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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람들도 오징어덮밥을 먹는다 - 오징어 커리 Squid Curry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인도 사람들도 오징어덮밥을 먹는다 - 오징어 커리 Squid Curry

단 단 2013. 8. 8. 23:00

 

 

 

 

 

아, 제가 원래 음식 얘기하는 건 좋아하는데 블로그에 요리 '과정샷' 올리는 건 아주 질색을 해요. 부엌이 여간 깨끗하지 않으면 안 되고, 또, 재료 손질하거나 볶다 말고 사진기 드는 게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리 블로거 분들을 존경합니다. 의지와 정성이 대단한 분들이에요. 요리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은 뒤에는 그냥 나가지 마시고 반드시 '추천' 단추 찾아서 꾹 눌러 주고 "감사합니다." 덧글 달고 나오셔야 합니다. 블로그에 덧글 다는 분들은 창작의 노고를 알아 주시는 학구적이고 열정적인 분들이에요. 특히 이 블로그 오셔서 덧글 다시는 분들, 아주 교양 있는 분들입니다. 제가 의외로 깔끔한 사람이라 블로그 지저분해질까봐 블로그 과다 노출을 꺼리고 추천 단추나 광고 붙이기, 이런 걸 안 합니다. 말투는 투박한 아저씨 말투인데 홍보도 안 하니 만날 방문자 수가 세 자리가 안 돼요. 아놔, 올해가 가기 전 하루 방문자 수 100 넘어보는 게 소원인데. 왔다가 눈팅만 하고 가시는 분들, 이참에 커밍아웃 하세요. 제가 흥신소에 의뢰해 이 블로그 오셔서 덧글 다시는 분들 뒷조사를 해봤더니 다들 학창 시절 공부 잘하셨거나 똘똘하셨던 분들이었어요.

 

 

각설.
TV를 보다가 인도 사람들도 오징어덮밥을 먹는다는 정보를 입수한 다쓰베이더가 오늘은 인도식 오징어덮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결혼 전에는 오징어를 못 먹던 사람이었는데 결혼 후 제가 꼬드겨 먹게 되었습니다. 오징어가 고무 같아서 싫었다는데, 그건 이 양반이 그동안 잘못 조리된 오징어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오징어는 1분 미만으로 살짝 데치거나 1시간 이상 푸욱 익혀 콜라겐을 완전히 분해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질기지 않습니다. 1분 이상 1시간 미만으로 어정쩡하게 열을 가하면 새우맛 나는 고무를 씹게 되는 겁니다.


자자자, 오징어덮밥 좋아하는 분들 중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분은 사진을 참고하면서 재료를 준비해 주세요.

 

 

 

 

 

 

 

 


먼저, 페이스트를 만들기 위한 재료


고수씨coriander seeds 1작은술
호로파fenufreek seeds 1작은술
흑겨자씨black mustard seeds 1작은술
큐민cumin seeds 1작은술
강황가루turmeric powder 1작은술

각각 1작은술씩 준비합니다. 입자가 굵은 것들은 죄다 합쳐서 절구에 먼저 곱게 빻아 주세요. 터메릭은 이미 고운 가루 상태이므로 갈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합쳐만 주세요.


마늘 5알
홍고추 3개
생코코넛 50g
물 50ml


이것들을 위의 가루들과 함께 푸드 프로세서에 갈면 환상적인 주황 빛깔의 페이스트가 됩니다. 물은 소량이라도 꼭 들어가야 합니다. 물이 없으면 뻑뻑해서 잘 갈리질 않아요.
이 페이스트의 입자가 완성된 요리의 전체 입자texture와 매운 정도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 다음, 본격적인 오징어 커리를 만들기 위한 재료

 

식용유

흑겨자씨black mustard seeds 1작은술

보라색 양파 작은 것 1개, 채 썰기. (인도에서는 크기가 좀 더 작은 분홍 양파를 씀.)

마늘 5알, 얇게 편 썰기

생강 4cm 크기, 채 썰기

청고추 2개, 얇게 편 썰기

고춧가루Kashmiri chilli powder 1/2 작은술

토마토 작은 것 1알, 잘게 깍둑 썰기. (방울토마토라서 두 개를 썼음.)

소금 1작은술

물 75ml

타마린드tamarind 액 50ml. (타마린드 열매 속 펄프. 커리에 새콤달콤한 맛을 냄.)

재거리jaggery 1작은술. (간식으로 먹어도 좋은 찐득한 인도 설탕. 구하기 힘들면 촉촉한 갈색설탕soft brown sugar으로 대체 가능, 이것도 없으면 그냥 일반 황설탕을 써도 됨.)

오징어, 손질한 것 400g

 

 

 

 

 

 

 

 

음식에 맛있는 신맛을 더해 주는 타마린드tarmarind.

 

 


만들기


1. 중불에 웍을 달군 뒤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흑겨자 씨 1작은술을 '폽!' 하고 튈 때까지 볶는다. 30초 정도면 충분.


2. 양파 투입, 5분간 볶는다.


3. 마늘, 생강, 청고추 투입, 1분간 볶는다.


4. 페이스트, 고춧가루, 토마토, 소금, 물  투입, 3분간 끓인다.


5. 타마린드 액, 재거리 투입, 1분간 끓인다.


6. 마지막으로 오징어를 넣고 살짝 익힌다. 끝.

 

 

 

 

 

 

 

 

  가정집 커리는 기름이 적고 전분이 없어 번들거리거나 끈적이지 않는다.

 

 


중식처럼 재료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들고 조리는 정작 10분이면 끝나니 허무한 감이 없잖으나 향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맛있는 커리입니다. 일본 카레와의 차이점을 간파하셨지요. 일단 인도 커리에는 '카레 가루'나 '기본 소스'라는 게 없고 완전히 무인 상태에서 재료를 혼합하면서 시작합니다. 소금이 적게 들어가는데도 향에 온통 정신이 빼앗겨 싱거운 줄도 모르고 먹습니다. 전분과 MSG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맛본 인도 식당들 커리에는 전분과 MSG가 잔뜩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미 기반이 탄탄하게 잡힌 일본 카레집들과 경쟁하느라 그런 거겠지요. 매운 음식 잘 못 먹는 분은 페이스트를 더 곱게 갈아 주시고, 커리 양념 끓이는 시간을 좀 더 늘려 주시고, 고추는 씨를 털어 내고 쓰시면 됩니다. 위의 재료로 만들면 대략 4인분이 나옵니다. (쌀은 바스마티 현미를 써서 거무튀튀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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