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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브리 드 모 Brie de Meaux

단 단 2014. 4. 16. 00:30

 

 

 

 

 

'정통' 브리를 사 왔습니다. 프랑스와 거리가 가까워 영국에서는 유통기한이 짧은 프랑스 신선 치즈나 연질 치즈들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대개 6주에서 8주 숙성시킨다는데, 이 제품은 8주간 숙성시킨 제품입니다. 생유 치즈라 임산부와 노약자는 먹을 수 없고, 수송아지 위장에서 추출한 동물성 효소를 쓰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없습니다.

 

정통이라서 좀 비쌉니다. 전통 제법으로 만든 프랑스 AOC나 AOP 치즈들은 원래 값이 좀 나갑니다. (둘 다 같은 뜻. 전자는 프랑스 고유 표기, 후자는 유럽연합 권장 표기. 영국 치즈들은 PDO로 표기.) 비싼 치즈라 싸구려 비닐 따위에 싸질 않고 이렇게 고급 왁스 종이에 싸서 팝니다. 단단은 이렇게 비싼 치즈를 사 먹는 고급스런 인간입니다. 에헴.

 

 

 

 

 

 

 



이크, 스티커를 미처 떼질 못했네.;;
시,실은 7,200원짜리 치즈를 2,400원에 사 왔어요.
제가 이렇게 떨이 치즈를 잘 사 먹습니다.
유통기한이 다 돼 값이 3분의 1로 떨어졌길래 냅다 집어 왔지요.
영국에서는 치즈 한 조각이 7,200원이면 상당히 비싼 축에 듭니다.

 

 

 

 

 

 

 



그런데 사실, 떨이 치즈 샀다고 꿇릴 필요가 전혀 없는 게, 브리를 유통기한 다 된 것으로 사면 오히려 유리한 점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출하 이후에도 계속 숙성이 진행돼 이때쯤이면 풍미가 최고조에 이르거든요. 최적의 상태에 이른 브리의 모습을 잘 봐 두세요.

 

 

 

 

 

 

 


숙성 브리matured Brie de Meaux - Strength 5

 

 

 

 

 

 

 

 

 어린 브리young Somerset brie - Strength 2

 

 

 

숙성 브리와 어린 브리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살 때 치즈 전문점이나 수퍼마켓 치즈 카운터 점원한테 이것저것 물어 보거나 치즈 포장을 유심히 살펴보는 겁니다. 포장에 숫자나 문구로 숙성 정도를 표시하는 제품들이 많거든요.

 

생김새를 보고 판단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숙성이 덜 된 어린 브리는 바로 위 사진에서처럼 흰곰팡이가 껍질rind 위에 고운 벨벳처럼 빼곡하고 두툼하게 덮여 있습니다. 숙성이 진행되면 그 위 사진에서처럼 표면이 차츰 거칠어지면서 연한 갈색이 군데군데 드러나기 시작하죠. 보기에도 벌써 좀 더 메마르고 뻣뻣해 보이죠. 참고하시라고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어린 영국 브리 사진과 숙성 프랑스 브리 사진을 나란히 올렸으니 표면을 한번 비교해 보세요.

 

오늘 소개해 드릴 프랑스 '브리 드 모'는 숙성이 한참 진행돼 최고조에 이른 강도 5짜리 브리이고,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영국 서머셋 브리는 강도 2짜리 어린 브리입니다. 숙성 치즈들이 대체로 더 진하고 풍부한 맛을 내서 맛있긴 하나 브리의 경우는 어린 브리도 나름의 장점을 지닙니다. 기분에 따라, 취향에 따라 골라 드시면 됩니다.

 

 

 

 

 

 

 

 

숙성 브리matured Brie de Meaux - Strength 5

 


숙성 브리는 껍질 표면에 갈색 기운이 돌면서 다소 거칠고 메말라 보이는 반면, 속살paste은 농익을 대로 농익어 냉장고에서 꺼낸 지 수 분이 지나면 어린 브리보다 훨씬 더 많이 흐릅니다. 하도 흐르고 끈적거려 브리 전용 칼을 써도 자르기가 힘듭니다. 끝을 조금 잘라 냈는데, 속살이 흘러 접시에 많이 들러붙었죠. 풀처럼 찐득해 접시에서 떼어 내기도 힘듭니다.

 

 

 

 

 

 

 


 어린 브리Young Somerset Brie - Strength 2

 


어린 브리는 속살 가운데에 흘러내리지 않는 비교적 단단한 심지가 남습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단단한데, 지금보다는 좀 더 흘러야 합니다.) 냉장고의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씹으면 이 가운데 심지 부분에서 요거트 같은 시큼한 맛이 납니다. 어린 치즈라 해도 풍미가 회복될 때까지 실온에 놓고 기다렸다가 드셔야 합니다. 숙성 브리에는 속살 가운데에 심지가 보이질 않는데, 잘 익었다는 표시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숙성 브리matured Brie de Meaux - Strength 5

 


어린 브리에서는 고소한 버터 맛과 생양송이의 우마미가 나는 반면, 생유로 만든 정통 숙성 브리에서는 탄산처럼 쏘면서 매우 깊고 풍부하고 오묘한 맛이 납니다. 어린 브리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 나죠. 숙성 생유 브리는 우리 한국인들 입맛에도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포장을 열면 우선 톡 쏘는 김치 냄새가 훅 올라옵니다. 냄새가 낯설어서 못 먹겠다는 한국인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조각 떼어서 맛을 보니 쇠고기 다시다를 넉넉히 넣고 끓인 시래기된장국과 갓 끓인 김치찌개 속 신 김치 맛 같은 아주 익숙한 맛이 납니다. 시래기된장국과 김치찌개를 알 턱이 없는 코쟁이들은 톡 쏘면서 비프 콩소메 맛이 동시에 난다고 표현하더군요. 탄산 느낌이 나면서 쇠고기의 우마미가 짙게 풍깁니다. 이 최적의 상태를 지나면 그때부터는 유쾌하지 못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고 하니 잘 살펴서 맛있을 때를 놓치지 말고 먹어야겠죠.

 

치즈 생산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살균유 치즈에 비해 생유 치즈들이 훨씬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낸다고 평을 합니다. 제가 똑같은 조건의 저온살균유 치즈와 생유 치즈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본 적이 없어서 가타부타 평을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생유로 만든 이 숙성 브리는 지금까지 먹었던 여느 저온살균유 브리에 비하면 확실히 맛과 향이 풍부하기는 합니다. 생유 치즈라 한국에서는 이 정통 브리를 수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최적의 상태에 달한 이 숙성 생유 브리를 먹고 나서 한국에서 그간 먹었던 브리들은 참 생기 없는 밋밋한 브리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먹는 사람 마음이겠지만, 이 치즈는 이 자체로 완벽하므로 요리에 쓰거나 열을 가하지 않고 그냥 즐기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록포르 맛보고 실망했다가 이 생유로 만든 숙성 브리 먹고 프랑스 치즈에 다시 애정의 불을 지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쓰 부처 입맛에는 ☞ 마르셀 쁘티트 콩떼, ☞ 보포르, ☞ 오쏘 이라티, ☞ 쌍 따귀르, ☞ 베르또 이푸아스,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린 이 숙성 생유 브리 드 모가 지금까지 맛본 프랑스 치즈들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습니다. 다른 치즈들도 계속해서 부지런히 맛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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