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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포 관찰기 大紅袍 Big Red Robe Oolong Tea 본문

차나 한 잔

대홍포 관찰기 大紅袍 Big Red Robe Oolong Tea

단 단 2011. 3. 31. 12:55

 

 

 

 

 

중국차들은 영국에서도 참 비쌉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중국 여행 가서 차 좀 사 오지 말라고 하도 난리를 쳐대니 다들 단단이 중국차를 싫어하는 줄로 오해하실까 걱정돼 오늘은 중국차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중국차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만,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오하다는 것, 그리고 종류도 많아 아무리 차 좋아하는 사람도 평생 다 맛보지 못 하고 죽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집에 두께 3cm가량 되는 두꺼운 중국차 백과사전이 한 권 있는데요,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차들을 일일이 이름 붙여 줬는지가 신기할 지경입니다.


오늘은 무이암차(武夷茶) 중 가장 유명한 대홍포(大紅袍)를 우려 봅니다. 중국차 고수분들의 설명이 누리터에 많이 올라와 있으니 이 차의 전설이나 제다법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으려고요. 그저 마른 찻잎과 탕색, 우리고 난 뒤의 젖은 잎인 엽저 등만 참고하시라고 사진 올려 봅니다.

 

대홍포는 청차, 즉, 반발효차 범주에 속합니다. 다쓰 부처는 차라는 차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지만 청차를 특히 좋아하고 백차와 홍차도 즐겨 마십니다. 청차의 웅숭깊음이 좋고 백차의 여리고 편한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홍차는 향긋하고 알싸한 다질링과 달고 구수한 아쌈을 특히 좋아합니다. 영국에 있을 동안은 홍차가 값이 싸니 홍차를 주로 즐기기로 했습니다. 똑같은 찻잎이지만 녹차는 몸에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녹차를 마시고 나면 오히려 목이 바싹 건조해져 하루 종일 고생합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목 많이 쓰시는 분들이나 가수분들 중에 같은 이유로 녹차를 드시지 않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마른 잎을 보세요. 잎이 마치 골동품 같죠? 도사님 눈썹의 포스가 풍깁니다. 길이는 대개 새끼손가락만 하고 더 긴 것들도 간혹 섞여 있는데, 대홍포를 대홍포 차나무 잎으로만 만들지 않고 육계(肉桂) 찻잎들과 섞어 파는 게 관행이라고 합니다. 위에 걸어 놓은 링크를 따라가 주의 깊게 한번 읽어 보세요. 말하자면, 홍차나 커피의 세계에서 말하는 그 '블렌딩'이 이 대홍포의 세계에서도 통용된다는 거지요. 장삿속이라기보다는, 이렇게 해야만 '암차巖茶'라 일컬을 만한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건잎에서는 일본의 볶은 녹차인 호지차나 쿠키차 비슷한 향이 납니다. '홍배烘焙'라는 로스팅 과정 덕입니다.

 

 

 

 

 

 

 



우릴 때는 한김 식힌 90˚C 정도의 물에서 짧게 여러 번 우리되 찻잎의 양과 우리는 시간은 취향껏 조절하시면 됩니다. 저는 200ml 물에 2g 넣어 20초 우렸습니다. 반복해서 우릴 때마다 시간을 조금씩 늘려 주셔야 합니다. 연하게 마시는 편이라 2g만 넣었는데, 바싹 마른 잎이기 때문에 부피는 제법 됩니다.


단단은 가진 돈이 별로 없는지라 이런 차들은 가끔씩 50g 정도만 사서 아껴 먹습니다. 생산량이 적어 값이 비싸진 음식이나 음료가 반드시 맛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 대홍포는 청차 좋아하는 다쓰 부처의 입맛에 꼭 맞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구수하다'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 없는 묵직함과 깊이감이 있고, 그 위에 아주 미묘한 꽃향 또는 과일향 같은 것이 얹혀지는데, 이런 향을 무슨 향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어느 화장품 회사가 제조한 향수 중에 '에스쁘아'란 것이 있었습니다. 귤껍질 말린 것과 같은, 아주 가볍지만은 않은 진지하고 농염한 감귤류의 과일향이 났었는데, 이 대홍포에서 비슷한 향이 좀 납니다. 거기에 살구향과 리치향도 희미하게 얹혀집니다. 가향차도 아닌데 찻잎에서 이런 향이 난다는 게 참 신기하지요. 여유만 있다면 좀 많이 사 놓고 자주 마셨으면 좋겠는데요.

 

 

 

 

 

 

 



여러 탕을 우려도 잎이 펴질 생각을 않으니 신기합니다. 네 번까지 우리다가 배가 불러 그만두었습니다. 아깝죠. 맛과 향이 안 남을 때까지 적어도 7-8회 정도는 우려 줘야 찻잎에 대한 예를 다하는 겁니다. 향이 좋아 엽저가 담긴 차호에 코를 한참 박고 있었습니다.

 

 

 

차쟁이 진제형 님의 우롱차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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