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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 처박혀 혼자 놀고 있는 우리 집 모로칸 티포트breds한테 오늘은 일을 좀 시켜봐야겠습니다. 롬지Romsey 방문 때 채리티 숍에서 발견한 녀석이었죠. 영국 남부 백인 마을 채리티 숍에서 모로칸 티포트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모로칸 티포트도 질 떨어지는 제품이 많으니 살 때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당연한 소리가 되겠지만, 세공이 정교할수록, 무게가 무거울수록, 재질이 고급일수록 비싸집니다. 들었을 때 너무 가볍거나 얇은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어디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푹푹 찌그러져요. 오늘은 큰맘 먹고 모로칸 민트티를 집에서 직접 우려 보기로 하고 누리터를 돌며 공부를 좀 해보았는데요, 놀랍게도 모로코에서는 이 민트티 만드는 일이 남자의 일이라고 하네요. 집안의 가장이 민트티를 우려 ..
차는 마시고 싶은데 깡차만 마시기는 허전하고, 그렇다고 빵·과자·케이크처럼 배 부르게 하는 것을 먹고 싶지는 않을 때, 이럴 때 곁들일 수 있는 차음식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시리라. 뜨거운 커피나 홍차에 쵸콜렛을 곁들이는 것은 카페인 수치를 다소 높일진 몰라도 미감으로 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쵸콜렛 한 조각 천천히 씹어 삼킨 후 홍차 한 모금 입안에서 우물거려 보라. 어떤 여인들은 쵸콜렛 삼키는 순간이 오르가즘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다. 쵸콜렛은 가급적 낱개 포장된 것이 좋다. '옷 벗기는' 즐거움에, 담았을 때 폼도 더 나고 양 조절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쵸콜렛·향초·접시-불량소녀 님 기증] 반면, 요즘 같은 더운 계절에 펄펄 끓는 물로 우린 홍차를 마신다..
얼마 전 빈티 풀풀 나는 다식을 해먹으면서 제깐에는 뿌듯한 마음에 사진까지 다 찍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 딸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도 일절 기척 남기지 않는 무정한 권여사님께서 플라스틱 껍데기로 다식 찍어 먹고 있는 여식의 처지가 하도 한심했는지 10구짜리와 8구짜리 다식판을 두 개나 보내주셨습니다. 나무가 묵직하니 제대로예요. 저 딱딱한 대추나무에 어떻게 저런 구멍을 내고 무늬를 새겨 넣었을까요? 무겁고 단단한 나무가 맞부딪혔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를 아실런지요. 위 아래 판이 맞닿을 때 나는 옹골찬 '딱' 소리가 일품입니다. 각종 국산 가루들도 곱게 갈린 것으로 바리바리 보내주셨습니다. 사진을 위해 한 숟갈씩만 덜어 같이 보내주신 소스 그릇에 담아보았습니다. 평소 냉메밀국수 즐기는 걸 ..
▲ 기왓장 과자와 오도독 메밀 과자를 곁들인 기축년 새해 첫 찻상. 으응? 찻잔이... 집에 질 좋은 녹차도 있겠다, 그렇찮아도 새해엔 녹차도 좀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며칠 전 쯔유를 사러 일식 재료상에 갔을 때도 녹차와 함께 즐길 과자 접시가 있나 두리번거렸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신기하게도 텔레파시 님께서 천연 옻칠된 목기를 다 보내주셨다. 아니, 이 분, 대체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 비싼 국산 옻칠 목기를 다 사서 보내셨을까. 텔레파시 님이 보기에도 녹차를 소홀히 하는 이 단단이 안타까웠던 걸까? 녹차에 딱 어울리는 그릇들이다. 이런 목기는 한국에서 보내주지 않으면 영국에선 구할 재간이 없는 것. 외국인 친구 불러다 우리 차를 대접할 때 요긴하겠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사려깊..
▲ 디스크 형태의 인퓨저 찻잎은 가급적 티포트 안의 넓은 공간에서 제대로 우리는 것이 좋으나 녹차를 우릴 때는 높은 온도에서 우리는 홍차만큼 잎이 물 속에서 활발한 춤을 추지 않는다는 점을 핑계 삼아 가끔은 이렇게 편법으로 우릴 때도 있다. 예닐곱 종류의 차를 모두 루스티로 가지고 있으니 차를 마실 때마다 매번 다구를 갖춰 우리는 수고를 해야만 하는데, 차를 우리는 의식은 즐겁긴 해도 심신이 피곤한 날은 또 귀찮기도 한다. 그럴 때 시간과 수고를 줄여 주는 고마운 인퓨저. 찻물이 잘 드나들 수 있도록 가급적 구멍이 촘촘히 많고 크기도 큼직한 것으로 사 찻잎이 갑갑해하지 않도록 하자. 사진에는 인퓨저가 얌전히 누워있지만 원활한 침출을 위해서는 좀더 깊은 컵에 아래 사진처럼 세워서 넣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