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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랙스톤, 래그스톤 Ragstone 염소젖 치즈 본문
▲ 닐스 야드 데어리 버러 마켓점에서 사 온 래그스톤.
▲ 단면. 냉장고에서 막 꺼내 아직은 뻣뻣.
▲ 200g짜리 원통을 반 자른 것.
▲ 무른 치즈들은 차가워서 치즈가 아직 단단할 때
먹을 만큼 미리 썰어 놓아야 칼에 덜 들러붙고 편하다.
▲ 실온에 둔 지 30분 뒤.
바깥쪽부터 윤기가 돌면서 점차 흐르기 시작.
▲ 한 시간 뒤. 가운데 심지 면적이 더욱 좁아졌다.
이때 먹으면 풍미가 회복되어 맛이 진하고 식감도 좋다.
• Cheesemaker: Charlie Westhead
• Region: Herefordshire
• Milk: Raw goat's milk
• Breed: British Alpine and Toggenburg
• Milk Source: Bought-in milk
• Coagulant: Animal rennet (Kid's)
• Minimum weight: 200g
버러 마켓의 닐스 야드 데어리에서 사 온 원통형의 염소젖 치즈입니다. 반만 잘라서 사 왔습니다. 곰팡이는 페니실리움Penicillium과 지오트리쿰Geotrichum을 둘 다 쓴다고 합니다. 구매 후 최적의 환경에서 최장 25일 정도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는 하나 여염집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죠. 그냥 사 오자마자 빨리 드세요.
이 치즈의 맛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땅콩 밀크 캬라멜에 레몬 즙과 후추를 뿌려 먹는 맛'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마미도 짙습니다. 껍질에서는 '퐈'한 매운 맛이, 껍질과 껍질 바로 밑 끈적하게 흐르는 부분에서는 고소한 견과류 맛이, 껍질 밑 흐르는 부분과 속살에서는 신선한 젖산 풍미가, 속살 중심부에서는 쨍한 산미가 나면서 맛이 점진적으로 변해 갑니다. 속살은 밀도가 높으면서 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바로 전에 소개해 드렸던 같은 형태의 염소젖 치즈 이니스 로그Innes Log와 외형은 비슷하지만 맛은 많이 다릅니다. 이니스 로그는 깔끔하면서 청량한 첫맛을 지닌 반면 이 래그스톤은 시작부터 농후하면서 복잡한 맛을 냅니다. 각각 개성이 있고 둘 다 맛있으나 래그스톤은 강한 땅콩 맛이 나서 더 고소하고 더 맵습니다. 복잡한 맛은 아마도 생유를 쓰고, 동물성 응고제를 써서 굳히고, 좀 더 오래 숙성시키는 데서 오는 것 같습니다.
이니스 로그보다 이 래그스톤이 더 숙성된 치즈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느냐? 껍질 밑 흐르는 부분의 면적이 훨씬 넓다는 데서 알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들에서 마지막 두 장을 눈여겨보세요.) 맛을 보아도 더 복잡하면서 더 고소한 맛이 난다는 걸 알 수 있고요. 숙성할수록 다층적인 맛이 나면서 향미가 짙어집니다.
특히, 이 치즈는 동물성 응고제 중에서도 수송아지가 아닌 어린 수염소kid의 위장에서 추출한 효소를 씁니다. 염소젖 치즈이므로 아기 염소의 것을 쓰는 것이 저는 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치즈 생산자들 중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요.
이 치즈는 그간 먹어 본 흰곰팡이 연성 염소젖 치즈들 중에서 가장 농축된 진한 맛이 나면서 가장 맛있습니다. 반 잘라서 사지 말고 한 개 다 살걸 그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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