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브로치의 재발견 본문

사연 있는 사물

브로치의 재발견

단 단 2014. 12. 16. 00:00



단단이 영국에 와서 재발견한 작은 물건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브로치.


한국에 있을 땐 브로치란 그저 우리 할머니들 젊었을 때나 유행하던, 지금은 한물 간 장신구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국 와서 보니 이게 아직도 중요한 소품으로 취급을 받더라고요. 특히, 왕실 여자들이 어떤 브로치를 하고 공식석상에 나타났는지를 패션계와 언론이 중요하게 다룹니다. 얼마짜리냐 하는 금전적 가치를 논하기보다는 역사와 의미 등을 마치 골동품 다루듯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한국인들의 통념과는 달리 유럽 왕실은 검소합니다. 졸부와 돈 많은 셀렙들이나 비싼 옷 입고 비싼 물건 주렁주렁 바꿔 달고 나와 돈자랑하지, 왕족이나 뼈대 있는 가문 사람들은 돈자랑하지 않습니다. 졸부들이 얼마나 품위 없이 돈을 쓰고 있는지는 저 런던 해로즈Harrods 백화점 근처에 가면 실컷 볼 수 있습니다. 산유국에서 놀러온 졸부 자녀들이 돈 잔뜩 들여 조잡하게 꾸민 수억짜리 스포츠카 몰고 와서는 법규도 안 지키며 안하무인 행동하죠. 영국의 왕족이나 귀족들은 좋은 물건 몇 개를 평생 돌려가며 쓰고, 죽고 나면 후손들에게 물려 줍니다. 여왕 할머니가 늘 하고 다니는 저 진주 목걸이도 자기 엄마한테 물려받은 거라네요. 항상 저 목걸이를 하고 있어요. 팔십 넘은 할머니가 자기 엄마가 평생 하던 진주 목걸이를 물려받아 하고 있다니, 세월의 아득함이 느껴집니다.

 

 

 

 

 

 

 



왕실 여자들이 달고 나오는 브로치는 단순히 옷에 잘 어울리는 멋내기 차원을 넘어섭니다. 상징과 의미를 가득 담고 있죠. 왕실 소장 브로치들 중 상당수는 해외 순방 때 선물 받은 것들입니다.


캐써린의 이 단풍잎 브로치는 여왕이 젊은 시절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착용했던 브로치입니다[1951년].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가 캐나다 순방을 앞두고 자기 아내에게 사 주었던 브로치였습니다[1939년]. 찰스의 새 아내 카밀라도 캐나다 방문 때 착용을 했었습니다. 그러니 여왕의 엄마, 여왕, 여왕의 며느리인 카밀라, 그리고 손주 며느리인 캐써린까지, 무려 4대에 걸쳐 착용한 브로치란 말이죠. 잘 보관하고 있던 것을 증손주 며느리가 캐나다 방문 때 다시 달았습니다. 캐나다 사람들이 알아보고 반가워했어요. 옷도 빠알간 색으로 맞춰 입어 상징성을 극대화했고요. 옷도 기분에 따라 아무렇게나 입는 게 아니더라고요. 옷에도 다 의미를 담습니다.

 

 

 

 

 

 

 



아일랜드 명절인 성 패트릭의 날Saint Patrick's Day에는 아일랜드의 상징인 어린 클로버shamrock 브로치와 녹색 정장. 진짜 클로버도 잔뜩 달았네요.

 

 

 

 

 

 

 



원효의 달을 맞아 부부가 함께 빠알간 양귀비.

 

 



자랑질 - 나도 브로치 몇 개 있다우

 

아, 이런 걸 뉴스나 신문에서 자꾸 접하다 보니 단단도 브로치에 관심이 생기더란 말이죠. "영감, 난 보석이나 신발 가방 등의 명품 타령은 절대 하지 않는 착한 마누라인데, 어째 브로치만은 탐이 좀 나는구려. 크리스마스 때마다 나한테 브로치 하나씩 사 주시구려." 정중하게 목을 졸랐습니다. 다음은 단단이 일년에 한 번씩 선물 받았던 브로치 열전.

 

 

 

 

 

 

 

 


고양이 브로치입니다. 어릴 때 동물들하고 늘 함께 자라서 지금도 개, 고양이, 새, 개구리, 도롱뇽, 도마뱀 등, 동물은 원숭이 빼고 다 좋아합니다. 아니, 원숭이는 왜? 사람들이 자꾸 우리 조상이라고 하니 기분이 나빠요. 그래도 눈 천천히 끔뻑끔뻑, 점잖고 몸집 큰 고릴라는 좋아합니다. 동물을 좋아하니 개 브로치를 모을까 고양이 브로치를 모을까 고민하다 고양이로 정했습니다. 이건 선이 부드럽고 우아해 보이죠? 순도 92.5%의 스털링 실버입니다. 은이라서 비싸지 않아요. 저는 너무 비싼 물건 몸에 지니고 다니는 걸 싫어합니다. 길 가다 봉변 당해요. 싼 물건에 의미를 잔뜩 부여하는 걸 좋아합니다.

 

 

 

 

 

 

 



이건 정장용.
카리스마 넘치죠?

 

 

 

 

 

 

 

 

 

화기애애, 캐주얼한 자리에는

사뿐사뿐 살랑살랑 즐거운 고양이.
영국 작가의 작품입니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아르 데코 + 큐비즘 고양이.
대체 어디로 간 게냐. 어디 옷에 매달려 있을 텐데...

 

 

 

 

 

 

 

 

 

따뜻한 곳 찾아 벽난로 앞에 또르륵 웅크린 겨울 고양이.
요즘 같은 겨울철에 달고 다닙니다.
이것도 영국 작가의 작품입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장신구 디자이너가 당대 유행하던 재료인 플라스틱을 여러 겹 붙여 만든 오리지날 아르 데코 + 큐비즘 고양이 브로치. 키가 무려 7cm 넘는 녀석이라 멀리서도 사람들이 다 쳐다봅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럭셔리해 보이고 근사합니다. 흠집 날까 봐 특별한 날에만 조심히 데리고 다닙니다.

 

 

 

 

 

 

 

 

 

성탄절이 다가오니 이제는 이 선물 고양이로 바꿔 달고 돌아다녀야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