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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14 ◆ 네덜란드 하우다, 고다 Gouda 본문

세계 치즈

치즈 14 ◆ 네덜란드 하우다, 고다 Gouda

단 단 2014. 4. 26. 00:30

 

 

 

 

 

네덜란드.

지구상에서 치즈 수출을 두 번째로 많이 하는 나라[1위는 독일. 2010년 통계].

그러나 자국의 치즈 종류는 몇 개 안 되는 나라.

즉, 되는 놈만 죽어라 미는 방식의 치즈 산업 구조를 가진 나라.

 

영국과는 정반대죠. 네덜란드 전체 치즈 생산량의 60%가 하우다에 집중돼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 이 점이 바로 하우다를 세계적으로 이름난 치즈로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고요. 수요를 맞추느라 네덜란드 전역에서 만듭니다.

 

오늘은 네덜란드의 대표 치즈인 하우다를 소개합니다. 영미권에서는 '고다'라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 한국에서는 원어민 발음에 가까운 '하우다'를 맞는 표기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하'를 가래 뱉는 듯한 끓는 발음을 해야 하네요. 네덜란드 사람들과 하우다의 관계는 영국인들과 체다의 관계와 같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온갖 맛난 수입 치즈가 넘쳐나는 세상에 자국 내 소비량이 둘 다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높고 역사도 비슷한 수준으로 오래됐습니다. 하우다의 첫 기록을 1184년, 체다는 1170년으로 보는데, 기록이 남으려면 그 이전부터 존재를 했겠지요.

 

여느 오래된 치즈들과 달리 하우다는 그 이름을 처음 생산한 지역의 이름을 따서 짓지 않고 치즈를 품평하고, 무게를 재 세금을 매기고 거래하던 장소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지금도 여름철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 하우다 장이 선다고 하죠. 6월 중순부터 8월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서 12시 30분까지 열린다고 하니 네덜란드를 여행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방문해 보셔도 좋겠네요. 노란 왁스 입힌 둥글넓적한 하우다를 잔뜩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노란 왁스 입힌 하우다는 어린 치즈이고, 숙성 하우다에는 검은 왁스를 입힌다고 합니다. 제가 사 온 것도 검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에멘탈처럼 치즈에 간혹 구멍eye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의 치즈에도 왼쪽에 구멍 흔적이 좀 있죠. 제가 사 온 건 1년 정도 숙성한 제품입니다.

 

 

 

 

 

 

 



전통치즈답지 않게 색소와 보존료를 넣습니다. 색소는 식물성 천연 염료인 아나토annatto를 쓰니 나쁠 것 없지만 보존료인 질산염sodium nitrate을 넣는 것은 좀 의아합니다. 제가 사 온 제품만 특별히 그런 게 아니라 웬만한 하우다에는 질산염이 다 들어가 있더라고요. 자연치즈에 이런 보존료를 넣는다는 건 홍보나 판매에 별로 도움이 되질 않을 텐데, 이걸 넣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사정이라도 있나 봅니다. 12세기부터 기록이 있는 치즈인데, 옛 시절엔 이런 첨가물을 넣었을 리 만무할 텐데요. 

 

색소 문제도 사실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치즈에 색소를 넣는 이유는 보통 두 가지인데요, (1) 영국의 레드 레스터Red Leicester처럼 치즈에 진한 주황색을 내는 동시에 쌉쌀한 맛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아나토가 쌉쌀한 맛을 냅니다.), (2) 속성 생산한 치즈를 시간 들여 숙성한 치즈처럼 보이게 하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전자의 경우, 색이 하도 진해 누가 봐도 심미적인 목적으로 색소를 썼다는 티가 납니다. 후자의 경우는 대개 연하게 색을 내는데, 저렇게 흐린 주황색이면 목적이 오히려 좀 불순해 보인다는 거죠. 오래 숙성된 치즈들에서는 자연적으로 좀 더 진한 색이 나게 마련인데, 마치 잘 숙성된 치즈처럼 보이려는 수작 같거든요. 5년 숙성 체다에서도 저런 주황색은 안 납니다. 간혹 소가 먹는 풀의 성분 때문에 우유 색이 좀 더 노래지는 경우는 있지만 저렇게까지 색은 안 납니다. 하여간, 숙성 하우다의 주황색은 제 눈엔 좀 미심쩍어 보입니다.


또 한 가지 추정 가능한 이유가 있는데, 네덜란드가 본래 오렌지색의 나라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자국의 대표 치즈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는 있겠지요. 저 옛날, 당근도 오렌지색으로 개량해 먹던 사람들이니까요. 옛날에는 사프론saffron 넣은 식초에 완성된 치즈를 담가 겉을 노랗게 물들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어린 치즈는 표면에 노란색 왁스를 입혀 내보내죠.

