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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문화의 특징 두 가지가 단박 이해됐어 본문
건조식품
목구멍에 깨진 호두 껍질이 꽉 차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워 새벽에 깨다.
습도계를 봤더니
습도 18%.
오후에 다시 봤더니
습도 16%.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을 지경.
사람 살려.
참고로, 인간이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한 적정 습도는 40-60%.
한국인이 바싹 말린 식품을 먹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제서야 섬광 같은 깨달음이 왔다. 한국에서는 겨울과 봄에 농산물을 그냥 실온에 두기만 해도 삽시간에 건조식품이 되겠다. 힘들여 식품 저장법 연구하지 않아도 되겠어.
탕반문화
영국 살 때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가래를 귀국 삼일만에 뱉고 모골이 송연. 적응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한데 우선 숨쉬기 걱정부터 해야 할 판이다. 극심한 건조에, 설상가상, 청소 잘 된 실내에 있는데도 바깥 먼지 냄새가 다 느껴질 정도로 대기 중에 먼지가 많아 보통 힘든 게 아니다. 호흡기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나가서 가습기와 분무기부터 사 와야겠다. 황사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데 창밖은 누렇고 부연 데다, 난방은 하지도 않았는데 실내 온도는 23˚C를 넘고, 얼굴 표면은 가뭄의 논바닥처럼 쩌억, 피부가 하도 당겨 지금 웃지도 못 한다. 눈알도 깨져 빨간 핏줄이 다 섰다. 눈코입이 너무 따갑다. 다들 어떻게 대처하고 계셨는지 모르겠다. 하도 건조해 어디 가서 밥 사 먹을 일 있으면 저절로 국물 있는 음식을 시키게 된다. 환경부에서도 먼지 많은 날에는 물을 자주 마셔 주는 게 좋다는 홍보를 다 한다. '찢어지게 가난해 적은 재료로 여럿이 나눠 먹으려다 보니 국물 음식이 발달하게 되었다', '염분 섭취를 줄이려면 국물은 남기고 건더기만 먹어야 한다'는 소리 많이들 하던데, 다 집어치고, 이렇게 건조하고 먼지 많은 한국에서는 소스 흥건하거나 국물 많은 음식을 자주 먹어 주는 게 신상에 이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음식점들이 작은 사발에 시답잖은 국물이라도 찔끔 담아 내주는 관행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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