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영감 생일 본문

차나 한 잔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영감 생일

단 단 2011. 9. 23. 22:54

 

 

 

 

자, 왔어요, 왔어, 니모가 왔어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니모가 아녜요~
일년에 딱 한 번, 다쓰베이더 생일 때만 출몰하는 니모이올시다~

 

 

 

 

 

 

 



꽥! 영감!
충분히 감상 않구 바로 칼질 들어가는 거요?
만드느라 힘들었는데;;

 

 

 

 

 

 

 



순식간에 스시로 돌변. ㅠㅠ

 

 

 

 

 

 

 



영국음식은 피쉬 앤드 칩스밖에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단단이 블로그를 통해 줄기차게 영국음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간 꽤 많이 소개해드렸죠? 영국에 있을 동안 틈날 때마다 영국음식 소개를 해드리고 날 잡아 정리도 한번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음식 열전

 

사진에 있는 만두 모양의 파이는 '코니쉬 파스티Cornish pasty'라 불리는 영국 남서부 콘월Cornwall 지역의 특산 파이입니다. 스콘 대신 내봅니다. 유럽연합에 의해 보호·보전해야 할 유럽 특산품PGI으로 지정된 식품입니다. 일단 유럽연합에 의해 '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로 지정이 되면 재료와 공정을 전통 방식으로 엄격하게 고수해야 합니다. 샌드위치처럼 간식이나 간편식으로 인기가 있는데, 영국에 여행 오셨다가 혹 워털루 역 같은 큰 기차 역을 들르시게 되면 반드시 이 코니쉬 파스티를 파는 간이 매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코니쉬 파스티는 원래 광산촌에서 광부들이 점심 도시락으로 먹던 소박한 음식이었습니다. 저 예쁘게 주름진 크러스트 부분을 작업하던 꼬질꼬질한 맨손으로 잡고 먹는 건데, 소가 가득 찬 불룩한 배 부분을 다 먹고 나면 손때 묻은 크러스트 부분은 버립니다. 저 크러스트가 일종의 손잡이 역할을 하는 거죠. 오븐에서 오랫동안 구워 내는 데다 열기가 새어 나갈 틈 없이 반죽을 꽁꽁 잘 여미기 때문에 아침 출근할 때 가져간 파이가 점심시간까지 뜨겁게 보존이 된다는군요.

 

큼직하게 깍둑 썬 쇠고기와 감자, 스위드swede, 양파 등을 넣고 만드는 게 정통이고(깍둑 써는 크기도 엄격하게 지정돼 있음.), 다쓰 부처처럼 고기를 잘 먹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지 소를 넣은 변주 제품들도 내곤 합니다. 인도 커리 맛도 있고 멕시칸스러운 것도 있죠. 오늘 찻상에 올린 건 치즈와 양파가 들었습니다. 요즘같은 쌀쌀한 때 수프나 홍차와 함께 먹으면 그만이죠.

 

 

 

 

 

 

 



쵸콜렛 녹여 낙서하는 데 단단히 취미 들였습니다. 에스프레소 빤나 꼬따panna cotta와 아마레띠 비스킷입니다. 커피 마실 때 종종 곁들여 먹곤 합니다만, 며칠 전 만들어 먹고 남은 게 있어 처치할 겸 내봅니다.

 

 

 

 

 

 

 



오늘의 차는 안계황금계(安溪黄金桂, Anxi Yellow Gold)입니다.

안계철관음(安溪鐵觀音)과 같은 지역에서 생산되나 값은 좀 더 저렴하고 향은 더 진한 청차입니다.

[Jing, 250ml, 4g, 100˚C, 4min., 3 times]


자사호를 눈여겨보세요. 특히 뚜껑을요.

 

 

 

 

 

 

 



청차치고는 잎이 참 푸르죠? 향기가 아주 좋습니다. 이 황금계에서 나는 향을 '계화향'이라 하더군요. 자스민 녹차처럼 찻잎에 실제로 꽃을 덮어 향을 씌운 게 아닌데도 찻잎 자체에서 계화 꽃향기를 냅니다. '계화'가 궁금하여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아이고 예뻐라.  
작지만 꽃이 토실토실 어쩜 귀여운지.
헷갈려하시면 안 돼요. 이 꽃의 향을 입혔다는 게 아니고 제다를 마친 찻잎에서 이 꽃의 향이 난다는 겁니다. 신기하죠. 우리 말로는 '금목서'라 한답니다.

 

 

 

 

 

 

 



흰 찻잔이라야 찻물색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지만 때론 손맛, 흙맛이 살아 있는 잔들이 그리울 때가 있지요. 단단은 물레선이 나 있거나 귀얄 기법을 써서 힘찬 붓질을 한 호방한 형태의 찻잔들도 좋아합니다. 정적인 찻자리에서 조용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수면 위 파문 같기도 하고요.

 

 

 

 

 

 

 



다쓰베이더가 좋아하는 들꽃 같은 파스텔 국화도 올려봅니다. 가을입니다.

 

 

 

 

 

 

 



참, 아까 그 찻주전자, 유심히 보셨습니까? 어떻습니까? 무어 떠오르는 게 없나요?

 

단단이 다쓰베이더의 생일을 기념하여 사준 자사호인데, 여성의 탐스러운 가슴과 젖꼭지 모양을 본떠 만든 거라 합니다. 중국인들의 미감과 해학 대단합니다. 중국의 어느 자사호 장인 할아버지께서 만드신 건데 우여곡절 끝에 저렴하게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부들이'라고 이름 붙여줬습니다. 다구는 늘 단단이 도맡아 관리하지만 이건 특별히 다쓰베이더한테 마누라 삼아 애지중지 쓰다듬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너무 야한가요?

 



일급 단체가 연주하는 다쓰베이더 생일 축하 곡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