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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냄비에 관하여 본문
몇 년 전, 채리티 숍에서 지름 16cm짜리 작은 구리 냄비 하나를 집어 왔었습니다. 구리 냄비가 얼마나 비싼 물건인지 알지 못 했던 시절이라 '남이 쓰던 냄비를 만원이나 달라고 하다니, 채리티라면서 순 도둑놈들 아냐.' 투덜댔더랬죠. 비싸면 안 사면 그만인데, 그냥 놓고 오기엔 또 이 구릿빛이 너무나 황홀했더랍니다. ㅋ
집에 돌아와 누리터를 열심히 뒤졌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어느 북유럽 회사의 제품이더군요. 늘 보던 프랑스 <모비엘Mauviel>이나 <드부이에DeBuyer>, 이태리 <루포니Ruffoni> 제품과는 또다른 느낌이죠. 깔끔하면서도 유려한 선. 그야말로 '스칸디나비안 쉬크'가 줄줄 흐릅니다. 바이킹스러운 데도 있고 마징가 Z스러운 데도 있고, 하여간, 북구의 디자인이란 게 이런 거구나, 내 생애 최초로 구리 냄비라는 걸 손에 넣고서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었습니다. 어떻습니까? 빈티지 냄비이지만 지금 봐도 디자인이 근사하지 않습니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물건이지만 유럽에서는 이 구리 냄비가 아주 흔합니다. 유럽의 레스토랑이나 대저택 주방, 혹은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레스 스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의 옛날 집들 부엌에 수두룩 놓여 있거나 걸려있는 게 이 구리 냄비죠. 위의 사진은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의 한 장면입니다. 아나Anna가 개수대에서 무언가를 씻고 있네요. 아나 머리 위로 각종 구리 냄비들과 젤리 몰드가 보이죠?
영국의 대갓집 옛날 부엌들은 대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 구리 냄비들이 보기에는 날렵해 보여도 무게가 엄청납니다. 르 쿠르제 주물 냄비 뺨쳐요. 딸내미들, 돈 모아 큰맘 먹고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 사 드리고 싶어도 연세 드신 분들은 이거 무거워서 못 쓰십니다. 관리하는 건 또 얼마나 까다로운데요. 은 그릇 관리하기가 까다롭다고들 하는데 구리는 훨씬 까다롭습니다. 아주 예민한 금속이죠. 그야말로 대갓집 부엌에서 하인들이 도맡아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될 골치 아픈 물건입니다.
손잡이
현재 구리 냄비 제조사들은 손잡이를 검은색 주철cast iron, 금빛 청동bronze, 은회색 스테인레스 스틸, 이렇게 세 가지 재질로 내고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전통 방식인 주철 손잡이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옛날부터 보아 왔던 것이니 친숙하겠지요. 그래서 영국에서 판매되는 구리 냄비들은 아직도 전통 방식인 시커먼 주철 손잡이를 단 것들이 주를 이룹니다. 구리는 열전도율이 높은 반면 주철은 매우 낮아 손잡이 재질로 적합합니다. 위의 <안틱스> 잡지에 있는 것들도 죄다 주철 손잡이를 하고 있죠.
구리 냄비 전통이 없던 한국에서는 관리와 사용이 편한 실용적인 스테인레스 스틸 손잡이를 선호하시는 것 같습니다.
단단은 관리와 사용 모두 불편한 청동 손잡이를 고집합니다. '뽀대' 때문입니다. 세 가지 재질 중에서는 청동이 아무래도 구리와 성질이 가장 가까워 색상이 잘 어울리거든요. 그런데 이 청동 손잡이가 보기에는 예뻐도 쓰기에는 많이 불편합니다. 청동도 구리처럼 열전도율이 높아 손잡이가 금방 뜨거워지거든요. 불편해도 예쁘니까 용서가 되는 거지요. ㅋ 각자 취향 대로 고르면 되는 거죠. 다만, 제조사들마다 전통 방식인 주철 손잡이 냄비들에 좀 더 두꺼운 구리를 쓰는 경향이 있어 주철 손잡이 제품들이 무겁고 튼튼하고 값도 비쌉니다. 레스토랑에서 손님 상에 올리는 작은 냄비는 '뽀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청동 손잡이 제품을 많이 씁니다. 7cm, 9cm 정도의 작은 소스팬에 소스나 튀김 같은 걸 담아 내곤 하지요.
▲ 주렁주렁주렁. 저게 도대체 얼마 어치냐.
그런데 과연 실제로 쓰기는 하는 걸까?
냄비 안쪽 재질
구리 냄비 구매시 참고할 점을 좀 더 알려 드릴게요. 구입하실 때는 냄비 안쪽 재질을 살피셔야 합니다. 대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재질을 씁니다: 구리, 주석, 스테인레스 스틸.
