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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티룸] 미스 무디의 튜더 티룸 Miss Moody's Tudor Tea Room 본문

영국 여행

[영국 티룸] 미스 무디의 튜더 티룸 Miss Moody's Tudor Tea Room

단 단 2014. 2. 6. 22:44

 

 

 

 

 

잉글랜드 남부에 있는 작고 아기자기한 마켓타운 '롬지Romsey'에 다녀왔습니다.

 

 

 

 

 

 

 

 



롬지 사원Romsey Abbey 방문이 목적이었는데, 길을 걷다 보니, 오오, 티룸이 다 있는 거예요. 꽤 오래된 티룸으로, 이곳에서는 제법 유명한 것 같더라고요. 도로 이정표에 티룸 안내가 다 되어 있어 신기했습니다. 예쁜 정원이 딸린 아주 작은 티룸이었습니다. 반가워서 크림 티나 마셔볼까 하고 들어갔다가, 마침 때가 점심 시간이라 차 대신 수프와 빵, 푸딩으로 된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탁이 몇 개 안 되는 작은 가게에서 점심 시간에 돈 안 되는 차를 주문하는 건 좀 실례인 듯했거든요. 아직 겨울이라 정원이 좀 황량했는데, 봄꽃 피었을 때 오면 아주 좋을 것 같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직장에서 일할 시간이라 가게에 앉은 손님들은 전부 노인이었는데, 외국인이 매우 드문 백인 마을이라 관광객처럼 보이는 동양인 둘이 들어와 앉으니 손님이든 직원이든 다들 친절하게 눈웃음치며 반겨 줍니다. 메뉴판을 놓고 한참 고민을 하니 옆 테이블의 노부부가 도와 줍니다.

 

"오늘 스페셜 수프가 정말 맛있어요.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거랍니다."


비바람 불고 쌀쌀한 겨울, 아늑한 티룸에 앉아 혓바닥 델 만큼 뜨겁고 진한 영국식 수프를 먹는 행복이란. 어마어마한 양의 버섯 수프와 인도 향신료 넣은 매콤한 커리 파스닙 수프curried parsnip soup를 빵과 함께 식사로 먹고, 커스타드 부은 뜨거운 푸딩을 후식으로 먹었습니다. 이따 나올 사진에서 영국 푸딩 그릇의 형태를 잘 봐 두세요. 이 그릇의 용도를 저도 이 날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나라 반찬 그릇과 비슷한데 커스타드를 부어야 하니 좀 더 우묵하지요. 고기 요리 없이 수프와 푸딩 두 가지만 먹어도 아주 든든했습니다. 영국인들은 점심을 샌드위치나 수프 등으로 가볍게 먹어요. 둘이서 이렇게 먹고 10파운드 냈으니 값도 쌌어요.

 

 

 

 

 

 

 

 

 

가게가 하도 비좁아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하고도 도란도란 정겨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였는데, 얘기를 엿들으니 모르는 사람들이 대화를 시작할 때는 정말로 날씨 이야기부터 하더라고요. 날씨 얘기를 한참 하더니 왕실 이야기로 옮겨 갑니다. "카밀라는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찰스는 서민을 위해 진심으로 애쓴다고요. 이번에 수해 난 곳 방문해서 주민들 격려하는 거 봤죠?" 그리고 나서는 지역 소식지에 실린 기사의 오자에 대해 말합니다. "이것 좀 보세요. '베네딕틴Benedictine'을 '베네딕팅Benedicting'이라 쓰다니, 요즘 젊은이들은 중요한 문서 작성하면서 교정도 제대로 안 본다니까." "말도 마세요, 그건 공영방송인 BBC도 그래요. 요즘은 기계가 알아서 스펠링 체크를 해 준다는데, 그래서 그 모양인 거지." 남의 대화 엿듣는 게 이토록 재미있는 줄 몰랐네요. 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사진에 설명을 달지 않겠습니다. 또 차 한 잔 우려서 갖고 오세요. 가벼운 마음으로 앉아 영국 작은 마을의 티룸이 어떻게 생겼는지 감상해 보세요. 찻잔은 하도 낡아 금박과 전사가 다 벗겨졌고 건물도 꼬질꼬질합니다. 그래도 밖이 추워서 그랬는지 아늑하고 마냥 좋았네요. 차 준비 되었나요? 오늘도 즐거운 찻자리 되시길 빕니다. 간이 사진기로 찍어 사진 품질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아유, 가정집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라 커다란 사진기 갖고 갔으면 꺼내지도 못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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