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결혼 기념일 본문

차나 한 잔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결혼 기념일

단 단 2013. 7. 18. 01:34

 

 

 


너무 바빠서 생일은 그냥 보냈지만 결혼 기념일은 겨우 챙겼습니다. 다쓰베이더가 짬 내서 후딱 장을 봐 왔습니다. 고급 수퍼마켓에서 (떨이로) 사 왔기 때문에 티푸드 품질은 호텔급 이상입니다. 식탁보는 시간이 없어서 못 깔았습니다. 꽃도 못 샀고요. 그래도 초는 켰어요.

 

 

 

 

 

 

 



오픈 샌드위치 형태로 내봅니다. 1분도 안 돼 뚝딱 조립이 가능한 훈제연어 까나페입니다. 말랑말랑 쫄깃쫄깃한 잉글리쉬 머핀을 토스트 한 뒤 원형 커터로 찍어서 썼습니다. 홍차는 럭셔리 금색 깡통에 든 <해로즈Harrods> 아쌈으로 우렸습니다.

 

 

 

 

 

 

 



스콘은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사진만 찍고 도로 밀폐용기에 넣었습니다. 반으로 잘라 양이 많아 보이도록 속임수를 썼습니다. 스콘이 좀 컸는데, 아프터눈 티용 스콘은 크림티용 스콘보다 작게 만들어야 합니다.

 

 

 

 

 

 

 



쵸콜렛으로 만든 갸또나 무스도 한 종류쯤 올려 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제아무리 유명 쵸콜렛 장인이 만든 고급 수제 쵸콜렛일지라도 쵸콜렛을 그냥 올리는 건 또 금물입니다. 쵸콜렛을 재료로 써서 만든 무언가를 올려야 하죠. 저는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는 쵸콜렛 무스로 올렸습니다. 꿈같이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쵸콜렛을 아끼지 않았는지 맛이 아주 진했습니다.

 

 

 

 

 

 

 

 


아프터눈 티 테이블의 필수 요소인 프룻 타틀렛입니다. 타틀렛 케이스 굽기 귀찮은 분들은 시판 제품을 사다 쓰셔도 됩니다. 유지를 버터로만 쓴 고급품으로 고르세요. 프룻 타틀렛은 대개 딸기나 라즈베리 같은 베리류로 만든 것들이 올라 오는데, 보기에 예쁘고 맛도 상큼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잉글랜드는 딸기로, 스코틀랜드는 라즈베리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제가 일러주지도 않았는데 다쓰베이더는 어떻게 저렇게 아프터눈 티 필수 요소들로 꼭 맞춰 장을 봐 왔을까요? 오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영국에 있으니 영어로 해봅시다. "A saint's maid quotes Latin." 성자 집 가정부 삼년이면 라틴어 성경을 읊는다. ㅋㅋㅋㅋㅋㅋ

 

이 나라가 얼마나 티타임을 소중히 여기냐면요, 호텔급(보다 더 좋을 수도 있음) 질 좋은 티푸드들이 수퍼마켓 선반에 그득한데 값도 참 쌉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집에서 럭셔리 아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어요. 수퍼마켓 제품인데도 진짜 버터에 진짜 유크림에 다들 자연방사란을 씁니다. 첨가물도 거의 안 들어가요. 일반 베이커리와 달리 수퍼마켓 선반에 놓이는 제품들은 법에 의해 재료를 꼼꼼히 다 표시하도록 돼 있어 잘만 고르면 오히려 품질이 훨씬 낫습니다. 수퍼마켓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 재료만 좋은 게 아니라 맛도 식감도 훌륭합니다. 돈을 약간 더 들이면 전체를 유기농으로만 차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요. 아프터눈 티의 나라답죠.


아프터눈 티를 다 즐긴 뒤에는 '내년 기념일까지 또 한 해 잘 부탁 드립니다' 의미로 서로 넙죽 엎드려 맞절 한 번 하고 일어섰습니다.

 

 

 

 

 

 

 


 영국에서는 작게 썬 아프터눈 티 샌드위치 모듬을

파는 곳이 많다. 배달도 해준다. 수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