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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노인과 카페

단 단 2023. 8. 21. 19:31

 

 

 

 

노인 네 분이서 커피를 세 잔만 시키셨어요.

 

 

 

 

 

 

 

 

 

노인 세 분이서 두 잔만 시키고는 물 마시라고 비치해 둔 빈 컵을 가져와 안 시킨 분께 덜어주셨어요.

 

 

 

 

 

 

 

 

 

여기도 네 분이서 음료를 모자라게 시키셨고, 저기 오른쪽 뒤의 테이블도 마찬가지였어요.

 

 

 

 

 

 

 

 

 

가끔은 젊은 사람들도 그럽니다.

다섯 명이서 네 잔만 시키고 안 시킨 이에게 덜어주었어요. 

(안 시킨 이 잠깐 자리 비움.)

"나는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 안 돼서..."가 아니라는 거지요. 

 

 

 

 

 

 

 

 

 

두 분이서 한 잔만 시키고 빈 컵은 무려 네 개나 사용중.

 

카페 운영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빵이나 케이크를 같이 시켰으면 괜찮아."가 아니라는군요.

씹어 먹는 것들을 팔아서는 남는 게 그리 많지 않고 머릿수에 맞춰 음료를 시켜주어야 가게를 유지할 수 있답니다. 

 

노인들은 많이 먹지 못 하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거나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주는 가게에 들어가 자리 차지하고 앉았으면 인원 수대로 음료를 시켜주는 것이 맞습니다. 이 글 보시는 여러분도 부모님께 꼭 말씀드리세요. 저도 권여사님께 늘 신신당부하는데, "우리 모임의 노인들은 신식이라서 다들 1인 1음료 원칙을 잘 지켜." 의기양양해하시긴 합니다. 어느 카페든 카페인이 없으면서 달지 않은 음료는 반드시 있으니 핑계 댈 수도 없어요. 

 

치매 예방 수칙 중에 가족이 아닌 사람들을 자주 만나 뇌를 자극해주어야 한다는 항목이 있더군요. 가족하고 이야기하는 건 너무 익숙해서 자극이 안 된답니다. 그런데 친구를 만나면 밥 사 먹고 식후에 카페도 가야 하잖아요. 아무리 저렴하게 먹어도 이제는 2만원 정도를 써야 할 텐데, 2,3일에 한 번 이렇게 지출하려면 노인 빈곤률이 특히 높은 한국에서는 버거운 노인들이 많을 겁니다. 음료를 시키지 않고 앉아 있는 노인들을 보며 2,30대 젊은이들은 "극혐극혐"거리겠지만 노인 부모를 둔 저로서는 머리 속이 좀 복잡해집니다. 노인들이 저렇게 밖에 나와 친구라도 만나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게 주인 입장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그래요.

 

덧.

어릴 때부터 뵙던 권여사님 친구분들 중에 세 분이 치매에 걸리셨습니다. 다들 젊어서는 한재치, 한총명 하시던 분들이어서 더 마음 아파요. 시부모님과 권여사님의 미래도 살짝 걱정되고, 빨리 오는 사람은 심지어 60대부터 앓기도 한다니 제 앞날과 남편 앞날도 슬슬 염려됩니다. 아내가 먼저 남편에게 폐 끼치게 될지 남편이 먼저 아내에게 폐 끼치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중년이 되어서는 부부간에 싸울 생각 말고 장차 닥쳐올 고난을 대비해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공손히 대하며 기름칠을 잘 해두어야 합니다. 노년기에 접어든 부모들도 자녀한테 잘 보여야 합니다. 권여사님께 이 말씀 드리고 비싼 장어덮밥을 얻어먹었습니다.

      

 

[갑론을박] 카페의 1인 1음료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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