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2014년 영국 윈체스터 크리스마스 마켓 본문

영국 여행

2014년 영국 윈체스터 크리스마스 마켓

단 단 2014. 12. 23. 00:00

 

 

잉글랜드 남부에서는 그래도 좀 알아준다는 윈체스터의 크리스마스 마켓엘 다녀왔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우체통.
단단은 영국의 길거리에서 만나는 우체통을 자세히 살피는 습관이 있습니다. 어떤 건 빅토리아 여왕 때 세워졌고, 어떤 건 그 다음 군주인 에드워드 7세 때, 또 어떤 건 그 다음 군주인 조지 5세 때, 에드워드 8세 때, 현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 때 세워졌거든요. 우체통 표면에 돋을새김이 돼 있어요. 이건 현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 때 세워진 우체통입니다. 'George VI Regina'의 약자가 있죠.

 

 

 

 

 

 

 

 


윈체스터는 옛 잉글랜드의 수도였기 때문에 역사도 오래됐고 부유한posh 동네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신문을 보니 이 윈체스터가 영국 전체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3위를 차지했더라고요. 건물들이 다들 오래돼서 멋있습니다.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박아 건물을 지었습니다. 옛날 방식이죠. 세월이 흐를수록 단단해져 못질한 건물보다 훨씬 튼튼하다고 들었습니다.

 

 

 

 

 

 

 



동네가 '포쉬'하다보니 유명 요리사들 숍이나 식당도 많더라고요.
이건 레이몽 블랑 아저씨 숍이고요,

 

 

 

 

 

 

 



이건 해산물 전문가인 릭 스타인 아저씨 식당.

 

 

 

 

 

 

 

 


아마추어 색소폰 앙상블의 캐롤 연주.
동네 곳곳에 이런 생음악 연주자들이 있었습니다.
흥이 절로 났죠.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의 동네 가판들.
이때다 하고 이 고장 작가들이 다 나온 것 같았습니다.
솜씨들은 그저 그래요. 그래도 재미있게 구경했습니다.

 

 

 

 

 

 

 

 


지금은 나무가 너무 '쌔거'라서 멋이 안 나는데, 정원과 함께 나이가 들면 이끼도 끼고 고색patina이 돌면서 멋있어지겠지요. 아이디어 좋아요. 재밌죠?

 

 

 

 

 

 

 

 


좀 뻣뻣한... 에... 사슴인가?

 

 

 

 

 

 

 

 


동네 골동품상도 나왔습니다.
에잉, 시시하다. 집에 다 있는 거. 
채리티 숍에서 3파운드 주고 샀던 게 여기서는 30파운드나 하네.

 

 

 

 

 

 

 



물건들보다는 지나가는 개들이 참 멋있더라고요.
동네가 포쉬하니 개도 참 포쉬합니다.
개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드디어 윈체스터 커씨드랄에 도착.
900년 넘은 교회라 꼬질꼬질합니다.
여기 소년 성가대choristers가 정말 잘합니다.

 

 

 

 

 

 

 



윈체스터에 오면 반드시 사진 찍는 '딸기 대문'.
영국에서 본 온갖 대문 중 저는 이 윈체스터 커씨드랄의 대문을 가장 좋아합니다.
로또 당첨되면 우리 집 대문을 이렇게 만들렵니다.

 

 

 

 

 

 

 



좁은 통로를 지나 장터로.

 

 

 

 

 

 

 

 

 

어이쿠, 진짜 사람과 동물이 앉아 있네.

 

 

 

 

 

 

 

 


포토 존.

 

 

 

 

 

 

 

 


커씨드랄의 기초가 물에 잠겨 붕괴 위험에 처했을 때 불빛 하나 없는 그 컴컴한 지하 물 속에 들어가 기초를 보강한 용감한 잠수부 흉상. 6년간 하루 여섯 시간이나 잠수해서 혼자 콘크리트 주머니 25,000개, 콘크리트 블록 115,000개, 벽돌 900,000장을 물 속으로 날랐다고 합니다. 후손들이 얼마나 뿌듯할까요. 왕이 다 치하를 할 정도였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 한가운데 설치된 스케이트장.

 

 

 

 

 

 

 

 


아직은 한산합니다. 해가 져야 사람이 많아져요.
개 좀 보세요. 개들이 정말 예쁩니다.

 

 

 

 

 

 

 

 


윈체스터 크리스마스 마켓에 오면 이 양반 가판에 들러 머그를 꼭 삽니다. 저는 이 양반을 알아보는데 이 양반은 저를 못 알아봅니다. 물건을 사주니 이렇게 사진도 찍게 해주고 활짝 웃어주는 겁니다.


주의.
먹거리 가판은 막 찍어도 상관이 없는데 작가들 공예품 가판은 허락 안 받고 막 찍으면 안 됩니다. 창작품이라서 좀 조심해야 합니다. 작년에 저 어떤 공예가 아주머니한테 혼났어요. 중국인이 사진 찍어 가 모방품 찍어낼 거라 생각했는지.

