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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네더랜드 팜 버터 (Netherend Farm Butter)

단 단 2024. 2. 1. 08:00

 

 

 

 

작년에 영국산 아티잔artisan 버터를 선물 받았었습니다. 

 

기웃이: (휘둥그레) 버터를 선물로 주고받아요?

 

네, 제가 버터 좋아하는 걸 지인들에게 소문 내서 그래요. 중학생 시절에는 학교에 버터 조각을 싸 갖고 가 쉬는 시간에 빨아먹기도 한 버터 성애자입니다. (꽈당) 저를 변태로 기억하는 친구들 많을 거예요.

 

사진에 있는 것을 두 팩이나 선물 받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티잔 가염 버터인데, 영국인들은 버터를 워낙 많이 써서 이런 식의 소량 개별 포장된 고가의 버터는 가정집에서 여간해서 구매하지를 않습니다. 유제품이 펑펑 나는 나라라서 벽돌 형태의 싼 버터들도 질 좋고 맛있거든요. 그래서 수퍼마켓에서는 보기 힘들고 푸디들을 위한 아티잔 식료품점이나 호텔 등에서나 볼 수 있죠. 하여간 영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버터를 한국에서 선물 받고 신났었습니다. 한국은 이제 어디서든 다채로운 외국산 버터를 볼 수 있는 나라가 되어 심지어 동네 식자재 마트에서도 프랑스 에쉬레Échiré(이쉬리) 버터나 이즈니Isigny(이지니) 버터를 봅니다. 덴마크, 아일랜드, 뉴질랜드, 미국산 버터는 들어온 지 한참 됐고, 어제 <마켓 컬리>를 보니 스페인과 이탈리아산 버터도 들어와 있더군요.

 

 

 

 

 

 

 

 

 

풀 뜯겨 (겨울엔 사일리지) 키운 소의 젖을 짜서 얻은 크림을 며칠 간 숙성시킨 뒤 작업한다고 합니다. 경미하게 자연 발효가 일어나죠. 락틱 스타터를 일부러 첨가해 만드는 현대식 발효 버터cultured butter스윗 크림 버터sweet cream butter 중간쯤 되려나요. 옛시절에는 여러 날에 걸쳐 모은 동물의 젖으로 버터를 만들었기 때문에 대기하는 동안 저절로 발효가 일어났던 것을 흉내 내는 겁니다. 이쉬리나 이지니처럼 '발효 버터'라고 이름 달고 나오는 것들은 인위적으로 락틱 스타터를 첨가해 시간을 단축시킨 것이고, 스윗 크림 버터는 이 과정마저 없애 발효 풍미가 나지 않는 것이고요. 각각 장점이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부근의 요식업소에 우유와 크림을 팔던 어느 농가가 돈을 좀 더 받을 수 있는 아티잔 버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났고 휴가철을 맞아 관광 온 런던의 한 유제품 공급업자 눈에 띄어 고급 레스토랑에도 납품할 수 있게 되었다는 훈훈한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소금이 1.5% 미만으로 들어 있어 2% 든 이지니 가염버터보다는 덜 짭니다. 먹을 때 짜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 맛있었습니다. 인간의 혀는 염도가 높으면 맛이 진하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치즈 시식할 때 깨달은 겁니다.

 

네더랜드 팜 가염 버터 성분:

유크림 98.5%, 정제소금. 끝. 

 

 

참고로, 이름이 하도 요란해 눈에 띠어 옮겨 적어보는 국산 '버터'의 성분.

 

<파스퇴르> '숙성 발효시켜 깊고 부드러운 건강한 발효 버터 오리지날' 200g 성분
가공버터(Lactic Butter)(유지방, 야자경화유, 무지유고형분) (97.36%, 네덜란드산), 우유(국산), 정제소금 0.7%, 레시틴, 데히드로초산나트륨(합성보존료). 끝.

 

<이마트> '진심을 담은 소금을 넣지 않은 쿠킹버터' 450g 성분:
가공버터[유지방(우유), 야자경화유, 무지유고형분] 99.67%(수입산), 유화제, 데히드로초산나트륨(합성보존료). 끝.
 

 

지라르 드 풍자끄.

이래서 국산 버터를 살 때는 성분표를 꼭 봐야 한다는 겁니다. 어찌나 기만적인지. 업소도 아닌 가정집에서 가공버터를 쓰라니요.

 

 

 

 

 

 

 

 

 

오백원 동전 지름의 15g짜리가 열 개 들었습니다. 

 

 

 

 

 

 

 

 

 

접시 위에 올라와 있으면 작고 동그랗고 도톰해서 뭔가 귀엽습니다.

그래서 카페나 호텔 같은 영업집들이 많이 찾나봅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내 버터가 아직 차가울 때 옆구리에 붙어 있는 식품 정보 스티커를 떼고 포장 벗겨 접시 위에 올려 두세요. 원기둥 형태라 포장지가 많이 구겨져 있어 포장째 덜어 쓰려면 버터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손에도 묻어 불편합니다. 버터가 도톰하니 버터 나이프 써서 수평으로 반을 갈라 두면 금방 부드러워집니다. 

