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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사 먹은 독일음식들 본문

영국 여행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사 먹은 독일음식들

단 단 2015. 12. 6. 00:00

 

 

 

 

 

백화점과 상점들이 밀집한 남쪽 번화한 동네Southampton에 놀러갔다가 뜻하지 않게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저기 저 병정 인형과 이런저런 장식, 판매 상인들의 얼굴 등을 보니 왠지 영국식이 아닌 겁니다.

 

 

 

 

 

 

 



으음...
초입부터 돼지고기가 등장하는 걸로 보아...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독일인들이 와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었습니다. 다들 영어가 어눌한 걸 보니 원래 여기 살던 독일인들이 아니라 정말 독일에서 온 사람들 같았습니다. 유럽연합이 좋긴 좋네요.


독일을 크리스마스 마켓의 본고장으로 여기지요.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크리스마스 풍경들은 빅토리아 왕조 시대 때 독일풍이 섞여 형성된 영국풍이 미국을 통해 전해진 것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선왕들도,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도, 모두 독일인이었죠. 크리스마스 트리 세우고, 집안 여기저기 장식하고, 홀리 따다 곁들이고, 크리스마스 카드 주고받고, 다양한 음식 차려 만찬 즐기고... 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때 굳혀진 크리스마스 풍습입니다. 우표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카드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1843년]. (신대륙에서 온 칠면조를 크리스마스에 먹은 최초의 영국 군주는 헨리 8세로 기록.)

 

빅토리아 여왕의 낙 중 하나가 남편 알버트 공과 운우지정 나누는 일이었다는데 그 결실로 아이를 많이 낳게 되었고, 아름답게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모인 여왕과 그 가족들의 모습이 공개되자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곧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라는 개념이 영국 전역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조지 왕조 시대만 해도 "애덜은 가라", 어른들만 신나게 노는 분위기였는데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들어와 바뀌었다고 하죠.

 

 

 

 

 

 

 


"오옷, 여왕님과 그 가족이 손수 꾸민 트리래.

우리 집도 저런 거 해야겠다."
이 삽화가 대중에게 공개된 후

영국에 독일풍 크리스마스 트리 대유행.

 

 

 

 

 

 

 

 


캬, 독일 소세지들입니다.
꼭 저렇게 거대한 원형 그릴에 굽더라고요.
사진을 눌러서 크게 보세요. 더욱 먹음직스럽습니다.

그간 꼬득꼬득 고기 씹는 느낌이 물씬 나는 영국식 짧고 통통한 생소세지만 먹었으니 이런 날은 뽀득탱탱 간식 같은 독일 소세지들을 사 먹는 것도 좋겠지요?

 

 

 

 

 

 

 



어맛? 그런데 소,소세지가 왜 저래요? (발그레)

 

 

 

 

 

 

 



추운데 다들 아랑곳않고 놈놈놈nom nom nom.
(영국인들은 냠냠 먹지 않고 놈놈 먹습니다.)

 

제가 상대방이 중산층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척도가 몇 가지 있는데요, 여기 중산층 사람들은 일단 저 부부처럼 뚱뚱하지가 않고, 무엇보다 바지 품fit이 안 맞아 저렇게 펑퍼짐하거나 너무 '빽바지'이면 안 되고, 바지 길이가 길어 저렇게 끝단이 바닥에 질질 끌려도 안 되고, 신발이 캐주얼 할 수는 있으나 더러우면 안 됩니다. 수년간의 <웨이트로즈> 수퍼마켓 출입을 통해 관찰해서 얻은 노하우입니다. 바짓단이 정말 기가 막히게 알맞은 곳에서 끊겨 있어야 하고, 바짓단 끝이 너덜너덜하거나 접혀 있어도 안 되고, 신발은 메이커는 알아볼 수 없어도 뭔가 재질이 좋아 보이면서 깨끗해야 합니다. 저 뒤에 있는 '간지남' 좀 보세요. 옆에 있는 청바지맨도 바짓단 길이가 적당하고 저 정도면 품이 나쁘지 않죠. 타고난 감각 덕일 수도, 혹은 직업 탓일 수도 있으므로 간지남 간지녀가 꼭 중산층이라고 단정할 순 없으나, 중산층이라면 어쨌거나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응?;; 

 

 

 

 

 

 

 



에잉, 길이만 길고 힘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다 희멀겋기만 하네.
(위험해, 그만해!)

