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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넘 앤드 메이슨 2010년 크리스마스 티 본문
주문한 <포트넘 앤드 메이슨>의 '크리스마스 티'가 도착했습니다. 직접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사 오면 좋겠지만 런던까지의 왕복 교통비가 너무 비싸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배송을 시켰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 런던을 가려면 차비가 하도 많이 들어 큰 결심을 하고 가야 합니다. 런던 살 때 좀 더 부지런히 나다닐걸, 후회하곤 합니다. 얼마 전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 중국 작가의 작품이 새로 설치됐는데, 정교한 작은 요소들이 모여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딱 제 취향의 ☞ 작품이 설치됐다 하더군요. 그거 궁금해서라도 런던에 한 번 가 보긴 해야 할 텐데요. 런던 갈 일 있으면 최대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계획 잘 짜고 가야 합니다.
다시 차 이야기로 넘어와서 -
크리스마스 홍차 깡통이 예전과는 딴판으로 바뀌었는데 이 때문에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양은 125g 그대로, 블렌딩도 그대로입니다. 어떤가요? 깡통이 많이 예뻐졌지요?
<포트넘 앤드 메이슨> 크리스마스 티 성분:
찻잎 78%, 코코 닙스cocoa nibs 10%, 오렌지 껍질peel 8%, 빨간 잇꽃safflowers, 오렌지향, 생강향. 끝.
뚜껑을 여니 향이 진동을 합니다. 뚜껑을 꼭 닫고 있어도 향이 좀 새긴 합니다. 깡통 안에서 찻잎 차라락 부딪히는 소리 듣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차를 새로 사면 소분하거나 밀폐용기로 옮기지 않고 깡통째 보관합니다. 깡통에서 찻잎 덜어 내는 즐거움을 위해 향을 다소 희생시키는 거죠. 차를 오래 두고 먹지 않으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 차를 처음 드시는 분들은 "꽥, 이게 웬 먼지야?" 하며 놀라시곤 하는데, 먼지가 아니라 잇꽃에서 나온 꽃잎과 꽃술 조각입니다. 드셔도 아무 문제 없어요. 솜털 많은 어린 찻잎을 우릴 때도 미세한 털이 표면에 뜨지요. 그런 털들은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는 거예요. 백차나 용정차 드실 때도 은빛 금빛 솜털이 뜨는 걸 볼 수 있어요.
찻잔 바닥에 찻가루와 꽃잎 부스러기, 생강가루도 좀 가라앉습니다. 차를 마시고 나면 기름기 때문에 찻잔 안에도 테두리가 좀 남고요. 아주 단정한 차는 아닌 셈이죠. 그래도 매콤한 것이 제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냅니다. 오렌지향이 산뜻하게 나기 때문에 마냥 느끼하지만은 않습니다. 타사 크리스마스 블렌딩에 비해 청량한 맛이 좀 있으니 올 크리스마스에는 겁내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세요. 일단 깡통이 예쁘지요. 소장 가치 충분하죠. 마시기 부담스러우시면 아주 연하게 타서 은은한 오렌지향 위주로 즐기셔도 되겠습니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의 크리스마스 홍차는 영국의 유명한 과자인 자파 케이크Jaffa Cakes 맛과 정말 똑같습니다. 오렌지맛 과자나 케이크와 잘 맞는다는 얘기죠. 블렌딩에 코코 성분이 있어 쵸콜렛 과자를 곁들여도 잘 어울리고, 매콤한 생강 때문에 생강 비스킷과도 꽤 잘 어울립니다. 얼그레이는 화장품 향이 나서 못 드시겠다는 우리 권여사님이 희한하게도 이 <포트넘 앤드 메이슨>의 크리스마스 홍차는 또 향이 좋다며 잘 드십니다. 얼그레이 싫어하는 사람보다 크리스마스 티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말입니다. 얼른 보내 드려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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