 

 

 

 

 

 

 

 


위의 그림은 1613년에 플로리스 반 다이크Floris van Dijck가 그린 정물화입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이 뜹니다. 치즈 단면과 레이스를 어쩜 저렇게 잘 그렸을까요. 잘라 놓은 하우다의 단면을 보니 오래 숙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크림처럼 부드러워 보이질 않고 다소 까칠해 보이죠. 저 시절엔 왁스로 밀봉하는 기술이 없었을 테니 치즈가 숙성할수록 파마산이나 체다처럼 속이 마르고 거칠어졌겠지요. 저장성이 좋아 주변국으로 널리 퍼질 수가 있었고, 뱃사람들의 필수 지참품으로도 여겨져 그 옛날에도 수요가 대단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맛 평가

 

최곱니다. 맛있어요. 과연 네덜란드의 대표 치즈라 할 만합니다. 검은 왁스 껍질을 벗겨 낸 뒤 표면의 냄새를 맡아 보니 놀랍게도 태국의 볶음국수인 팟타이Pad Thai 향이 납니다. 피쉬 소스와 숙주가 어우러진 향이 나죠. 겉 부분만 얇게 도려 내 씹어 보면 땅콩버터맛이 납니다. 단단하면서 약간 건조합니다. 겉에서 3mm 정도 들어간 속살 부분부터는 땅콩버터와 체다를 합친 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땅콩버터맛이 체다맛보다 많이 나는데, 가운데로 갈수록 반대로 땅콩버터맛보다는 체다맛이 더 많이 납니다. 제조 공정상의 비법도 있는 데다 치즈 바깥을 왁스로 싸기까지 하므로 수분이 증발하질 않아 속살paste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입안에서 녹아내리죠. 어린 하우다를 안 먹어 봐서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 숙성 하우다의 맛은 훌륭했습니다.

 

 

하우다의 특징인 단맛과 탄력 있는 질감은 어떻게 생기는가

 

스타터 컬쳐를 넣어 산도를 높인 뒤 응고효소rennet를 넣고 기다리면 원유 속 단백질casein이 분리되면서 순두부 성상으로 뭉치기 시작합니다. 이를 응유curd라고 합니다. 이를 잘게 자르면 응유에서 유장whey이 분리됩니다. 이 상태에서 온도를 높이고 수조를 휘저어 주면 응유가 수축하면서 응유에서 유장이 더 빠져 나옵니다. 이 과정을 'scalding and stirring the curd'라 하며, 이 과정을 거쳐 생산된 치즈를 'cooked cheese'라고 부릅니다. 장기 숙성시키기에 알맞은 단단한 질감이 됩니다.  

 

한편, 응유 자르기, 온도 높여 휘저어 응유 수축시키기, 이 두 단계를 거쳐 응유에서 유장을 분리하고 나면 수조vat에서 유장 일부를 빼서 버립니다drain. 버린 유장의 양만큼 맹물 온수를 추가해 준 뒤 수조를 휘저으면 응유에서 유장이 더 빠져 나오고 유장의 농도가 추가해 준 물에 섞여 희석됩니다. 유장이 희석되었으므로 유장 속에 있던 젖당lactose의 양이 당연히 줄어듭니다. 젖당이 젖산lactic acid으로 변하면서 시큼한 맛이 나게 되는 건데 젖당이 줄었으니 젖산의 생성도 줄 수밖에요. 시큼한 맛이 줄어 단맛이 더 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이 과정을 하우다 특유의 공정인 'washing the curd'라 하며, 하우다에 단맛과 동시에 탄력supple 있는 질감을 생성합니다.  

 

 

기왕이면 네덜란드산 하우다로

 

체다처럼 하우다도 이제는 전세계에서 너도나도 아무나 만들어 아류가 참 많이 생기고 엉터리도 많아졌지요. 이런 때는 원작자를 존중하는 관습에 따라 가급적 본고장인 네덜란드에서 생산한 것으로, 본고장 것들 중에서도 전통 제법에 따라 꼬장꼬장 제대로 만든 것들을 사 먹어 주는 게 예의일 것 같습니다. 2010년에 와서야 네덜란드 정부가 발 벗고 나섰고 유럽연합에 의해 보호를 받게 되었다는데, 이런 치즈들에는 이제 'Gouda Holland'라는 표기와 'PGI' 인장을 붙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간 하우다 만들어 재미 보던 타 국가들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하죠. 제가 사 온 것에는 그냥 'Traditional Dutch Gouda'라는 표기만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네덜란드 우유를 가지고 네덜란드 전통 제법을 써서 네덜란드에서 생산한 제품입니다. 영국 수퍼마켓에는 세계 각국의 웬만한 정통 치즈들이 다 들어와 있는데 아직까지는 저 표시와 마크가 있는 하우다는 보기 힘드네요. 제가 사 온 것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하우다가 아닌 소규모 농장의 '아티잔boerenkass' 하우다 제조 영상입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치즈 원반을 가져다 숙성시키는 장인은 따로 존재합니다. 장인 여성의 자부심이 대단해 보입니다. 힘도 좋아야겠어요.

 

 

 

Gouda Holland  

 염소젖 하우다

 18개월 숙성 '올드 암스테르담' 하우다

 6개월, 10개월, 18개월 숙성 '베임스터르' 하우다

20개월 숙성 '베임스터르' 하우다

 1000일 숙성 '란다나' 하우다

☞ 베임스터르 생산자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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