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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좀 특이한 인도 커리

단 단 2013. 7. 31. 08:39

 

 

 

 

 폰디체리, 인도.

 

 

 

 

커리 만들기에 심취해 있는 다쓰베이더가 오늘은 특이한 커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인도 남동부에 폰디체리Pondicherry라는 지역이 있어요[빨간색 A 표시 지점]. 영국인들 발음으로 이렇게 부릅니다. 인도 하면 다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떠올리지만 이 지역은 특이하게도 1674년부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프랑스 동인도 회사'라는 것도 다 있었다는군요.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들어 봤어도 프랑스 동인도 회사라는 건 이 커리를 만들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동네 베이커리에서는 그래서 기가 막히게 맛있는 프랑스 빵을 만들어 판다고 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모국어는 물론이요, 영어도 쓰고 불어도 잘합니다. 이 지역 음식에 프랑스의 영향이 남아 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프랑스가 또 북아프리카 식민 지배도 했었잖아요? 그리하여 이 폰디체리 지역에는 북아프리카 터치가 가미된 프랑스풍 인도 요리(응?)가 꽤 있단 말씀입죠. 말하자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무려 3개 대륙을 융합한 독특한 음식이 존재한다는 거죠.


다쓰베이더가 오늘은 폰디체리의 유명 호텔 레서피를 따라 특이한 커리를 만들었습니다. 생일상 못 차려준 걸 오늘 만회하는 겁니다. 재료 준비하는 사진을 죽 열거해 볼게요. 인도 요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프랑스와 북아프리카의 재료들이 들어갑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아요. 로즈메리라니.

 

 

 

 

 

 

 

 


앗? 타임도?

 

 

 

 

 

 

 

 

 

타임뿐 아니라 호박도 들어갑니다. 미국인들은 호박을 '주키니zucchini'라 부르고, 영국인들은 프랑스인들처럼 '쿠워제뜨'라 부릅니다. 같은 식재료를 두고 미국과 영국 이름이 달라요. 가지도 미국에서는 '에그플랜트eggplant', 영국에서는 '오버진aubergine'입니다. 발음도 달라요. 'Basil'을 두고 미국인들은 '베이즐', 영국인들은 '바질'이라 발음합니다.

 

호박 뒤쪽에 샬롯도 보이는데, 양파보다는 좀 더 여리고 섬세한 바나나 샬롯을 씁니다. 프랑스 요리사들이 이 바나나 샬롯을 특히 좋아합니다.

 

 

 

 

 

 

 

 

 

바나나 샬롯의 단면.
야채 단면들 정말 예쁘지 않나요?

 

 

 

 

 

 

 

 

 

북아프리카 사람들이 고기 요리할 때 많이 쓰는 염장 레몬입니다. 향이 끝내줍니다. 강렬한 <스프라이트> 탄산음료 향이 납니다. 해산물이나 고기 요리에 넣으면 아주 좋아요. 물, 소금, 껍질째 쓸 수 있는 왁스 치지 않은 레몬만 있으면 집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수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영국에는 정말 없는 재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잘게 썰어 넣어 주면 됩니다.

 

 

 

 

 

 

 

 

 

마늘과 생강도 넣어 줍니다. 양파, 마늘, 생강은 인도 요리의 기본 재료이지요.

 

 

 

 

 

 

 

 

 

고수도 인도 요리에서는 필수이지요. 영국인들은 14세기 말부터 코리안더coriander라 부르고 있고, 미국인들은 실란트로cilantro라 부르고 있어 헷갈려 하는 분들이 많아요. 둘 다 같은 것을 일컫습니다. 한국에는 이 고수 못 드시는 분 많죠. (아니, 그 강렬한 깻잎은 잘들 드시면서...) 먹는 걸 습관 들이시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겁니다. 인도음식뿐 아니라 중국음식, 동남아 음식, 멕시코 음식, 여기저기 들어가니 못 먹는 분이 손해 보는 거죠.

 

 

 

 

 

 

 

 


인도음식에 스위트 바질이 다 들어갑니다. 프랑스의 영향인 거죠.

 

 

 

 

 

 

 

 

 

커리잎. 영국에서는 마른 잎은 물론이요 생 잎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생으로 사서 쓰다가 남은 건 말려 둡니다. 향이 정말 좋아요. 어제 생생한 잎으로 사 왔었는데 그새 좀 시들었습니다.

 

 

 

 

 

 

 

 

 

어제는 이랬습니다.