구리 냄비 안쪽에 얇게 주석tin칠을 입히는 것은 전통 방식입니다. 음식물이 구리에 직접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토마토 같은 산성 식품이나 소금기가 과한 음식이 구리에 직접 닿으면 구리를 부식시키고 독성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구리 독성이 인체에 축적되면 좋을 리 없죠. 부식되니 냄비에도 안 좋고요. 주석칠 된 제품은 반복 사용하다 보면 칠이 닳아 없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칠을 새로 입혀 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대신 구리의 높은 열전도율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유럽에서는 주석칠 된 구리 냄비를 쓰는 게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주석을 새로 입혀 주는 장인tinker들이 아직도 존재하거든요.
주석 입혀 주는 장인이 없는 한국에서는 구리 냄비를 사실 때 가급적 스테인레스 스틸을 덧댄 클라드clad 제품을 사셔야 편합니다. 그런데 이런 클라드 제품은 열전도율 높은 구리 냄비를 쓰는 목적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지요. 스테인레스 스틸처럼 열전도율이 떨어지는 금속이 또 없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구리는 살균력이 뛰어나 식품의 위생적인 조리가 가능합니다. 특히 아기들 이유식 조리에 안성맞춤입니다." 하면서 광고하던데, 이거 말 안 되는 거 잘 아시죠? 스테인레스 스틸 클라드 냄비를 팔면서 어떻게 음식물이 구리에 직접 닿는다는 걸까요? 게다가, 성인이면 몰라도 구리에 직접 닿은 음식을 아가들에게 먹이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구리 중독에 관한 글들을 찾아서 읽어 보세요. 필수 영양소이긴 하나 결핍될 일은 극히 드물고 과잉이 문제가 되곤 합니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달걀 흰자 거품,
사바용sabayon, 잼, 설탕 시럽용 냄비.
구리로만 만든다.
구리를 보호하고 구리 독성을 방지하기 위해 주석을 입히거나 스테인레스 스틸을 덧대는 게 일반적이긴 하나, 예외로 잼을 만들거나 설탕을 녹여 시럽으로 만들거나 달걀 흰자 거품을 올릴 때는 내용물을 구리에 직접 닿게 합니다. 잼 내용물이 구리에 직접 닿으면 잼이 더 단단해지고, 설탕은 타는 지점 없이 고르게 잘 녹고, 달걀 흰자는 거품이 더욱 단단해져 쉬이 주저앉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라는군요. 신기하죠. 말하자면 작업 효율이 높아진다는 건데, 구리에 식품을 바로 닿게 하는 게 과연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긴 합니다. 구리 냄비 회사로서는 안전하다고 주장할 테니 판단은 사용자의 몫이 되겠네요.
젤리 몰드
선반 위에 젤리 몰드가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젤리를 아이들 간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 유럽에서는 귀족들의 식후 디저트로 젤리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설탕 공예처럼 젤리 만들기도 한때 대단한 예술적 경지에 이른 분야였다고 하네요. 아래의 사진들과 광고 카탈로그를 보세요.
근사하죠?
대저택 귀족 나으리들께서 어마어마한 저택 유지비 마련 등,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을 때마다 값 나가는 집안 물건들을 내다 팔곤 하는데, 이때 부엌에 있는 구리 젤리 몰드들이 1순위로 경매에 나오곤 합니다. 구리 자체가 비싼 금속인데다, 희소성과 공예적인 측면, 호화로운 느낌이 있기 때문에 구리 젤리 몰드들은 냄비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곤 하죠. 그 때문에 아무데서나 다루지 않고 고가품을 상대하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큰 경매장에서 취급을 합니다. 시중에 나돌아다니는 싸구려 젤리 몰드에 속지 마세요. 특히, 베이킹 하시는 분들은 구리처럼 보이게 위장한 싸구려 금속 틀에 속기 쉽습니다. 이런 것들은 외관이 조잡한데다 몇 번 쓰고 나면 도금이 까져 똥파리 무지갯빛으로 변합니다.
주렁주렁 벽에 걸기
손바닥만 한 우리 집 부엌입니다. 유럽 사람들 흉내 내느라 멋으로 저렇게 걸어 놓은 게 아녜요. 부엌이 하도 좁아 둘 데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벽에 건 거예요. 꽈당 외식을 잘 안 해서 세 끼를 매번 집에서 해먹으려니 삶이 아주 피곤합니다. 냉동실도 없고 냉장고 크기도 너무 작아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저장해둘 수도 없어요. 외식도 안 하고 매일 하루 세 끼를 새로 만들어 먹었다니 다쓰 부처 인생이 그간 얼마나 피곤했겠습니까. 냄비라도 좋은 거 써야지요. ㅋ 다행히 유럽에선 구리 냄비가 한국에서만큼 비싸지 않습니다. 부엌일 하루이틀 할 거 아니죠. 평생 해야 할 운명, 조리도구와 주방용품에 투자 아끼지 마시고 갖고 싶은 것, 좋아하는 걸로 사서 즐겁게 일해야 합니다.
