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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곁들이는 생파, 생양파의 맥락과 썰기에 대하여 본문
외식할 때 아직도 파 문제로 고통을 받습니다. 안 넣어도 될 곳에 타성으로 넣는 경우도 많고, 맥락 파악 못하고 너무 많이 넣는 경우도 허다하며, 잘못 썬 모양 때문에 문제가 될 때도 있죠. 식당들의 파 남용에 대해 투덜거렸던 옛날 글을 걸어봅니다.
서울 중구 회현동 <금산제면소>의 비빔 탄탄멘입니다. 'Chefy'하게도 파의 흰 부분과 녹색 부분을 분리해 섬세하게 썰어서 썼어요. 썰기도 달리했고요. 파 양이 많아 보이지만 강한 양념을 하고 있으므로 이 음식에서 파는 전혀 거슬리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파를 감각적으로 잘 쓴 예가 되겠습니다.
여의도 63빌딩 <백리향 싱타이>의 마라탕면입니다. 대파의 연한 흰 부분만 썼네요. 파 양이 넉넉하지만 향신료를 강하게 쓴 음식이라서 여기서도 파맛이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대파의 지름이 굵어 그대로 쓰면 매울까 봐 길이로 먼저 반을 가른 뒤 송송 썰었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강남에 있는 어느 라멘집의 쇼유 라멘입니다. 비슷한 양의 파가 올라왔지만 이 음식에서는 파 때문에 고통 받았습니다. 개성 없는 심심한 국물에 지나치게 길게 썬 파채를 한 주먹 올리니 파맛이 다른 요소들을 뒤덮을 수밖에요. 파에서 나온 끈끈한 진과 수분 때문에 파채들이 한데 엉켜 국물에 넣고 젓가락으로 아무리 흔들어도 분리되지가 않습니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씹고는 매워서 혼났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파가 음식 전체를 그르친 예가 되겠습니다. 국물 위에는 송송 썬 파를 띄워야 손님이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정 파채를 얹어 멋을 부리고 싶으면 좀 짧게 썰고 보송보송한 상태를 잘 유지시켜 보관하고 있던가요. 파채 썬 것 좀 보세요. 생양파까지 섞여 있어 괴로웠습니다.
같은 집의 비빔라멘인 '아부라 소바'입니다. 파는 위의 쇼유 라멘의 것과 같은 문제를 보이며, 이번에는 여기에 생양파까지 가세해 먹는 이를 이중 삼중으로 괴롭힙니다. 사진에 표시를 해서 다시 올려봅니다.
그릇에 담은 생양파채가 전부 (1)처럼 가늘었다면 그런 대로 먹을 만했을 텐데, (2)(3)(4)처럼 끝이 붙은 채 굵게 썰린 부분이 많아 여간 맵고 쓴 게 아니었습니다. 면에 부드럽게 밀착되지 못 하고 뻣뻣하게 겉돌고요. 입 안에 파와 양파 기운이 가득하니 후식으로 커피와 갸또를 잘 즐길 수 없을 게 분명하므로 모처럼 나갔다가 다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양치질을 해도 매운 기운이 가시질 않습니다. 비빔면에는 생양파를 이렇게 두껍게 채썰어 수북이 올릴 게 아니라 잘게 다져 소량 올리는 게 좋을 텐데 주방의 판단이 아쉽습니다. 생파와 생양파의 협공으로 괴로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비빔면을 밑이 좁고 깊은 그릇에 담아 내니 섞기도, 먹기도, 불편했습니다. 맨 위의 <금산제면소> 비빔 탄탄멘 그릇을 보세요. 비빔면은 저런 그릇에 담아 줘야죠. 여러모로 센스가 부족한 집입니다. 기본 식재료인 파, 양파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이는 음식점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잘하는 집이라고 해서 버스 타고 찾아갔건만 금쪽같은 내 주말, 소중한 내 외식 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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