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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크리스마스 본문
크리스마스 찻상 사진 올려봅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 티는 경이로움 님이 보내주신 <루피시아>의 'White Christmas'로 정했습니다. 실은... 집에 크리스마스 티가 이것밖에 없었어요. (꽈당) 경이로움 님께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찻잎에 은박 코팅 별사탕과 구슬이 섞여 있어 깜짝 놀랐었습니다. ㅋ 보내주신 루피시아 가향차들을 마셔보니 이 회사의 취향에 대해 대략 감이 좀 잡힙니다. 일단 맛도 향도 순해서 좋았는데, 회사 측이 선호하는 향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보내주신 차 맛 보느라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연속입니다.
에고, 올해 성탄절엔 만사가 귀찮고나. 샌드위치, 스콘, 갸또, 무스 다 생략. 고급 민스파이나 사다 오븐에 구워보세.
다 찌그러진 망에 솔향 나는 설탕 담아 사라락 ▒
화이트 크리스마스 기분 좀 내주고요,
홍차와 함께 냠냠 먹었습니다. 중세 영국인들은 민스파이에 고기와 고기지방suet을 넣어 영양 보충식으로 삼았으나 영양 과다인 현대에 와서는 고기스러운 것은 일절 빼고 건과일과 향신료만 넣어 먹습니다. 짭짤하던 민스파이가 달게 변한 거죠. 채식주의자들도 이제 민스파이를 먹을 수 있게 되었지요. 사진에 등장하는 소품들은 모두 채리티 숍에서 온 것들입니다. 크리스마스 느낌의 영국 찻잔-받침-간식접시 트리오는 한 조당 2천원에 샀어요. 채리티 숍 만세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얼 주고 받았느냐?
다쓰베이더는 단단에게 헌책방에서 호머의《일리아드》와 《오디세이》옛날 판을 사다 안겨주었습니다. 고대 그리스풍 '레드 피거' 삽화가 아름다워 골랐다고 합니다. 레드 피거Red Figure란?
이런 것 말예요. 많이 보셨던 거죠? 테라 코타색이 원시적이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책 삽화 중 몇 장 찍어 올려볼게요.
삽화가 정말 근사하죠? 나이로 치면 단단의 삼촌뻘쯤 되는 옛날 책인데도 상태가 아주 좋네요. 마음에 쏙 듭니다. 단단은 무얼 선물했을까요?
바닷가 마을 브라이튼Brighton에 갔을 때 작고 아름다운 동네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때 지어진 나름 유명한 교회인데, 스테인드 글라스가 동네 교회 것치고는 심상치않게 아름다웠습니다. 창문을 떼어 올 수는 없는 노릇이라 대신 그 곳 음악 감독님으로부터 엽서를 얻어왔습니다. 그 중 두 장을 액자에 넣어 선물로 주었어요. 액자는 역시 채리티 숍에서 왔고요. 성탄절에 꼭 맞는 마리아와 예수 이미지입니다. 마리아가 앳되고 연약해 보이지만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듯 필사적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천진난만 포동포동 아기 예수는 정말 아기처럼 그려졌지요. 오른쪽 단호한 표정의 꽃미남은 천사장 미가엘입니다. 다쓰베이더 책상 위에 놓아주었더니 매우 좋아합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못 했어요. 사고 싶은 꽃바구니가 있었는데 저희 형편엔 너무 비싸더라고요. 참, 성탄절을 앞두고 한국에서 직장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최악의 크리스마스 선물 1위에 '꽃다발'이 꼽혔다는군요.
정말요? ■
▲ 선물질 고만하고 성탄절은 다들 검소하게 보내도록 하라!
- 교황 티코지우스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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