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다질링 관찰기 본문

차나 한 잔

다질링 관찰기

단 단 2009. 12. 9. 16:35

 

 

 

이레귤러한 아방가드적 터치가 가미된
퐌타스틱 뉴컨셉의 친츠 세라믹 플레이트.
17세기경 런던. V&A 소장.



얼마 전에 <뜨거운 차는 반드시 70도 이하로 식혀 마셔야> 한다는 경고성 글을 하나 올리고 나서 어떻게 하면 우리 집 다쓰베이더의 푸드 파이프를 뜨거운 국물로부터 보호할 것인가 궁리하게 되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부엌에서 소리없이 조용히 차를 우린 후 3분가량 식혀서

"써프라이즈!"

하면서 갖다주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식힌답시고 부엌에 찻잔을 방치한 채 딴짓 하다가 까맣게 잊고 차를 완전히 식혀버리는 일이 다반사. 곧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손바닥만 한 집에서 차 우리는 시간 4분 + 식히는 시간 3분 = 무려 7분이나 몰래 부엌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가는 혼자 뭐 먹는 줄 알고 수상히 여긴 다쓰베이더가 당장 들이닥칠 게 뻔하므로 어쨌거나 이는 그리 좋은 방법이 못 되었다.


좀더 건설적인 <차식힘시간3분활용법>으로는 둘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고 난 뒤의 잎, 즉 엽저를 접시에 펼쳐 놓고 관찰하는 일이 있다. 내가 올리고 있는 시음기는 엽저 사진이 없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반쪽짜리 시음기에 지나지 않는다. 차를 우리고 나면 꼭 찻잎을 손으로 헤집어 관찰하는 습관이 있긴 하지만 사진까지 찍어 올리기는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므로 그동안 엽저 사진을 올리지 않았었다. 귀찮으므로 물론 앞으로도 올릴 생각은 없다. (허허...)


그런데 사실 찻잎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마른 잎보다 우리고 난 뒤의 잎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더 공부가 된다. 여러 종류의 잎을 섞어 구성한 것인가, 잎 크기는 비슷한 것들로 잘 선별해 맞췄는가, 온잎이 더 많은가 파쇄된 잎이 더 많은가, 상한 잎은 없는가, 색은 어떤가, 새싹과 심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 등을 살펴보고 대략의 등급도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엽저 관찰은 차 애호가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마른 잎 상태였을 때보다는 우리고 난 뒤에 이런 것들이 훨씬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접시에 죽 펼쳐서 관찰한 뒤 어린 잎 몇 장과 심을 골라 물에 넣어 보았다. 물에 넣어 관찰하면 형태가 훨씬 더 또렷해진다. 팔팔 끓는 뜨거운 물로 홍차를 우리고 난 뒤에는 꼭 찻잎을 관찰하면서 적당히 시간을 흘려 보내 차를 마시기 적당한 온도로 식히도록 하자. 이 차 저 차 오랜 세월 반복해 관찰하다보면 어느덧 차박사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참, 위의 차가 무엇인고 하면,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카슬턴> 다원의 <머스카텔>이 되겠다. 잎이 작아 온잎도 제법 많고 심도 꽤 많다. 향기도, 기나긴 지속감도 단연 최고다. 오늘로 한 통을 다 비웠으니 새 다질링을 사러 나가보아야 한다. 풋내기 차 입문자이지만 나름의 철칙이 있다면 바로 다질링만큼은 절대로 티백 제품으로 사지 않는다는 것. '느슨한 잎'이라 해도 너무 싼 것은 사지 않는다는 것. 실제 다질링 생산량은 연간 1만톤, 다질링이라는 이름을 달고 유통되는 차는 4만톤이 넘는다고 하니 태반이 다른 잎들과 섞어 양을 불린 제품이라는 소리다. 어설픈 티룸에서 다질링 시켰다가 실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차를 살 때도 반드시 다질링 인증 로고 - 눈이 이상한 위치에 박혀 있는 아름다운 인도 여인이 손에 다질링 일심이엽을 들고 있는 녹색 그림, 또는 '100% Pure Darjeeling'이라는 문구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단일 다원Single estate에서 온 것이라면 더욱 좋다. 어느 한 다원의 차라 해도 시즌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에 맞춰 첫물차1st flush, 두물차2nd flush, 끝물차Autumnal flush 중에서 고르면 된다. 개인의 '취향'이란 참으로 무서워, 전문가라도 어느 시즌의 차가 우수하다고 딱 잘라 권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