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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커피와 홍차의 친구, 계피에 관하여

단 단 2012. 12. 24. 23:57

 

 

 

 

 

2012년 우리 집 크리스마스 홍차로는 <칸톤 티>의 크리스마스 블렌드를 골라 보았습니다. 온라인 차상이었던 <칸톤 티>가 성장에 성장을 거듭, 이제는 <해로즈> 백화점에까지 입점을 했더군요. 올해는 <포트넘 앤 메이슨>의 크리스마스 홍차 대신 칸톤 티 것으로 사 보았습니다. 저희 형편에는 이것도 만만찮게 비쌌어요. 50g 깡통에 6.5파운드나 줬으니까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홍차를 마셔 주지 않으면 어쩐지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뚜껑 열어 보고 놀랐습니다. 잘게 부순 잎이 아닌 제대로 비벼 말린 찻잎과 실한 부재료들이 듬뿍, 지금까지 본 온갖 크리스마스 블렌드 홍차 중 단연 으뜸입니다. 재료를 읊어 보겠습니다.


<Canton Tea Co>의 'Christmas Blend' 성분:
Assam tea, sweet liquorice root, ginger root, cinnamon bark, orange pieces, whole cranberries, pure orange oil, whole cloves. 끝.

 

 

 

 

 

 

 



무엇보다 단단을 놀라게 했던 건 바로 계피.
많은 이들이 시나몬인 줄로 잘못 알고 쓰는 카시아cassia 대신 제대로 된 고급 실론 시나몬Celyon cinnamon을 썼습니다. 이런 고급 재료를 넣고도 자랑 한마디 없으니 과연 <칸톤 티>의 실력은 알아줘야 합니다. 좋은 재료 쓰는 건 당연하다는 거죠. 비싼 실론 시나몬을 참 많이도 넣었습니다. 시나몬은 다음과 같이 네 종류로 나뉘며, 크게는 '진짜 시나몬'과 '카시아', 이렇게 둘로 나뉩니다.


Cinnamomum verum ("True cinnamon", 실론 시나몬)
Cinnamomum burmannii (Korintje, Padang cassia, 인도네시아 시나몬)
Cinnamomum loureiroi (Saigon cinnamon, Vietnamese cassia, 베트남 시나몬)
Cinnamomum cassia (Cassia, 중국 시나몬)

 

 

 

 

 

 

 

 

Cinnamomum verum은 'true cinnamon'이라는 뜻.

실론산 시나몬을 일컬음.



확실히 유럽은 식재료에 관해서는 한국이나 미국보다 기준도 높고 규제도 훨씬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영국은 유럽연합 안에서도 특히 더 까다롭게 구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식재료에 관해 영국 와서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이 많은데, 계피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중국에서 쓰는 계피와 여기 영국인들이 쓰는 계피가 다르더라고요. 사진에 있는 계피를 자세히 보세요. 집에 있는 걸 하나 꺼내 찍어 보았는데, 얇은 껍질이 여러 겹으로 속까지 빽빽이 들어차 있죠? 껍질이 하도 얇아 잘 바스라집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계피는 오른쪽 것에 좀 더 가깝죠. 중국 남부와 인도네시아 원산인 카시아 계피Cinnamomum cassia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나지 않아 주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산을 수입해다 쓰는데, 우리가 수정과에 쓰는 계피는 사진 왼쪽에 있는 것은 고사하고, 오른쪽에 있는 것보다도 더 못한 상태의 것을 씁니다. 연한 속껍질도 아닌 거친 겉껍질을 그냥 벗겨 쓰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 수정과 맛이 그토록 맵고 험한 거죠. 이런 계피는 값도 쌉니다.

 

반면, 유럽인들이 계피의 표준이라고 여기는 진짜 계피Cinnamomum verum, 즉, 실론 시나몬은(왼쪽) 스리랑카 원산으로, 어린 가지의 외피를 제거하고 부드러운 속껍질을 얇게 켜 여러 장 겹쳐 만듭니다. 빛깔도 카시아 계피에 비해 좀 더 연합니다. (실론은 인도 오른쪽에 있는 물방울 모양의 섬나라 스리랑카의 옛 이름입니다.) 향신료에 관한 BBC 도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데, 여러 장을 모아 빽빽하게 말아 만드는 저 실론 시나몬의 길고 험난한 생산 과정을 보면서 농부의 고된 노동에 제가 다 탄식을 했더랬습니다. 다시는 실론 시나몬을 무심히 바라볼 수 없게 되었죠.

 

맛을 비교해 보자면, 실론 시나몬은 뭐랄까요, 험하지가 않고 섬세하고 고상한 맛과 향이 난달까요? 카시아에서 나는 강한 단맛과 후추 같은 매운 맛이 없고 상쾌한 청량감이 있습니다. 참, 실론 시나몬 자체에는 단맛이 없고 같이 넣은 재료들의 단맛을 돋워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실론 시나몬이 계피 중에서는 최고등급에 속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커리 만들 때 'cinnamon'과 'cassia'를 구분해서 씁니다. 카시아는 향신료 많이 쓰는 강한 맛의 고기요리에 쓰는 경향이 있죠. 유럽인들도 마찬가지라서 카시아는 대개 맛과 향이 강한 사냥동물game 요리에 씁니다. 실론 시나몬은 커피나 홍차, 제과, 디저트 등에 주로 쓰고요. 미국인들은 빵이나 제과, 디저트에 계피 넣는 것을 유럽인들보다 더 즐기고 심지어는 브렉퍼스트 시리얼에도 넣어 먹을 정도인데(코스트코 가시면 시리얼 성분표를 주의 깊게 보세요.), 문제는, 미국에서 팔리는 'ground cinnamon'의 십중팔구가 카시아 가루라는 거.

 

 

 

 

 

 

 

 이건 시나몬 스틱일까요, 카시아 스틱일까요? 카시아 스틱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이, 카시아와 실론 시나몬 둘 다 우리말로는 '계피'로 번역된다는 겁니다. 카시아 판매상들도 '카시아'라는 단어를 쏙 빼고 '시나몬'이라고만 이름 붙여 파는 일이 많고요.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카시아를 계피로 부르며 써 왔으니 시비 걸 의도는 전혀 없고요, 우리가 계피라 부르는 것에도 크게 두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는 겁니다. 앞으로는 누군가 계피 막대로 카푸치노를 젓거나 짜이chai 만들고 있을 때 실론 시나몬인지 카시아인지 옆에서 유심히 살펴보세요. 카시아 스틱을 쓰면서 시나몬 스틱인 줄 잘못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제과·제빵에 많이 쓰는 계핏가루도 카시아 가루일 확률이 높은데, 포장에는 그냥 시나몬 가루라 쓰여 있을 겁니다. 유럽연합에서는 카시아 계피의 독성 성분인 '쿠마린'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간과 신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아이들과 노약자에게는 한 티스푼의 양도 위험하다고 합니다. 건장한 성인이라 할지라도 계피를 어쩌다 가끔 먹지 않고 즐겨 먹는 분들은 카시아에서 실론 시나몬으로 갈아 타셔야 합니다. 실론 시나몬에는 이 쿠마린이 거의 들어 있지 않습니다.

 

 

 

 

 

 

 


 부재료와 찻잎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목넘김이 부드러운 칸톤 티의 크리스마스 티.
시나몬과 과일향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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