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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Herend Apponyi Diamond Jubilee Royal Blue 본문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이게 도대체 무슨 암호야?"
홍차에 관심 없고 다구엔 더욱 관심 없고 영국에는 더더욱 관심 없는 분들께는 진정 암호와 다름 없죠.
헝가리의 '헤렌드'라는 도자기 회사에서
'아포니'라는 헝가리 굴지의 가문 식기에 쓰였던 문양을 따서
홍차의 나라 영국 군주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블루 중에서도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아주 진한 '로얄 블루'색으로
도자기를 한정 출시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a?&* 해설이 더 어려워
장사꾼들한테는 불황에도 소비자 지갑을 여는 비장의 무기가 두 개 있지요. 바로 '공포심 조성'과 '한정 판매limited edition'라는 겁니다. 주방 도마에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이 우글거리는데 물로 깨끗이 씻어 햇빛에 소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해보십시오. 멸균제나 항균 도마가 불티나게 팔립니다. 고급 찻잔을 영국에서만 딱 500조 한정 판매한다고 발표하면 여자들 우르르 달려가서 줄 섭니다. 여자가 왜 영어로 '우먼'이냐? 걸핏하면 물건 사재기 하러 우- 몰려가는 사람man이라서 '우먼'인 겁니다.
우리 집 다쓰베이더가 올해 특별한 생일을 맞았습니다. 권여사님께서 금일봉을 하사, 다쓰 서방 갖고 싶은 것 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다쓰 서방, 특별한 생일이니 일부를 떼어 기념으로 찻잔을 하나 사겠다고 합니다. 기왕이면 마누라 좋아하는 파란 꽃 찻잔으로 한 조 사겠다고 합니다. [다쓰베이더가 파란색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단단이 파란 꽃 찻잔으로 모으는 거지요.] 열심히 고르더니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찻잔과 간식접시 트리오를 떡 하니 주문합니다. 고로, 이 찻잔은 권여사님이 생일 선물로 사 주신 다쓰베이더 소유의 찻잔이 되겠습니다. 헤렌드는 어찌 알았고, 헤렌드에 이런 한정품이 나와 있었다는 건 또 어찌 알았누.
자세히 사진 찍어 사 주신 분께 감사의 표시도 할 겸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단단은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없고 무엇무엇이 있는지도 잘 몰라요. 헤렌드 아포니 패턴을 찾아 공부를 좀 해보니 현재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팔리는 아포니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색상이 있더군요. 주황색rust은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에서 마나님 아침 식기로 나왔던 거네요.
미국 시장에서는 아포니 패턴이 '차이니즈 부케Chinese Bouquet'로 불립니다. 좌우지간 유럽 자기 회사들은 미국이 다 먹여 살리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는 웨지우드나 로얄 알버트 신상품 구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주문해서 받는 게 더 빠른 경우도 있어요. 영국인들은 대를 이어 식기를 물려 쓰기 때문에 이제는 포화 상태에 이르러 집집마다 새로운 디너 세트를 사들이는 게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집이 좁아 보관할 곳도 마땅찮으므로 새로 사기는커녕 물려받은 것들도 골머리 앓다가 중고 시장에 내놓기 일쑤입니다. 그 때문에 중고품 거래는 아주 활발하지요. 불황까지 겹쳐 요즘 돈 없는 젊은 부부들은 이렇게 나온 중고품을 사거나 아이키아IKEA 또는 수퍼마켓 자사 염가 제품 등을 삽니다. 생산 공장이 이제는 죄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로 옮겨갔기 때문에 중고품을 사면 오히려 'Made in England'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이점도 있고요.
손잡이 아래쪽을 누가 자세히 들여다본다고 이렇게 정성껏 선을 그려넣었을까요? 이런 사소한 차이가 명품을 만들고 소장하는 이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겠지요.
잔받침입니다. 헤렌드 제품은 전사가 아니라 다 손그림인데 오톨도톨 만져집니다. 시중에 팔리는 파란색과는 확실히 다르죠. 아침에 햇빛 밝을 때 찍어서 밝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진하고 중후한 파란색입니다. 우리 홍차인들이 잘 아실 만한 대표 로얄 블루 색상으로는 위타드의 새로 바뀐 홍차 깡통이 있습니다.
간식접시. 잔받침과는 무늬 배열이 다릅니다. 가장자리에 두른 여섯 개의 꽃 모양도 다 다릅니다.
아포니 패턴의 중심이 되는 꽃. 손그림이기 때문에 들여다볼수록 불완전한 것들이 자꾸 발견되니 헤렌드 아포니 소장하신 분들은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지 마시고 그냥 무심히 즐기셔야 합니다. ㅋ 비뚤게 그려진 선과 선 밖으로 비져나온 물감들이 간간히 눈에 띄는데, 완벽한 외모 따지는 우리 한국인들은 이런 것에 참 속상해하죠. 한국에 유럽 중고 그릇 판매하는 분들은 이 때문에 애 많이 먹을 겁니다. 영국인들은 사람 냄새 난다고 더 좋아합니다. 신기하죠.
아이구야, 하루종일 앉아 저걸 한올한올 다 그리고 있는 사람, 정신 건강 괜찮을까...
접시 뒤는 또 누가 본다고 꽃을 그려놨어.;;
잔받침과 간식접시 비교.
찻잔 뒤쪽에는 앞쪽에 있는 것보다 소박한 꽃이 그려져 있고 안쪽에도 꽃이 네 개나 그려져 있습니다. 참, 찻잔 안쪽에 있는 꽃, 예쁘기도 하지만 물 양 맞출 때도 편하지 않나요?
차음식으로는 스코틀랜드 흔흔이 '웨스티West Highland White Terrier' 모양의 쇼트브레드를 먹었습니다. 쇼트브레드는 잉글랜드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전통 과자입니다. 단단은 털 복슬복슬한 개를 무조건 흔흔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집 흔흔이는 요크셔 테리어지요. 영국 지명을 달고 있는 개들이 참 많습니다.
권여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다쓰베이더가 아침에 이 찻잔으로 자스민 녹차 마시면서 매우 기뻐했습니다. 이 로얄 블루 색상말고도 영국엔 한정 판매 색상이 하나 더 있는데 ☞ 여기 가셔서 구경해보세요. 이 세상 색깔 같지 않은 아주 신비롭고 황홀한 색입니다. 한국 가면 언제 이 분 하고 각자 자기 헤렌드 영국 한정 찻잔 들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 아프터눈 티타임이나 느긋하게 가져야겠습니다.
가만 보니 헤렌드 경영진 참 수완 좋아요. 똑같은 패턴을 색상만 바꿔 한정판으로 내놓는 습관이 있는데, 이 세상에 어디 색이 한두 가지냔 말이죠. 보라색도 본 적 있고 터콰즈도 봤습니다. 이 로얄 블루 색상으로는 찻주전자 - 설탕기 - 우유기 - 찻잔 트리오만 출시됐었습니다. 디너 세트는 찾아볼 수 없으니 홍차인들에게만 해당되는 한정판이었네요. 아래의 동영상을 보시면 헤렌드 그릇이 왜 그토록 비싼지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
▲ 나오자마자 매진. 단단은 실물 구경도 못 해봤습니다.
찻주전자 꼭지가 나비 대신 왕관.
▲ 하이든이 안톤 게오크 아포니 백작에게 헌정한
현악4중주곡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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