냄비와 주방도구를 저렇게 걸어 놓고 쓰니 참 편하긴 합니다. 밑에 있는 냄비 꺼내느라 엎치락뒤치락 하지 않아도 되고, 도구 꺼내느라 서랍 뒤지지 않아도 되니 아주 살 것 같아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우리들의 쥴리아 챠일드 왕언니께서 부엌 산만해지는 것 아랑곳않고 저렇게 주렁주렁 걸어 놓고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요.
▲ 흡사 남자들 작업장 같은 부엌. 편하긴 억수로 편하겠어.
▲ 영국 빅토리아 시대 가정용 오븐 겸 쿠커.
냄비에 불이 직접 닿지 않는다.
전기 레인지 vs 가스 레인지
유럽에서는 직불에 구리 냄비를 바로 올려 쓰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주철 위에 냄비를 올려 썼거든요. 요즘도 이런 형태의 열원을 쓰는 레스토랑들이 제법 있죠. 이런 열원을 쓰는 데서는 구리 냄비 관리가 그나마 수월합니다. 저희 집은 현재 이 방식과 유사한 전기 홉hob을 씁니다. 영국은 가스 값이나 전기 값이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전기 레인지를 쓰는 집이 많아요. 한국에서는 가스 레인지 쓰는 집이 많죠. 안타깝게도 이 가스 레인지 직불 위에서는 구리 냄비가 우아한 외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뜻하고 여린 구릿빛이 금방 총천연색 똥파리 색으로 변하고 시커멓게 되기 일쑤이지요.
구리 냄비 관리
저 냄비들 모두 3년 넘게 매일 하루 몇 번씩 쓴 것들인데 새것처럼 깨끗하죠? 단단이 자기 몸 씻는 건 귀찮아 해도 냄비 관리 하나는 끝내주게 합니다. ㅋ 금속 광내기 취미가 있는 다쓰베이더 덕도 좀 보고 있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구리는 관리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금속입니다. 일단 재질이 물러서 작은 압력에도 흠이 잘 납니다. 쾅쾅 놓지 말고 조심조심 다루시고, 겹쳐 쌓는 것도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무른데다 얼룩도 잘 져서 여간 부지런 떨지 않으면 폼 나게 쓰기가 어려워요.
설거지 후에는 곧바로 마른 천으로 물기를 철저히 닦아 주세요. 음식물이 아닌 맹물에도 과민하게 반응해 얼룩이 지곤 합니다. 불렸다 설거지 한다고 물에 너무 오래 담가 두시면 안 됩니다. 설거지 후 물기 안 닦은 채로 불에 바로 올려도 안 됩니다. 너무 센 불에 올려도 안 됩니다. 구리는 열전도율이 높아 중불에서도 물이 펄펄 잘 끓어요. 그래서 구리 냄비를 '친환경'적이라 하는 겁니다. 가스불 위에서 쓰실 때는 불꽃이 냄비 밖으로 넘치지 않도록 잘 조절해 주세요. 냄비 옆면에 불꽃 얼룩이 흉하게 질 수 있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냄비에 찬물을 바로 부으면 클라드가 들떠 못쓰게 됩니다. 갑작스런 온도 변화thermal shock에 주의하세요. 써 놓고 보니, 냄비가 상전일세. ㅋ
광택제는 천연, 합성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다 써 보았는데, 미국 <바키퍼스 프렌드BarKeeper's Friend> 범용 제품이 가장 편하고 좋았습니다. <바키퍼스 프렌드>도 구리 전용 제품이 따로 나와 있긴 한데, 구연산 입자가 너무 날카롭고 거칠어 표면에 잔흠집을 많이 냅니다. (뚜껑 하나 망쳤어요.) 입자가 고운 범용 제품이 구하기도 쉽고 효과도 좋아요. 구리 냄비 회사들이 파는 비싼 광택제 사실 필요 없어요. <바키퍼스...> 범용은 구리뿐 아니라 안쪽 스테인레스 스틸 씻는 데도 유용하니 일석이조입니다.
