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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튼 ④ 브라이튼 피어 · 팔레스 피어 Brighton's Palace Pier 본문

영국 여행

브라이튼 ④ 브라이튼 피어 · 팔레스 피어 Brighton's Palace Pier

단 단 2015. 7. 1. 01:30

 

 

 

 

 

다쓰 부처가 함께 바닷가를 온 건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 더 놀라운 것은, 다쓰베이더는 아직 제주도도 못 가봤다는 사실.

 

 

 

 

 

 

 



'브라이튼 피어'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우리 같은 외국인, 외지인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히 지나치지만 브라이튼 토박이들한테는 이 간판이 영 마뜩잖답니다. 백년 넘도록 '팔레스 피어'라고 불리던 선창pier이었는데 소유주가 바뀌고 나서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하네요. 주민들의 항의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어쩝니까, 소유한 사람 마음이지요. 가디언 지에서는 주민 정서와 역사를 고려해 "Brighton's Palace Pier"라고 표기를 해줍니다. 영국 피어 연합회에서도 현재 'Palace Pier' 표기만 인정을 합니다. 브라이튼 토박이 만나면 "어, 팔레스 피어가 말이야~"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보세요. 여러분을 달리 볼 겁니다. 잘해줄 거예요. 

 

 

 

 

 

 

 



여기는 모래 해변이 아니라 자갈 해변입니다. 물이 들어와 자갈에 부딪는 소리가 "콰르르~" 하고 납니다. 태양 방향을 보고 찍느라 눈 부셔서 혼났어요. 제가 사진에 월리Wally, Waldo를 넣어 놨으니 오랜만에 월리를 한번 찾아보세요. 사진을 눌러서 크게보세요.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나 봅니다.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청소년 짝꿍들은 이런 사진 찍는 것조차 두근두근 설레겠지요. 낡은 부부는 그저 웃기만 하지요.

 

 

 

 

 

 

 



이 사진도 크게 한번 보세요.

유원지의 묘미 - 알록달록 놀이기구들과 다양한 군것질거리들, 그리고, 이런 사행심 조장하는 유치뽕짝 뽑기. 물고기들이 덜컹덜컹 파도 타며 경주하는 모습이 하도 재밌어서 껄껄.

 

 

 

 

 

 

 

 

 

아, 이제 본격적인 놀이공원 모습이 보입니다. 비명 소리와 요란한 음악 소리가 납니다. 저 노란색 파란색 레고 조립품처럼 생긴 것은 인간을 태우고 오만 방향으로 뒤집는 기구입니다. 저는 놀이공원 올 때마다 인간의 부조리함absurdity에 대해 골똘히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웰빙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인 인간이 그토록 힘들게 번 돈을 남에게 선뜻 바치고 이토록 제 몸을 괴롭히다니요. 나 좀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엎어치고 메쳐줘요.

 

 

 

 

 

 

 

 

 

나 좀 탈수해줘요.

 

 

 

 

 

 

 



나 좀 높은 데서 휘익 떨어뜨려줘요.

 

 

 

 

 

 

 

 


내 심장 좀 괴롭혀줘요.

아, 유령의 집 보니 프랑스 영화 <아멜리Amélie>(2001) 생각이.

 

 

 

 

 

 

 



이건 좀 괜찮네요.
동심과 낭만의 상징 회전목마.

 

 

 

 

 

 

 



사진을 눌러서 크게 한번 보세요. 유치하지만 칠이 나름 정교하고 눈이 즐겁습니다. 가끔 영국의 골동품 감정 프로그램에 이 회전목마에 쓰였던 채색 말들이 나올 때가 있는데요, 값이 어마어마합니다. 생각보다 아주 비싼 물건이에요. 우리 모두의 'childhood memory'를 자극하는 물건이라 찾는 사람이 많아 그렇지요. 수공예품이기도 하고요.

 

 

 

 

 

 

 



앗? 말이 지나가고 난 중앙에 오르간이?
허헛, 여기서 오르간을 다 보게 될 줄이야.
밑에는 '실로폰'입니다. (실로폰은 나무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건 금속이라 글로켄슈필에 더 가까워요.)


아마 전세계에서 파이프 오르간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이 영국이 아닐까 싶은데, 교회, 궁전, 성, 귀족 대저택, 시청 건물, 길드홀 건물, 사립 중등학교와 대학(꼭 음대가 아니더라도), 공연장, 블랙풀 같은 대형 무도회장, 연회장, '티 단스tea dance 홀' 같은 사교장, 그리고 이런 놀이기구에까지, 어딜 가나 오르간을 볼 수 있어요. 저 파이프에서 작고 재미있는 오르간 소리가 실제로 나서 다쓰 부처 둘 다 기특해했습니다.