 

스콘 사다가 정말 오랜만에 크림 티를 즐겨봅니다. 아, 클로티드 크림이 없으니 크림 티가 아니라 '버터 티'가 되려나요. 클로티드 크림이 집에 없을 때는 휘핑한 크림말고 차라리 버터를 쓰세요. 생크림보다는 버터 느낌에 더 가까운 크림이거든요. 한국에 들어와 있는 클로티드 크림은 수출용 장기보관 제품[유지방 55%]이라서 영국인들이 일상에서 먹는 클로티드 크림[유지방 63.5%]과 비교하면 맛과 질감이 조금 떨어지는데, 먹기 한참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 상온에서 온도를 회복시켜주면 질감이 약간 부드러워지고 맛도 더 고소해집니다.

 

이 버터는 맛도 좋은 데다 많이 짜지 않은 가염 버터라서 티타임에 활용하기 아주 좋습니다. 이건 15g짜리이고, 25g짜리 낱개 포장 이지니Isigny 가염 버터와 비교하자면요, 이지니는 락틱 스타터를 일부러 첨가해 만드는 속성 발효 버터라서 발효 풍미가 오히려 더 강하게 나고, 공기를 많이 넣었는지 입안에서 금방 녹아내리면서 훨씬 더 기름집니다. 질감이 '센슈얼'하죠. 소금이 더 들어 짠맛도 더 나고요. 네더렌드 팜 버터는 락틱 스타터 없이 크림을 오랫동안 숙성시켜 자연 발효시키므로 발효 풍미는 이지니보다 옅으나 입안에 기름진 잔상을 거의 남기지 않고 산뜻해 버터 주제에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우유 풍미가 좀 더 나고요. 빵에 발라 먹으면 둘 다 맛있고, 만일 맨입에 버터만 먹으라 하면 네더렌드 팜 것을 선택하렵니다. 이지니 버터는 가염보다 무염이 사워도우 빵에 발라 먹었을 때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빵에도 소금이 들어 짭짤한데 버터까지 짜니 소금맛이 제겐 좀 따갑습니다. 

 

주의할 점 -

버터는 주변 냄새를 매우 잘 흡수해서 간직하는 성질이 있으니 보관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 제품은 밀봉이 되어 있지 않은 종이 포장이라서 특히 더 조심해야 합니다. 반찬 냄새 없는 새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하시고 통에 "버터"라고 표기하셔서 앞으로 그 통에는 버터만 보관하세요. 아주 희미한 음식 냄새도 흡수해 증폭시키는 예민한 식재료가 이 버터입니다.

 

네더렌드 팜 버터는 매년 열리는 영국의 식품 평가 대회인 'Great Taste'에서 별 두 개를 받은 우수 제품으로, 영국 수퍼마켓이나 식료품점에서 어떤 상품을 고를지 막막할 때는 포장 전면에 이 'Great Taste' 별이 인쇄돼 있는 제품을 집어들면 됩니다. 성분도 맛도 좋은 제품, 대기업 제품보다는 아티잔 제품에 별을 수여하거든요. 한국에도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이런 제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국산 식품에만 수여하는 게 아니라 '영국에서 팔리고 있는' 모든 식품이 대상이 되므로 좋은 비교와 경쟁이 됩니다. 가만히 있는데 알아서 선정해 상을 주는 건 아니고 제품에 자신 있는 생산자가 평가해 달라며 출품을 해야 합니다.

The Guild of Fine Food 'Great Taste Awards'

 

참, 크림 티에 보통은 딸기잼이나 라즈베리잼 같은 빠알간 잼을 쓰는데, 레몬 커드lemon curd도 기차게 맛있습니다. 레몬 커드도 한국에 들어와 있지요.

 

 

 

 

 

 

 

 

 

 

이 농가가 취급하는 버터들입니다. 누리집에 들어가셔서 만드는 공정을 구경해보세요. 

 네더랜드 팜 누리집

 

푸디 여러분, 요리에 쓰는 버터와 어딘가에 발라 먹는 버터를 구분해서 쓰고들 계시지요? 가염, 무가염, 둘 다 두시고요. 저도 그렇습니다. 거기다, 스윗 크림 버터sweet cream butter와 발효 버터cultured butter, 둘 다 좋아합니다. 발효 버터 애호가들 중에는 스윗 크림 버터 깔보는 이들이 많더군요. (훗, 유청 버터whey butter도 안 먹어본 사람들이.)

 

단단이 선호하는 버터요?

 

선물 받은 고급 버터요.

그 다음은, 떨이 버터, 반값 할인 버터요.

그 다음은, 처음 보는 버터요. ㅋㅋㅋㅋㅋㅋ

 

오늘 소개해드린 버터는 이 세 가지에 다 해당됩니다. 1만2천원 넘는 버터인데 반값인 6천원에, 대신 두 개를 사서 선물 주셨더라고요. 실속 구매를 하셔서 제 마음이 다 좋습니다. 맛보았던 다른 나라 버터들도 가끔씩 소개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티스토리 블로그 글 발행할 때 선택하게 돼 있는 '홈 주제' 말입니다, 

'식품 리뷰' 항목이 없어 오랫동안 불편한데 카카오 측에서도 인식을 못 하는 것 같고 유저들 중에도 불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 모양입니다. 음식에 관한 카테고리가 '요리' 아니면 '맛집'밖에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제 음식 글의 상당 수는 공장제 식품 리뷰와 음식 비평인데요. 오늘도 고민하다가 '맛집'(카페·디저트)으로 억지 선택해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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