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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 뿌까 님께서 오래 전에 대만의 국민 과자인 펑리쑤를 소개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과자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의 호기심에 불을 당기셨죠. 이에 귀국하자마자 마트와 백화점을 뒤져 눈에 띄는 것들은 모두 사 먹어 보았는데, 한국에 들어 와 있는 것들은 인공 파인애플향과 인공 버터향이 풀풀 나서 자주 사 먹을 게 못 되더라고요. 과자에서 나는 과한 인공 과일향처럼 괴로운 게 또 없어요. 인공 과일향도 세련되게 잘 입히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먹는 이를 괴롭힙니다. 이런 독한 인공향의 과자가 과자 잘 만들기로 소문난 대만의 국민 과자일 리 없잖습니까. 그래서 제대로 잘 만든 건 대만에 여행 가서나 맛봐야겠다, 숙제처럼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남의 집을 방문했다가 라는 브..
중국차들은 영국에서도 참 비쌉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중국 여행 가서 차 좀 사 오지 말라고 하도 난리를 쳐대니 다들 단단이 중국차를 싫어하는 줄로 오해하실까 걱정돼 오늘은 중국차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중국차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만,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오하다는 것, 그리고 종류도 많아 아무리 차 좋아하는 사람도 평생 다 맛보지 못 하고 죽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집에 두께 3cm가량 되는 두꺼운 중국차 백과사전이 한 권 있는데요,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차들을 일일이 이름 붙여 줬는지가 신기할 지경입니다. 오늘은 무이암차(武夷岩茶) 중 가장 유명한 대홍포(大紅袍)를 우려 봅니다...
차는 마시고 싶은데 깡차만 마시기는 허전하고, 그렇다고 빵·과자·케이크처럼 배 부르게 하는 것을 먹고 싶지는 않을 때, 이럴 때 곁들일 수 있는 차음식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시리라. 뜨거운 커피나 홍차에 쵸콜렛을 곁들이는 것은 카페인 수치를 다소 높일진 몰라도 미감으로 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쵸콜렛 한 조각 천천히 씹어 삼킨 후 홍차 한 모금 입안에서 우물거려 보라. 어떤 여인들은 쵸콜렛 삼키는 순간이 오르가즘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다. 쵸콜렛은 가급적 낱개 포장된 것이 좋다. '옷 벗기는' 즐거움에, 담았을 때 폼도 더 나고 양 조절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쵸콜렛·향초·접시-불량소녀 님 기증] 반면, 요즘 같은 더운 계절에 펄펄 끓는 물로 우린 홍차를 마신다..
얼마 전 빈티 풀풀 나는 다식을 해먹으면서 제깐에는 뿌듯한 마음에 사진까지 다 찍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 딸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도 일절 기척 남기지 않는 무정한 권여사님께서 플라스틱 껍데기로 다식 찍어 먹고 있는 여식의 처지가 하도 한심했는지 10구짜리와 8구짜리 다식판을 두 개나 보내주셨습니다. 나무가 묵직하니 제대로예요. 저 딱딱한 대추나무에 어떻게 저런 구멍을 내고 무늬를 새겨 넣었을까요? 무겁고 단단한 나무가 맞부딪혔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를 아실런지요. 위 아래 판이 맞닿을 때 나는 옹골찬 '딱' 소리가 일품입니다. 각종 국산 가루들도 곱게 갈린 것으로 바리바리 보내주셨습니다. 사진을 위해 한 숟갈씩만 덜어 같이 보내주신 소스 그릇에 담아보았습니다. 평소 냉메밀국수 즐기는 걸 ..
신분 밝히기를 꺼려하는 수줍은 지인으로부터 추석도 아닌데 근사한 모듬 월병과 '동방미인' 우롱차를 선물 받았습니다. 꺄오 유명한 대만산 동방미인은 아니고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 구수한 철관음鐵觀音류를 가져다 비슷하게 이름만 바꿔 파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자 표기가 다르거든요. 대만산 진품은 '東方美人', 중국 북경의 에서 주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파는 이 동방미인은 '東方美仁'. 한국에 돌아와서 속았다고 분히 여기시는 분들도 보았는데, 분개하실 필요 없어요. 이름은 비록 '짝퉁'스러워도 현장에서 직접 시음해 보고 맛이 좋아 산 것이니 자기 입맛에 맞는 차를 구매한 거잖아요. 여기 런던의 나 같은 곳에 와서는 시음도 안 해보고 덥석 잘들 사시면서 말이죠. ㅋ 마셔 보니 이 우롱차도 맛은 상당히 훌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