 

 

 

 

 

 

 

 


한 바퀴 다 돌고 또 가봤는데
"너희들이 물건 사간 뒤로 손님이 갑자기 북적여서 엄청 많이 팔았어! 정말 고마워!" 하네요. ㅋㅋ
이 고장 작가입니다.
<V & A 뮤지엄>에도 이 양반 작품이 소장돼 있습니다.

 

 

 

 

 

 

 



정원용 나무 오리.

 

 

 

 

 

 

 

 

 

교회 티룸 밖에 놓여 있었던 야외 테이블용 철제 의자.
나뭇가지 모티브가 인상적이라서 한번 찍어 보았습니다.
가드닝의 나라답죠. 초록 수풀에 보색으로 아주 잘 어울렸어요.

 

 

 

 

 

 

 

 

 

크리스마스 마켓 근처에 있던 어느 집 현관문이 하도 고풍스럽고 멋있어 보여서 한 장.

 

 

 

 

 

 

 

 

 


공예품은 조심스러워서 두 집밖에 못 찍었습니다.


이제는 먹거리 열전.
이 빵이 말이죠, 우리 집 영감도 가끔 구워주는 빵인데
어쩜 이렇게 크고 멋있게 잘 구웠는지
신기해서 부부가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사람이 하도 많아 줄을 서지 않으면 접근할 수조차 없었던 멀드 와인mulled wine 매대. '뮬드 와인'이라고 잘못 발음하는 분 많아요. 와인에 이런저런 향신료를 넣고 데운 훈훈한 크리스마스 음료입니다. 다쓰 부처는 술을 안 마시니 파스! 독일에서는 글뤼바인Glühwein이란 걸 마신다면서요? 성분을 보니 비슷해 보입니다.

 

 

 

 

 

 

 



여기도 멀드 와인 매대.
어라? 포장마차 지붕이 심상치 않습니다.

 

 

 

 

 

 

 



헉, 이렇게 럭셔리한 포장마차는 처음 봅니다.
여기서부터는 외국의 (크리스마스) 먹거리가 펼쳐집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기왕이면 영국 크리스마스 마켓 와서 영국음식을 맛보고 싶을 텐데요, 영국인들로선 며칠 후면 집에서 실컷 맛볼 수 있는 자국의 크리스마스 음식을 이런 데까지 와서 사 먹을 이유가 없지요. 
이건 스페인의 추로스.

 

 

 

 

 

 

 

 


이탈리안 체스넛.
이라길래 궁금해서 가까이 가서 보니,
하하하,
그냥 우리 한국의 군밤이잖아.
종이 봉투에 담아주는 것까지 완전 똑같네.

 

 

 

 

 

 

 

 


프렌치 솜사탕.
프렌치들은 가벼운 것을 좋아합니다.
서양 제과 기술 중에도 가벼운 식감 내는 것들은 대부분 프렌치 기술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심지어 개도 가벼워 보입니다. 푸들 아시죠?
그러고 보니 솜사탕도 꼭 푸들 같네.

 

 

 

 

 

 

 

 


늘 보던 영국 소세지와는 너무나 다르게 생긴 이것들.
네에, 독일 소세지입니다.
낯설고 신기해서 한참 쳐다봤네요.
아가씨가 손에 들고 있는 핫도그 좀 보세요.
소세지가 하도 길어 핫도그 빵 밖으로 막 비져나옵니다.
어휴, 맛있겠다. 하나 사 먹을걸.

 

 

 

 

 

 

 

 


마쉬멜로우를 불에 구워 주는 곳도 있고요,

 

 

 

 

 

 

 

 


설탕옷 바삭하게 입힌 캐슈도 있고요,

 

 

 

 

 

 

 

 


이건 줄이 안 길어서 한 봉지 사 먹었습니다.
어우, 생긴 것과는 달리 맛있었어요.

 

 

 

 

 

 

 

 


날은 어두워지고,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윌트셔 고추 농장에서도 나왔습니다.
온갖 칠리 잼, 칠리 처트니, 칠리 딥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고추로도 이렇게 리스wreath를 만드는군요.
한국의 고추 농가들도 겨울에 이렇게 만들어 부수입 올리면 좋겠는걸요.
빠알간 고추를 하얀 마늘과 함께 엮으면 정말 '크리스마씨' 하겠습니다.

 

 

 

 

 

 

 



영국 먹거리 매대 하나 발견했습니다.
티케이크teacake라는 과자입니다.
영국 수퍼마켓에 가시면 터녹스Tunnocks 사 제품으로 사 드실 수 있습니다.

 

 

 

 

 

 

 

 


단돌이 다쓰베이더가 눈을 빛내고 그 앞에 서 있길래 하나 사 주었습니다.

 

 

 

 

 

 

 



크림을 어찌나 잘 쳤는지 가볍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부피에 비해 양이 적었습니다. 맛은 괜찮았어요.
달기 때문에 쌉쌀한 홍차와 함께 먹으면 좋겠습니다.

