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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하보드 Hafod 본문
▲ 웨스트 웨일즈, 케레디기온Ceredigion, West Wales
웨일즈의 가장 오래된 유기농 농장에서 2008년에 창작해 선보인 치즈입니다. 신생 치즈이지만 생유와 동물성 효소를 써서 전통 방식으로 만듭니다. 치즈 이름이 웨일즈어로 되어 있어 다소 이국적으로 들리죠. 웨일즈는 영어와 자기네 언어를 둘 다 공식어로 씁니다. 웨일즈어에서는 'f'가 'v'로 발음돼 치즈 이름이 '하포드'가 아니라 '하보드'로 발음되는 겁니다. 웨일즈에서 만들긴 하지만 젖은 스코틀랜드 품종인 애쉬어Ayshire를 데려다 짜서 씁니다. 웨일즈에 웬 스코틀랜드 품종 소냐? 웨일즈 서부는 비가 많이 오고 지형이 스코틀랜드와 비슷해 좀 험하거든요. 하보드 만드는 농장이 위치한 곳이 언덕hill이 많고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 이런 환경에서도 잘 살 수 있는 튼튼한 소가 필요해 애쉬어 소를 키운다고 합니다. 흔히 보는 홀스타인 소에 비해 몸집이 작고 젖 산출량이 적어 얻을 수 있는 우유의 양이 홀스타인의 반도 안 된다고 합니다.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젖입니다. 양은 적지만 대신 단백질과 버터밀크 함량이 높아 치즈 만들기에 좋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 체다 제법을 쓰고, 알파인 치즈와 영국의 ☞ 링컨셔 포처 기법에서도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스타터 컬처는 ☞ 스티첼튼 만들 때 쓰는 것과 같은 것을 씁니다. 치즈도 요즘 만들어지는 영화나 예술 작품들과 같아서 기존 '작품'들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맛을 보니 확실히 '체다링' 기법으로 생산된 치즈들에서 나는 공통적인 체다 느낌이 납니다. 10개월에서 18개월까지 숙성을 시킵니다.
천으로 싸서 숙성시킨 'cloth-bound' 치즈입니다. 껍질에 천 자국이 보이죠? 영국 전통 경성 치즈들의 특징입니다. 아무 경성 치즈나 다 이렇게 천으로 싸는 게 아니라 요즘은 공들여 만드는 수제 아티잔 치즈에나 적용을 합니다. 껍질에 천 자국이 있으면서 공장제 치즈에 비해 무언가 덜 균일하고 거친 느낌이 나면 십중팔구 전통식으로 만드는 아티잔 치즈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값도 더 비쌉니다. 치즈 전체에 걸쳐 균일한 질감과 맛을 내는 공장제 대량생산 치즈에 익숙한 현대의 도시 소비자들한테는 특유의 그 '자연의 맛' 때문에 다소 낯설 수 있어요. 마치 공장제 된장과 콩이 숭숭 박혀 있는 집된장의 차이랄까요. 뭐랄까, 인간의 혀에 아부하지 않는 듯한 맛이 납니다. 마치 '자연치즈란 원래 이런 것이다, 니들이 나한테 적응해라' 하는 맛. 저도 영국 와서 이런 클로쓰-바운드 치즈들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대지의 맛', '어른의 맛'이 납니다.
향
홍삼 향이 얹혀진 땅콩 향이 물씬 납니다. 향이 아주 고소해요. 1년만 숙성해서 그런지 장기 숙성한 클로쓰-바운드 치즈들에서 나는 곰팡내나 흙내음은 안 납니다.
맛
마치 소금 절임한 삶은 밤 같은 느낌이 납니다. 매우 고소합니다. 고소한 맛이 물씬 나는 가운데 달고 짭짤하고 씁쓸하면서 쏘는 산미도 느껴집니다. 레몬 산미가 아니라 좀 더 강한 차이브chive 산미랄까요. 양파 산미까지는 아니고. 향과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홍삼 맛과 땅콩 맛이 있어요. 복잡한 맛이 납니다.
질감
질감이 좀 독특해서 촉촉한 물밤 삶은 것과 푸석푸석한 밤 삶은 것을 동시에 씹는 듯합니다. 오래 숙성해서 생기는 젖산칼슘calcium lactate 결정이 막 형성되기 시작해 결정이 씹힙니다. 장기 숙성 체다에서 느껴지는 그 '서걱서걱'한 날카로운 결정이 아니고 그보다는 좀 더 둥글면서 둔탁한 결정이 씹혀요. 브라질 넛 씹을 때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체다에 비하면 탄성이 좀 있습니다. 칼로 썰어보면 일부는 칼에 들러붙고 일부는 부스러져 떨어집니다.
치즈보드에 올려 그냥 먹기에도 좋고, 잘 녹는 성질이 있어 그라땅이나 치즈 베이크 등 열을 가하는 요리에 써도 좋습니다. 애주가들은 차갑게 식힌 영국 에일을 곁들이면 좋다고 추천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치즈 하면 무조건 와인을 떠올리는데, 여기 와서 보니 와인뿐 아니라 에일, 싸이더, 포트 등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술을 곁들여 치즈를 즐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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