 유지방이 무려 75%가 넘는다는 소리입니다. 버터에 가까운 수준이죠. 상당히 사악합니다. 맛 없으면 이상한 거죠.
영국인들은 이 캄보졸라를 편하게 '블루 브리Blue Bri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온살균한 소젖으로 만들고 공장creamery에서 대량생산 합니다. 독일인들도 치즈 만드는 데 소질이 있는 모양입니다. 치즈를 이렇게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도 소규모 농가farmhouse에서 만든 아티잔artisan 치즈 같은 기찬 맛을 내는군요.
식감은 마치 냉장고에서 꺼낸 지 20분쯤 지난 버터를 씹을 때와 유사하며 색상도 버터와 거의 같습니다. 흰곰팡이, 푸른곰팡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다쓰 부처 입맛에는 아주 잘 맞았습니다. 푸른곰팡이와 흰곰팡이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질감과 맛 모두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까다로워 치즈 회사들이 너도나도 흉내 내려고 애는 쓰지만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곳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희소성 때문인지 값이 아주 싸지는 않습니다. 현재 영국에서는 킬로그램당 12.57 파운드를 줘야 합니다. 175g짜리가 2.20파운드, 우리돈으로 4천원쯤 하는 건데 저는 떨이로 싸게 사 왔습니다.
정말 버터 같죠?
푸른곰팡이의 양이 적은 데다 고르게 분포돼 있지가 않아 블루 치즈 특유의 강렬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 때문에 블루 치즈 초심자에게 권하기는 좋겠습니다. 흰곰팡이와 푸른곰팡이의 비율이 적절해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처음 먹어본 독일 치즈가 이렇게 맛있으니 독일 치즈,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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