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식판

 

 

 

 

얼마 전 빈티 풀풀 나는 다식을 해먹으면서 제깐에는 뿌듯한 마음에 사진까지 다 찍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 딸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도 일절 기척 남기지 않는 무정한 권여사님께서 플라스틱 껍데기로 다식 찍어 먹고 있는 여식의 처지가 하도 한심했는지 10구짜리와 8구짜리 다식판을 두 개나 보내주셨습니다. 나무가 묵직하니 제대로예요. 저 딱딱한 대추나무에 어떻게 저런 구멍을 내고 무늬를 새겨 넣었을까요? 무겁고 단단한 나무가 맞부딪혔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를 아실런지요. 위 아래 판이 맞닿을 때 나는 옹골찬 '딱' 소리가 일품입니다.

 

각종 국산 가루들도 곱게 갈린 것으로 바리바리 보내주셨습니다. 사진을 위해 한 숟갈씩만 덜어 같이 보내주신 소스 그릇에 담아보았습니다. 평소 냉메밀국수 즐기는 걸 어찌 아시고 와사비, 무즙, 김, 파 등을 담을 종지를 다 보내셨을까요? 허허. 권여사님의 센스를 십분의 일만 닮았어도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말입니다. 환갑 한참 지났지만 한여름이라도 결코 맨다리 드러내는 법 없이 매끈한 고탄력 스타킹을 꼭꼭 챙겨 신으시고 팬시한 구두를 신으십니다. 딸은 면양말에 군화 같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데요. 발 아파 저녁에 고생할지언정 맵시를 위해 굽 높은 구두를 꼭 신어야 한다고 고집하십니다.

1. 검은깨   

2. 시금치 

3. 참깨 

4. 10곡 선식

5. 황율(밤) 가루

6.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정답을 맞힌 분께는 소정의 칭찬을 보내드립니다.

양쪽 끝 모두 쓰임새가 정해져 있는 실용적인 물건입니다.

[힌트] 차 관련 용품.

시간이 없어 우선 사진용으로 대충 몇 개만 만들어보았습니다. 다식 먹으면서 추가 기름을 섭취하고 싶지 않아 틀에 기름칠을 안 했더니 빠질 때 가장자리가 스콘 옆구리처럼 터집니다.;; 확실히 원목 다식판은 멋과 운치는 있긴 해도 매끈하고 균일하게 다식을 빼내기가 힘드네요. 목재가 단단할수록 숙련된 장인이라도 상판과 밑판 아귀가 꼭 맞도록 정교하게 깎는 작업이 쉽지 않은 모양인지, 상판과 밑판이 꽉 맞물리지 않고 군데군데 틈이 불규칙하게 벌어져 있어 주의를 기울여 찍어보아도 옆구리와 가장자리가 우둘두둘 너덜너덜합니다.

 

작업을 편하게 하기 위해 랩cling film을 한 겹 깔고 찍는 분들도 있는데, 랩을 깔 경우 무늬의 선명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혹 다식판을 사려는 분이 계시다면 반드시 살 때 그 자리에서 상판을 분리해 구멍들을 손가락으로 훑어 매끈하게 다듬어졌는지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옆구리 '뻬빠질'이 덜 되어 있어 까칠거리면 기름을 많이 칠해야 다식이 매끄럽게 빠지므로 칼로리 섭취가 늘게 됩니다.

제 생각엔 이런 어여쁜 수공예품은 집에 장식으로 걸어 두고 틈틈이 기름칠을 해 가며 골동품으로 변모하도록 두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식을 찍을 일이 있을 때는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재질의 다식판을 쓰는 것이 기름도 덜 먹고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아요. 다식은 과자나 빵을 즐길 때처럼 첨가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죠. 질 좋은 가루들을 구하는 것이 관건이긴 하겠습니다. 참, 다식 접시와 잔받침도 권여사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오늘 글에 등장하는 모든 소품은 다 권여사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다구나 차 관련 용품들을 오래도록 다독여 가며 쓰면서 마치 일생 고락을 함께 한 친구처럼 여긴다고 하는데 제게도 이제 평생지기 벗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권여사님, 생신 축하드려요. 그런데 권여사님 생신에 제가 왜 거꾸로 선물을 받는지 모르겠네요? 참, 궁금해하시던 "노래 잘하는 무쪼가리 영국 아줌마" 동영상 걸어 놨으니 보세요. 영국이 이것 때문에 아주 난리가 났었죠. ㅋ ☞  Susan Bo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