 

 

 

 

 

 

 

 


고대하던 치즈 매대.
영국의 유명한 치즈 가게인 닐스 야드 데어리Neal's Yard Dairy에서 나왔습니다.
모두 영국 치즈들입니다.

 

 스틸튼Stilton
전통 체다
세인트 주드St Jude
팀스보로Tymsboro
  등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사진에 있는 블루 치즈가 바로 '세계 3대 블루 치즈' 중 하나인 영국의 스틸튼이니 잘 봐두십시오. 스틸튼은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치즈'로 통합니다.

 

 

 

 

 

 

 

 



전통 체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몽고메리 농장 제품입니다.
치즈가 무슨 골동품 같아 보이죠? 꼬리표를 보니 14개월 이상 숙성한 치즈네요.
전통 체다라 천으로 감싸 숙성을 시킵니다. 천이 그대로 붙어 있지요.
이것이 바로 본고장 체다의 모습입니다. 이 사진들도 잘 봐두세요.

 

 

 

 

 

 

 



영국 치즈의 양대 산맥 - 체다(왼쪽)와 스틸튼(오른쪽).

 

 

 

 

 

 

 



이건 팀스보로.
프랑스의 발랑세Valencay와 비슷하게 생겼죠?
발랑세보다는 훨씬 크긴 하나 손바닥 크기의 저 쬐끄만 치즈가 무려 10파운드.
너무 비싸서 포기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 돌고 동네로 다시 나왔습니다.
해가 완전히 졌습니다.
저희는 외국인 관광객이니 영국 먹거리를 사 먹기로 했습니다.

 

 

 

 

 

 

 

 


콘월 지역 특산품인 코니쉬 파스티Cornish Pasties 집에 들어왔습니다.
유럽연합이 PGI 제도로 보호까지 다 하고 있는 음식입니다.
영국의 '왕만두'입니다.

 

 

 

 

 

 

 



옛 시절 광부들이 점심 도시락으로 틴tin광 안에서 먹던 음식입니다. 마눌님들이 아침에 정성껏 구워 싸 주면 점심 때까지도 뜨끈뜨끈 했다죠. 꽁꽁 여미기 때문에 열이 새지 않는 거죠. 다들 작업하느라 손이 꼬질꼬질해지고 손 씻을 곳도 없었을 테니 마눌님들이 남편들 먹기 좋도록 예쁘게 주름 잡아 손잡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 주름진 부분을 맨손으로 잡고 소 있는 부분을 다 먹고 나면 손잡이 부분은 먹지 않고 그냥 버리는 겁니다. 손잡이까지 다 먹고 나서는 "소는 괜찮았는데 밀가루가 덜 익어 맛이 없었어." 투덜대는 한국인이 많아요. 기억하세요, 손잡이는 먹지 않습니다. 저 위에 클로버 같은 마크는 뭐냐면요, 광부들이 각자 자기 파스티를 식별하기 위해 새겼던 고유 마크를 흉내 낸 겁니다.

 

 

 

 

 

 

 



반을 갈라봅니다.
김이 펄펄.


왼쪽 끝이 손잡이 부분입니다. 저 밀가루만 뭉쳐 있는 부분은 먹지 않는다는 거죠. 크리스마스 한정판으로 나온 맛이었습니다. 세 가지 치즈를 쓰고 크랜베리와 매운 고추를 넣었습니다. 코니쉬 파스티에 원래 들어가는 감자, 스위드swede, 양파도 들었습니다. 채식주의자용으로 쇠고기 대신 치즈를 넣은 건데, 아, 정말 맛있었습니다. 삼삼하네요. 일년 내내 내면 좋으련만.


윈체스터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시면 다 구경하시고 꼭 동네에 있는 코니쉬 파스티 집에 들러 하나 사 드셔 보세요. 한입 깨물면 뜨거운 김이 펄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감자 튀김도 양념이 맛있으니 같이 시켜서 드세요. 2층에 푹신한 소파 자리가 많습니다.


그나저나, 제 손 빨개진 것 좀 보세요. 추운데 사진기 들고 돌아다니느라 저렇게 되었습니다.


윈체스터에 가시면 크리스마스 마켓만 둘러보지 마시고 꼭 윈체스터 커씨드랄을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윈체스터 방문의 정수는 커씨드랄에 있습니다.



2011년 윈체스터 크리스마스 마켓
윈체스터 커씨드랄 방문기

 

 




-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산 것 두 가지 -

 

 

 

 

 

 

 

 


 작가가 일일이 물레 돌려 만들고

손그림까지 그려 넣은 머그라서 값이 좀 나갔음.

 

 

 

 

 

 

 

 

은도금 2단 케이크 스탠드. 접시는 집에 있던 것.

아프터눈 티가 한결 근사해질 것으로 기대.

 

 

 

 

 

 

 

 

 

본고장인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

장식부터가 차원이 다르잖나.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 구경해 보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