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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영국산 아티잔artisan 버터를 선물 받았었습니다. 기웃이: (휘둥그레) 버터를 선물로 주고받아요? 네, 제가 버터 좋아하는 걸 지인들에게 소문 내서 그래요. 중학생 시절에는 학교에 버터 조각을 싸 갖고 가 쉬는 시간에 빨아먹기도 한 버터 성애자입니다. (꽈당) 저를 변태로 기억하는 친구들 많을 거예요. 사진에 있는 것을 두 팩이나 선물 받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티잔 가염 버터인데, 영국인들은 버터를 워낙 많이 써서 이런 식의 소량 개별 포장된 고가의 버터는 가정집에서 여간해서 구매하지를 않습니다. 유제품이 펑펑 나는 나라라서 벽돌 형태의 싼 버터들도 질 좋고 맛있거든요. 그래서 수퍼마켓에서는 보기 힘들고 푸디들을 위한 아티잔 식료품점이나 호텔 등에서나 볼 수 있죠. 하여간 영국에..
- 오후 어둑어둑 할 때 조명 안 켜고 즐겼더니 사진이 좀 어둡습니다 - 오랜만에 크림 티 찻자리를 가져 봅니다. '크림 티'란 스콘을 반 갈라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 잼을 바른 뒤 홍차와 함께 즐기는 찻상을 말합니다. Q: 밀크 티는 홍차에 밀크를 타는 것, 크림 티는 홍차에 크림을 타는 것, 맞죠? A: 아니오. 전자는 맞지만 후자는 안타깝게도 틀리셨습니다. ㅋ 크림을 홍차에 넣는 게 아니라 스콘 위에 얹습니다. 생크림은 아니 되옵니다. 반드시 영국 특산 클로티드 크림이어야 하고, 잼은 딸기 잼이어야 합니다. 클로티드 크림은 유럽연합으로부터 PDO로 보호를 받고 있는 지역 특산품입니다. ☞ 영국 클로티드 크림에 대하여 홍차는 취향껏 고를 수 있습니다. 다쓰 부처는 크림 티에 쌉쌀하면서 풀향과 은은한 청..
▲ 잼을 맨 위에 올리면 사진발은 쥑이나 먹기에는 불편하다. 영국의 아프터눈 티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3단 접시에 내는 근사한 호텔식 아프터눈 티는 일상에서 자주 즐기기엔 거창한 면이 있어 영국인들도 생일이나 기념일,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 회포 풀 때, 파티할 때 등 특별한 날에나 즐긴다고 합니다. 일상에서는 '크림 티cream tea'라는 걸 더 많이 먹게 되지요. 쇼핑 센터나 관광지의 간이식당, 티룸, 카페 같은 데서 흔히들 제공합니다. 값도 쌉니다. 크림 티란 홍차와 스콘만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찻상을 말합니다. 스콘을 덜렁 그냥 내면 안 되고 사진에서처럼 반드시 크림과 잼을 곁들여 내야 합니다. 크림은 또 아무 크림이나 내면 안 되고 반드시 클로티드 크림으로 내야 하고요. 크림을 홍차..
친애하는 방문자 여러분. 우선 오늘의 제목부터 다시 좀 봐 주십시오. 결혼 10주년. 감동의 물결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옵니다. 결혼 20주년, 30주년, 40주년, 50주년 맞은 분들이 수두룩한데 시건방진 소리 말라고요? 다쓰베이더의 부친, 단단의 시부께서 결혼 전 저희 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만났다 헤어지기를 쉬 여기는 요즘 젊은이들 답지 않게 꽤 오래 사귀었구나. 아비가 그 점 높이 평가한다." 수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겠다 말씀 드리니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쓰베이더의 남동생은 색시 될 아가씨와 만난 지 3개월만에 후다닥 결혼했는데, 이것도 참으로 멋진 일 아닙니까? 첫눈에 자기 짝을 알아보고 이렇게저렇게 잴 것도 없이 단숨에 승부를 보다뇨. (사고 쳐서 결혼한 ..
영국에서도 '근본주의자'들은 밀가루 하나 고르는 일에도 꼬장꼬장. 믹스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표백이냐 무표백이냐, 화학농이냐 유기농이냐 따지는 것은 기본, 공장에서 대량 분쇄된 밀가루는 모터가 고속 회전할 때 내는 열에 의해 표면이 익어 풍미가 떨어지므로 전통 방식으로 제분된 밀가루를 선호한다고 한다. 밀가루 하나도 시골 물방앗간에서 밀러씨가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간 '스톤 그라운드' 제품으로 주문해 쓴다는 것이다. 맛 차이가 제법 난다 한다. 더 까탈스런 사람들은 평범한 소맥분wheat flour 대신 풍부한 맛의 스펠트분spelt flour을 쓴다고도 한다. 놀랍게도 오늘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밀가루를 동네 수퍼마켓 선반에서 발견했다. 유기농 스톤 그라운드 스펠트 밀가루. 스펠트분은 소맥분에 ..
▲ 천둥 번개만 없다면 이 정도 날씨에는 문제없이 야외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에서는. ▲ 오른쪽으로. ▲ 큐가든 속 큐 팔레스. 조지안 시대의 의상을 입은 도우미 여인이 입구에 서 있다. ▲ 영국에서는 딸기잼 병에도 저런 모자를 씌운다. ▲ 까칠하고 심드렁한 단단일지라도 공원의 나무 벤치만 보면 숙연해진다고 한다. ▲ 내 유산 중 일부가 영국에 가지 않도록 한국에도 이런 벤치 기증 문화가 있었으면. 공원에 제발 운동기구 좀 설치하지 말아줬으면. ▲ 큐가든의 수련들 ▲ 수련 중 가장 카리스마 넘쳤던 녀석 ▲ 이층집이 대부분인 영국에서는 남편들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이층 침실에서 기어나올 생각도 않고 마냥 뒹굴고 있는 마눌님께 브렉퍼스트 홍차와 토스트를 준비해 갖다 바치기도 한다. 꼭 저렇게 생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