 

 

 

 

 

 

 



적당한 길이의 브랏부어스트Bratwurst로 주문했는데
휴...
새까맣게 탄 걸 줬어요.
너무 익어 코끼리 가죽처럼 질기기만 하고 아무 맛이 안 났습니다. 양파도 간이 하나도 안 돼 있고 제대로 지지지도 않았어요. 독일 아가씨 너무하네. (바꿔 달라고 따지지도 못 하고 뒤에서 구시렁구시렁. 영국인 다 됐어. )

 

 

 

 

 

 

 



우리한테 탄 소세지 준 저 아가씨, 참 독일인처럼 생겼습니다. 저는 아직 서양인들을 나라별로 똑 부러지게 구별을 잘 못하지만 영국인들을 보다가 독일인들 보면 뭔가 이국적이라는 느낌이 대번 들기는 합니다.

 

 

 

 

 

 

 



소세지 매대 옆에서 슈니츨을 같이 팔길래 눈이 번쩍.

내가 드디어 슈니츨을 먹어 보는구나.
감격하며 가운데 있는 것으로 주문했습니다.

 

 

 

 

 

 

 



아우, 저 검댕.
주문 취소할까 말까 고민 되네.

 

 

 

 

 

 

 



탄 찌꺼기를 다 떼어 내고 나니 날이 추워 싸늘하게 식어 버렸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슈니츨에 레몬즙만 살짝 뿌려 먹는다고 하는데 길거리 음식 매대에서 비싼 레몬 조각을 곁들여 내줄 리는 없고, 슈니츨 먹을 때 독일인들은 무슨 소스를 얹어 먹는지 몰라 고민하다가 그냥 소스 없이 먹어 보았습니다.

 

 

 

 

 

 

 



으음...
맛 나쁘지 않네요.
소스 없이 먹으니 그야말로 고기 맛과 빵가루 맛이 물씬 느껴집니다. 맛 괜찮았어요.
일본식 한국식 돈카츠처럼 바삭한 식감으로 먹는 음식 같지는 않고 고기에 기름의 고소한 맛을 살짝 가미해 먹는 게 핵심인 것 같았습니다. 난생 처음 독일 사람이 만든 슈니츨을 먹어 봤다는 데 의의를 둡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뜨거울 때 먹으면 훨씬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에서 추운데 떨면서 기름진 음식 먹어 다쓰베이더 이 날 체했음.)

 

 

 

 

 

 

 



독일식 펍pub도 있었습니다.
둘 다 술을 안 마시니 소세지와 슈니츨 먹을 때 대신 펍을 바라보면서 먹었습니다. 맥주를 곁들이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술 주문 받는 곳.

 

 

 

 

 

 

 



술은 안 마셔도 노천 술집의 분위기는 아주 좋아합니다. 저봐요, 저, 영국인들, 안주도 없이 죄 깡술 마시는 거.

 

 

 

 

 

 

 



생음악 들으면서 혼자 여유롭게 독일 맥주 즐기던 아저씨. 영국 맥줏잔과는 또 다른 저 독일 맥줏잔.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베이스 주자.

 

 

 

 

 

 

 



장작불 연어구이 파는 집.

 

 

 

 

 

 

 



와아, 아주 제대로 굽네요.

 

 

 

 

 

 

 



자작나무 같죠?

 

 

 

 

 

 

 



며칠 후에 여기 또 와야 하는데, 그때는 이 연어구이를 먹어 봐야겠습니다.

 

 

 

 

 

 

 



독일 식료품 코너.
공예품 매대들도 있었는데, 공예품은 작가의 창작품이므로 함부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먹거리 매대들 중 몇 곳만 올립니다.

 

 

 

 

 

 

 



꼽사리 낀 폴란드 소세지.

 

 

 

 

 

 

 



드디어 독일 머스타드를 만나 봅니다.
독일 소세지 사다가 집에서 먹고 싶어 한 병 샀습니다. 맛을 보니 잉글리쉬 머스타드와도 다르고, 프랑스 디종 머스타드와도 또 다릅니다. 독일 소세지와 맛이 잘 어울렸습니다. 영국인들도 그렇고 서양인들은 고기를 머스타드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추장 양념이 줄 수 없는 매력적인 쌉쌀함이 있지요. 머스타드는 혀보다는 코를 자극하므로 먹으면서 기습적으로 '코뻥' 당하는 두근두근 즐거움이 있어요.

 

생각지도 못 했던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나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수퍼마켓에 들러 홋도그 번과 독일 소세지, 독일 피클을 샀습니다. 슈니츨 레서피도 좀 찾아 봐야겠습니다.

 

 

 

☞ 정통 오스트리아 돈까스 만들기

 

 

 

 

 

 

 

 

따끈하게 데운 통밀 번 반 갈라

독일 머스타드 얇게 펴바르고

독일 피클 넉넉히 깐 뒤

독일 소세지 얹어 먹으면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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