 

 

 

 

 

 

 



덱체어deckchairs.
오후라서 사람이 적었습니다.
저희는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았습니다.
벤치에 앉아 무얼 했느냐?

 

 

 

 

 

 

 



으흐흐흐~
바닷가에 왔으니 기념으로 피쉬 앤드 칩스를 먹어줘야죠.

 

옛날엔 이 브라이튼에서도 고기를 잡았다는데, 고기잡이 수입이 점차 시원찮아지고 내륙 사람들이 '바닷물 치료' 하러 이곳으로 몰려들자 어부들이 업종을 바꿔 바닷물에 사람을 담갔다 꺼내주는 일들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옛 시절엔 바닷물이 몸을 치료해준다는 희한한 믿음들이 있어서 내륙의 의사들이 몸 아픈 사람들에게 바닷가 가서 몸 담그고 오라는 처방을 많이 내렸거든요. 런던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가 이 브라이튼이다보니 '치료' 목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하죠.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아요. 바다 보고 나면 일단 속이 후련하잖아요.

 

 

 

 

 

 

 



으,
사진 보니 또 먹고 싶네.


전망 좋은 그늘 벤치에 자리를 잡은 뒤 제가 가서 시켰는데 '라지'로 달라고 했더니 '미디엄'으로 먹으라고 동전 몇 개를 도로 돌려줍니다. 장사가 하도 잘 되니 장사꾼이 욕심도 안 부립니다. ㅋㅋ

 

다쓰 부처 둘 다 놀랐습니다. 값은 런던 치피chippy들의 반도 안 하는데 맛은 끝내줍니다. 브라이튼에 치피가 좀 많은 편이라서 경쟁하느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유원지는 원래 뭐든 비싸기 마련인데 여긴 어째 더 쌉니다. 피어에는 이 치피말고도 다른 음식 매대들도 많았습니다.

 

 

 

 

 

 

 

 


아우, 맛있쩌.
돌 님과 뿌까 님 두 분 다 바닷가에서 먹은 피쉬 앤드 칩스가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다고 하셨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실제로 맛있기도 했지만 바닷바람이 특별한 양념이 돼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집 감자튀김은 매쉬처럼 살살 녹아 신기했습니다. 바삭한 게 아니라 부드럽게 씹힌 뒤 넘어가더라고요. 눅눅한 것과는 달라요.


소스는 자기가 알아서 집어오는 거니 저처럼 점원이 볼 때 조금 집고, 안 볼 때 왕창 더 집어오세요. 우리 한국인들은 국물 많은 음식, 소스 많은 음식을 먹던 민족이라 물기 없는 코쟁이들 음식 먹는 걸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지요. 간이 안 돼 있으니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소금과 몰트 비니거 쳐서 갖고 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피쉬 앤드 칩스 맛있게 먹는 법은 이제 다들 잘 아실 거예요. 제가 예전에 자세히 설명해드렸지요. 처음 오신 분들은 이 글을 참고하세요.
☞ 피쉬 앤드 칩스 잘 먹는 법

 

 

 

 

 

 

 



피어에서 음식을 드실 때는 저 갈매기 녀석들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덱 체어에 앉아 먹던 어느 여성이 자세 고쳐 앉느라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갈매기 한 마리가 손에 든 음식 일부를 순식간에 낚아채 갔어요. 먹고 있는 사람 위에서 저렇게 날개도 퍼덕거리지 않고 바람 타고 가만히 떠 있다가 기회다 싶으면 쏜살같이 달려듭니다. 먹을 때는 저희처럼 지붕이 있는 벤치에 앉으시는 게 좋아요.

 

 

 

 

 

 

 



영국 갈매기,
영국에 휴가 온 독일 갈매기,


"마인mine!"
"마인mein!"

 

 

 

 

 

 

 

 


바다 보면서 눈도 쉬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사람 구경도 하고, 멋진 궁전에, 박물관에, 티룸까지, 이날 자알 놀았습니다. 다쓰 부처가 처음으로 함께 바다를 본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브라이튼 여행기는 단단의 생일을 맞아 지급된 '빅브라더 문예진흥기금'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참, 월리 또 넣어 놨습니다. 이것도 사진을 눌러 크게 보세요. 이번에는 인물들이 너무 작아 난이도가 좀 높습니다. 두 번 다 찾으신 분들께는 소정의 칭찬과 가상 홍차 한 통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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