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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늙었음

단 단 2021. 4. 6. 22:52

 

 

코 앞의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인다거나, 어깨가 뻣뻣하다거나, 어디 가면 앉을 자리부터 찾는다거나... 몸뚱이가 늙어 가는 것에는 이제 익숙해졌고 그러려니 하는데, 정신도 늙어 가는 것이 틀림없는 게, 뷔페나 푸드 코트에서 밥 먹는 거, 어휴, 번거롭고 정신 사나워 이젠 못 하것다. 푸드 코트에 왜 중장년과 노인이 적은지 이제야 알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권여사님을 만나 여의도에 새로 생긴 <더현대> 백화점의 입점 식당 전체를 빠짐없이 방문해 보는 '도장 깨기'를 하기로 했다. (권여사님이 이런 이벤트를 몹시 좋아하신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음식 제공을 겪게 되는데, 6층 식당가 음식점들은 그럭저럭 괜찮으나 지하 1, 2층 푸드 코트는 앉아서 먹는 것도, 인파에 섞여 줄 섰다가 포장해 가는 것도, 너무 번잡하다. 어서 먹고 일어나 주기를 바라며 주변에 서서 빤히 내려다보는 대기자들도 부담스럽다. 어려서 친구들과 또는 애인과 꺄르륵거리며 즐겼던 식문화가 나이 들어서는 불편해진 것이다.

 

직원이 주문 받아 가고 음식 날라다 주는 식당에서도 가운데 놓인 음식을 여럿이 나눠 먹어야 할 때가 있는데, 심지어 이제는 이것도 성가시다.;; 한식 한상차림집, 전골집, 고기구이집, 가기 싫다. 내 식탁에서 직원이 조리해 준다 해도 싫다. 가운데 놓인 음식 놓고 더 먹게나 서로 옥신각신해야 하니 피곤하다. 우리 집은 부부 사이라도 각자 찬 놓고 먹는데.

 

그러니 1인 쟁반에 개인별 찬과 주식을 따로 담아 내주는 식당,  찔끔 담은 여러 코스의 음식을 개인별로 잘 담아 내주는 느긋한 식당을 선호하게 된다. 서울은 어딜 가나 사람이 너무 많아 식당에 자리 차지하고 앉기까지 긴 줄을 서거나 대기해야 할 때가 많은데 먹을 때만이라도 제발 몸 편하고 마음 편하고 싶다. 내 손으로 밥 차려먹다 넌더리나 밖에 나온 거니 주방에서 잘 조리해 1인분씩 담아 내 식탁으로 갖다 달라. 그릇 옮겨 가며 덜어 먹는 것도 귀찮다. (→ 만사가 귀찮아진 늙은 단단.)

 

 

 

 

 

 

 

오, 이렇게 내주는 한식 좋아요.

내 식탁으로 주문 받으러 오고, 주방에서 조리 마쳐

찬까지 1인분씩 다 따로 담아 갖다 주고 치워 가는.

주부에게는 꿈의 밥상.

여의도 <더현대> 6층의 전주비빔밥집 <가족회관>.

비빔밥에 웬 반찬이 저리 많이 나오냐 여기겠지만

'일주일에 서른 가지 이상 식물 먹기'를 실천 중인

단단에게는 부족한 채소 섭취를 만회할 소중한 기회.

이 밥상에는 총18종의 식물이 포함.

 

 

 

 

 

 

 

단단이 가장 선호하는 형식의 밥상은 주방에서 미리

1인분씩 칼 같이 나눠 예쁘게 담아 내주는 코스 밥상.

몸도 마음도 편하면서 음식마다 온도도 최적.

여의도 <더현대> 6층의 컨템포러리 중식당 <도원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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