<바키퍼스...> 가루를 물에 진하게 갠 후 냄비 표면에 슬슬 문질러 주세요. 새까만 땟국물이 줄줄 나올 겁니다. 문지른 다음에는 방치하지 말고 바로 물로 씻어낸 뒤 물기를 철저히 닦아 주시고요. 얼룩진 냄비를 오래 방치했다가 날잡아 한 번에 박박 문지를 생각 마시고 사용할 때마다 바로바로 <바키퍼스>로 씻어 주면 반짝반짝 늘 새것처럼 쓸 수 있습니다. 얼룩을 오래 방치하면 표면이 부식되어 미세하게 파입니다. 구리판에 산acid으로 작업하는 에칭etching 판화 원리와 비슷한 겁니다. 조리 시 음식물이 넘쳐 바깥의 구리 표면에 묻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녹색 수세미, 철 수세미, 칫솔, 식기 세척기, 금물입니다. 고운 스폰지를 쓰세요. 주방세제로 먼저 한 번, <바키퍼스>로 또 한 번. 이중 세안하듯 습관 들이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냄비 고르기
관리하기 까다로우니 구리 냄비를 처음 써 보고자 하는 분들은 작은 소스팬을 하나 사서 일단 시험 삼아 써 보신 후 나머지 구매를 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앙증맞은 9cm나 12cm, 14cm 소스팬이 처음 쓰기에는 여러모로 편할 겁니다. 9cm 소스팬은 그야말로 소량의 소스를 데울 때, 버터나 쵸콜렛 녹일 때, 베이킹용 시럽, 잼 등을 데울 때 유용합니다. 베이킹을 하지 않는 분들은 12cm[위 사진]가 유용할 겁니다. 수프나 커리 2인분 데울 때 좋고, 소스 2인분 만들 때 좋아요. 14cm는 라면 하나 겨우 끓이는 분량입니다. (높이가 얕아서 국물이 넘칠 수 있습니다.) 저희 집 부엌 사진에는 9cm, 12cm, 14cm 소스팬이 걸려 있으니 크기 참고하시고요. 20cm쯤 되면 너무 크고 무거워 관리하는 데 애먹게 됩니다. 구리 재질 냄비로는 아무래도 곧게 뻗은 소스팬이나 소테 팬 형태가 가장 아름다워 보이고 쓰기에도 편합니다[아래 사진].
▲ [아래서부터 위로] 소테 팬, 소스팬, 설탕시럽 팬
구매 시 꼭 확인해 볼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오븐에도 넣을 수 있는가, 오븐에 넣을 수 있다면 냄비가 몇 도까지 견딜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손잡이가 금속으로 돼 있으면 웬만해선 오븐 조리가 가능할 겁니다. 단, 주석칠이 된 제품은 232℃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주석이 고온에서 녹아 내릴 수 있거든요. 소스팬은 오븐에 넣을 일이 거의 없고 주로 수분과 상대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으나 기름을 많이 쓰는 프라잉 팬이나 소테 팬은 삽시간에 온도가 200℃ 이상 올라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주석칠 된 제품보다 스테인레스 스틸 클라드 제품으로 사시는 게 안전합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서양식 오븐 요리를 많이 하니 구리 냄비를 살 때 오븐 관련 사항을 한 번쯤 확인해 보시는 게 좋아요.
이베이나 중고품·안티크 시장에서 오래된 구리 냄비를 살 경우 안쪽에 주석칠이 돼 있을 확률이 높은데, 옛 시절엔 100% 주석만 쓰지 않고 주석에 중금속인 납을 섞어 바르는 악덕업자가 종종 있었다고 하니 이런 데서 사는 구리 냄비들은 조리에 쓰지 마시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만 활용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구리는 매우 비싼 금속이므로 구리가 많이 들수록 당연히 비싸집니다. 크기가 클수록, 두께가 두꺼울수록 비쌉니다. 구리 안쪽에 스테인레스 스틸만 댄 2중 클라드 냄비가 일반적이긴 하나, 좀 더 저렴한 값에 구리 냄비를 구입하고자 하는 분은 구리-알루미늄-스테인레스 스틸의 3중 처리된 냄비를 사시면 됩니다. 열전도율 높은 알루미늄을 가운데 덧대 구리를 다소 아낀 제품입니다. 다만, 알루미늄에 구리 '코팅'을 입혀 그럴싸하게 보이게 만든 제품들은 피하시는 게 좋은데, 이런 것들은 구리 냄비가 아니고 구리 도금 냄비입니다. 무거워야 할 구리 냄비가 가볍다면 의심하셔야 합니다. 게다가, 염분이나 산이 많은 음식이 구리에 직접 닿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구리 함량이 떨어지는 구리 합금 냄비도 주의하세요.
다시 한 번 강조 - 작은 소스팬을 하나 사서 사용법과 관리법을 터득한 후 큰 제품을 사세요. 아무리 작은 냄비라도 보기보다는 훨씬 무겁다는 점 염두에 두시고요. 곰솥 같은 큰 냄비나 기름을 많이 쓰는 프라잉 팬은 구리보다는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을 쓰는 게 현명합니다. 구리 재질로는 가급적 작은 제품들을 쓰는 게 보기에도 좋고 관리하는 데도 힘이 덜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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