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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이름도 예뻐라, 아마레띠

단 단 2010. 10. 2. 00:01

 

 

 

 

 

수퍼마켓에 갔더니 크리스마스 선물용 과자와 차가 벌써 나와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선반 위의 온갖 과자와 쵸콜렛, 홍차들을 보고 있노라니 눈이 팽글팽글. 하도 행복해 으악 소리 한번 내지르고 찬찬히 살펴보았지요. 올해의 프리pre-크리스마스 과자로는 이태리 과자인 아마레띠를 골랐습니다.

 

 

 

 

 

 

 

 


그간 허술한 포장의 아마레띠만 봐 왔었는데, 크리스마스라고 아주 제대로 깡통에 넣어 팝니다. 빈티지 디자인이 마음에 듭니다. 자기들 말로는 원조라고 하는데 누리터를 뒤져 보니 원조라고 하는 곳이 몇 군데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맛만 좋으면 원조고 뭐고 크게 상관 없지요. 이가 시원찮아 아마레띠를 살 때는 반드시 부드러운 아마레띠로 삽니다. 'Ameretti soffici'라고 되어 있죠? 저 'soffici'가 혹시 영어의 'soft' 아닐까 싶어 집어왔어요. 깡통에 인쇄된 아마레띠 단면 사진을 보면 더 정확하고요. 딱딱한 아마레띠는 겉이 반짝거리고 속이 텅 비어 있거든요.

 

 

 

 

 

 

 

 


부활절 달걀 싸 놓은 게 잘못 들어가 있는 줄 알고 순간 놀랐습니다. 주일학교의 추억이 잠시 스쳐 지나갔습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왁스 먹인 종이가 입혀 있는데, 아마레띠를 이런 왁스 종이에 싸는 것이 좀 더 전통적인 방식이라 합니다.

 

 

 

 

 

 

 



내친 김에 크리스마스 티포원도 꺼내 봅니다. 포트메리온 '홀리 앤드 아이비' 티포원입니다. 분위기 맞추느라 뒷마당에서 아이비 잎사귀도 몇 개 따 오고요. 지금껏 사 먹어 본 아마레띠 중에서는 오늘 산 것이 가장 통통하고 예쁩니다.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고, 포장도 근사하고, 과연 원조 티를 내는군요.


이태리 사람들은 아마레띠를 진한 에스프레소나 리큐어와 함께 먹는다고 합니다. 저는 커피를 마시면 하루종일 방광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커피를 잘 마시지 않습니다. 어릴 땐 나름 좋은 원두 사다가 집에서 직접 내려 먹기도 했는데요. 다쓰베이더는 이제 커피를 마시고 나면 속이 울렁거린다고 합니다. 둘 다 촌스러운데다 나이가 든 거죠. 그러니 아마레띠에 쌉쌀한 홍차나 곁들이는 게 상책입니다.


아마레띠는 매우 달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가향차와는 잘 맞지 않습니다. 굳이 가향차와 드시겠다면 <티 팔레스Tea Palace>의 '아몬드 크리습Almond Crisp', <딜마Dilmah>의 '이탈리안 아몬드' 같은 아마레또 계열의 홍차가 그나마 어울릴 듯합니다. 고소한 아몬드향보다는 향긋한 살구씨향에 더 가까워 이 아마레띠 비스킷과 향이 일치하거든요. 살구 과육과 살구씨는 향이 다릅니다. 그래서 살구향 홍차와 살구씨향 홍차는 완전히 다른 맛이 나죠. 그런데 또 아몬드와 살구씨는 사촌간이라고 하네요. 아몬드는 좀더 고소하고 살구씨는 독특한 향기가 있죠. 가향차 전문 브랜드 중에 아몬드나 살구씨향 홍차가 또 있을 테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알아보십시오. 이 아마레띠 과자에는 살구씨 36%, 아몬드 7.5%가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아몬드가 많이 들지 않았죠? 홈베이킹 하시는 분들은 아몬드 가루를 많이 쓰실 텐데요.

 

 

 

 

 

 

 



사진 위 오른쪽 구석에 빨간 콩알이 하나 놓여 있으니 찾아 보십시오. 사진 찍고 있는데 무당벌레가 뽈뽈 등장했습니다. 영국에는 모기나 바퀴벌레, 매미가 드물어 사람이 살 만합니다. 영국 집들의 창에는 모기장이란 게 없죠. 대신 무당벌레가 좀 있습니다. 무늬와 색깔도 제각각,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여름에 신나게 밖을 돌아다니다가 이렇게 날이 쌀쌀해지면 기를 쓰고 따뜻한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영국인들은 무당벌레를 'ladybird'라 부르고 미국인들은 'Ladybug'라 부릅니다.

 

 

 

 

 

 

 

 


아마레띠를 먹고 난 뒤에는 왁스 먹인 종이로 이런 놀이를 하며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과자는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마력이 있지요. 우리 홍차인들도 이제 슬슬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야죠. 크리스마스 홍차도 사 놓고 맛있는 과자도 이것저것 사서 쟁일 때가 됐습니다. <해로즈>와 <포트넘>에 벌써 크리스마스 홍차가 나왔으니 누리집을 살펴보십시오. <포트넘>이 누리집의 홍차 코너를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블렌딩 정보가 자세해졌고 차 우리기에 관한 다양한 조언들이 올라와 있으니 찬찬히 구경해 보시면 좋겠네요. 포트넘의 올해 크리스마스 홍차 깡통은 아주 화려하고 멋있어졌습니다. 저는 벌써 주문했습니다. 홍차 맛을 잘 모르겠다는 우리 커피 애호가 권여사님도 유독 포트넘의 크리스마스 홍차만은 즐기시니 얼른 보내 드려야겠습니다. 크리스마스 홍차가 도착하면 자세한 사진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단단이 겨울철에 즐겼던 과자들


☞ 민스파이 - 영국의 크리스마스 과자
☞ 세상에서 제일 얇은 과자 모라비안 쿠키
☞ 자파 케익 이야기
☞ 곰 괴롭히기 날
☞ 지금껏 본 최고의 부쉬 드 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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