 

 

 

 

 

 

 

 

 

새우도 손질해 둡니다. 등에 칼집을 길게 넣어 '버터플라이' 해주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향신료를 찍어 둔 사진이 없는데, 인도 커리에 자주 들어가는 노란색 강황turmeric 가루나 강한 향의 큐민 씨앗, 코리안더 씨앗 빻은 가루 등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소금과 후추 외에 아래의 두 가지만 소량 넣어 줍니다. 아무래도 서양인들은 인도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카쉬미리 칠리 파우더Kashimiri chilli powder>

인도 커리에 들어가는 고춧가루 종류는 아주 다양합니다. 우리 한국인들, 고추 좋아하는 것 같지만 다양함에 있어서는 인도와 멕시코 못 따라갑니다. 심지어 영국 수퍼마켓들이 한국 마트들보다 고추도 더 다양한 품종을 들여놓고 있고요. 이 카쉬미리 칠리는 색은 빨갛고 고우면서도 매운 맛이 덜해 아이들 있는 집이나 서양인들이 선호합니다. 인도에서는 매운 맛보다는 색을 내는 데 주로 씁니다.

 

 

 

 

 

 

 

 

 

<가람 마살라garam massala>
여러 향신료의 배합을 말하는데, 주로 커리 마무리할 때 향 내는 용도로 많이 씁니다. 맛 내는 용도로 쓰는 영국식 커리 파우더와는 달라요. 인도에서는 집집마다 이 가람 마살라의 배합이 다 다릅니다. 인도 밖에서는 다들 편하게 유명 회사 고유의 블렌딩 제품들로 많이 쓰지요. 마치 피클링 스파이스처럼요.

 

 

 

 

 

 

 

 

 

완성되었습니다. 보기에는 꼭 중화요리처럼 보이는데 맛은 전혀 다릅니다. 일단 올리브유를 쓴 것이 맛에도 큰 차이를 가져 옵니다. 인도에서는 주로 버터ghee나, 지역에 따라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땅콩 기름, 코코넛 오일, 머스타드 오일 등을 쓰거든요. 올리브유를 쓰는 건 프랑스의 영향이겠지요. 전체적인 맛은 복잡하기 짝이 없어요.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선명하게 느껴지면서 아주 신선합니다. 이래서 인도인들이 가정집 커리를 최고로 치나 봅니다.


인도 식당에서는 미리 잔뜩 만들어 둔 기본 소스나 공장에서 납품 받은 소스를 가지고 주문 받을 때마다 고기나 해산물을 넣고 향신료나 조금 더 가미해 마치 즉석 조리한 것처럼 낸다고 하지요. 그 때문에 메뉴판에는 수십 가지 커리가 존재하나 무얼 시켜도 맛이 다 똑같고 향이 죽어 있는 겁니다. 게다가 재료를 아끼려고 전분기 있는 증량제들을 쓰는지 이상하게도 인도 식당 커리들은 끈적거려요. 기름도 너무 많이 쓰고요. 산뜻하고 맛과 향이 또렷한 가정집 커리와는 정말 천지 차이가 나죠.

 

몰랐다 알게 된 사실 - 인도 식당의 노란 밥들이 대개는 식용 색소를 써서 낸다네요. 노랗게 물든 길쭉한 밥을 그 비싼 사프론saffron으로 색깔 낸 바스마티 라이스로 알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양심 있는 식당에서는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노란색 강황가루를 대체품으로 써서 색을 내기도 하지만, 이 강황이 알다시피 몸에는 좋으나 약간 쓰고 텁텁한 맛이 나요. 사프론도 색만 내는 게 아니라 제법 독특한 맛이 있고요. 이것들로 밥을 지을 경우 각각 독특한 향이 나게 돼 있어요. 우리 한국인은 강황 맛과 사프론 맛을 잘 모르니 속기 쉽죠. 대개는 식용 색소를 써서 노란색을 내는데, 그것도 황색 한 가지만 써서 내는 게 아니라 생생한 색을 내기 위해 두어 가지 색소를 섞어 낸다는군요. 그러니 인도 식당에 가시면 가급적 노란 밥 주문하지 마시고 그냥 흰 밥을 시키는 게 안전합니다. 게다가, 길쭉하다고 다 바스마티 쌀이 아니에요. 비싸고 귀한 쌀이라 인도 사람들 중에서도 이 향기로운 바스마티 쌀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결론.

그러므로 다쓰 부처는 집에서 직접 커리 만들어 드실 것을 적극 권장한다는 겁니다. 해먹기 귀찮은 분들은 저희 집에 놀러 오셔도 됩니다. 팔꿈치로 벨을 눌러 주세요. 다쓰베이더가 열심히 연마해 맛있는 커리 대접해 드릴 겁니다.

 

 

 

 

 

 

 

 

 

마저 먹겠습니다. 남인도 요리이므로 쌀과 함께 먹는 것이 이상적이겠으나 빵돌이 다쓰베이더의 개인적 선호에 따라 통밀 짜빠띠chapati에 싸서 얌냠. 저는 얌냠 먹을 테니 다쓰베이더한테는 '범버꾸범버꾸' 소리 내면서 먹으라고 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다쓰베이더가 그간 연습한 커리들입니다.
훨씬 많았는데 사진이 다 없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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