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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잘 안 되니 가급적 먹지 말라는 말

단 단 2021. 11. 11. 18:53

 

 

 

 

강남구 매봉역 부근 라멘집 <토리시오>의 '교카이 비빔라멘'.

(먹기 편하도록 미리 합쳐 놓은 츠케멘?)

맛은 기똥찬데 면 좀 보라. 소화시키는 데 장장 26시간이나 걸렸다.

단단에게는 하도 충격적인 사건이라 기록해 두기로.

 

 

 

밀가루 음식 먹고 소화 안 돼 고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단단.

밀가루 음식은 몸에 좋지 않으니 삼가라는 한의사들 말을 들을 때마다

쌀 안 팔려 재고 는다더니 농민들과 한통속이 되어 밀가루 때려잡고 쌀 팔아 먹으려는 수작이로구나,

웃긴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3년 전쯤 장인이 손으로 직접 면을 쳐서 뽑는다는 동네 중국집에서 면 강화제 잔뜩 넣어 고약한 내 풀풀 풍기는 단단한 짬뽕면을 먹고는 12시간 걸려 겨우 소화시키고 충격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천하의 단단이 소화불량을 겪는 날이 오다니. 그때의 그 더부룩함과 정신 혼미함이란. 

 

그런데 그건 밀가루 탓이 아니라 면 강화제 탓이었을 겁니다. 아암. 내 사랑 밀가루.

 

그러다가,

 

얼마 전 라멘집에서 기분 좋은 '알 덴테'가 아닌 덜 익혀 몹시 딱딱한 극태면의 비빔라멘을 먹고는 무려 26시간이 지나서야 다음 끼를 먹을 수 있었던 대형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체한 것과는 다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지나친 포만감과 두통에 시달려야 했죠. 한 그릇을 다 먹은 것도 아닌데요.

 

밀가루 탓 맞는 것 같구먼;;

정확히 말하자면, 충분히 익히지 않은 밀가루요.

 

우동은 중력분, 라멘은 준강력분을 쓴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동은 사누키식 두꺼운 면이어도 소화가 잘 되는 편인데 라멘은 그렇지가 않네요. 츠케멘용 굵은 면 제면에는 밀가루 타입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단단한 질감을 내기 위한 온갖 방법(면강화제, 밀단백, 난백분 등의 첨가, 압연 횟수 늘리기 등)이 다 동원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모양입니다. 이렇게 딱딱한 면은 처음입니다. 평소 알 덴테 파스타를 즐기고 음식물을 꼭꼭 오래 씹는 습관이 있는 제가 먹고도 힘들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익혀 내는 게 맞을 겁니다. 

 

빵은 먹고 나서 소화 문제로 고생한 적이 없는 걸로 보아 밀가루 음식이라도 상황이 좀 나은 듯합니다. 발효를 시키는데다 부풀리기까지 하니 밀도가 낮아 그런 것 같습니다. (베이글은 제외. 먹고 체한 적 두 번 있습니다.) 압축한 밀가루, 덜 익힌 밀가루가 문제인 듯한데, 지금보다 더 나이 들면 빵도 소화시키기 힘든 날이 올까요? 

 

수타 중화면은 잔뜩 넣은 면 강화제 때문에 힘들고,

츠케멘은 '치감', '식감' 살린답시고 극세면도 아닌 극태면을 덜 익혀 딱딱하게 내서 힘들고,

소바는 쯔유가 저 세상 짠맛이라 힘들고,

칼국수는 맛이 단조로울 때가 많아 보상심리로 짠 겉절이 양껏 집어먹다 탈나고,

냉면은 육수 내느라 맛 다 빠진, 식감도 형편없는 편육과 막 삶은 영혼 없는 달걀을 제끼니 탄수화물만 먹다 일이 끝나고.

 

국수주의자인데 음식 종류 중 저는 면요리를 먹고 났을 때가 몸이 가장 힘듭니다. 비극이죠. 

국숫집들이여, 맛있는 것도 좋지만 손님 건강도 조금은 생각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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