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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이태리 탈레지오, 탈렛지오 Taleggio 본문
▲ 탈렛지오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탈레지오'보다는 '탈렛-지오'에 가깝게 들리네요. 10세기 또는 11세기경 이태리 북부의 롬바르디아 베르가모 부근의 탈렛지오 계곡에서 만들기 시작한 유서 깊은 치즈입니다. 롬바르디아는 또 고르곤졸라와 그라나 파다노로도 유명하죠.
제조법이 주변 지역으로 퍼져 나가 지금은 북부 10개 지역에서 탈렛지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탈렛지오'라는 이름은 20세기 들어와서야 붙여졌습니다. 알프스 산에서 풀을 뜯던 소들이 추위를 나기 위해 가을이 되면 산 아래로 내려오는데, 이동하느라 지쳤을 때 짠 우유로 만든다 해서 예전에는 '스트라끼노stracchino'라 불렸다고 하죠. '지친stracco' 소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소젖으로 만드는 반연성 혹은 반경성 치즈입니다. 대부분의 문서에는 반연성 치즈라 돼 있으나 제가 산 치즈 포장에는 반경성 치즈라고 써 있었습니다. 만드는 이에 따라 수분 함량과 단단한 정도가 조금씩 다른 모양입니다. 생유로 만들기도 하고 저온살균유로 만들기도 하는데, 대개는 저온살균유를 씁니다. 수출이 용이하고 시장이 더 크거든요. 그렇긴 해도 동물성 효소로 굳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는 먹을 수가 없습니다. 맛은 생유로 만든 것이 더 맛있다고들 합니다. 만드는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태리어로 되어 있습니다. 가열과 압착을 하지 않는 치즈입니다.
'라떼'에서 귀가 번쩍. 알아듣는 단어는 '포르마지오'와 '라떼', 두 개밖에 없네요. ㅋ 영상을 보다 보면 순두부도 나오고 모두부도 나오고 할 겁니다.
제가 산 제품의 포장은 이랬습니다. 왼쪽에 유럽연합의 PDO[이태리 DOP] 마크가 보이죠? 아무나 이 탈렛지오라는 이름을 함부로 갖다 쓸 수 없다는 소립니다. 수분을 뺀 고형분의 유지방 함량은 48% 정도로 높은 편인데 칼로리는 보통 치즈들에 비해 낮아요. 수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소금은 제법 들었습니다. 숙성실로 보내지기 전 표면을 마른 소금으로 문질러 주거나 소금물에 전체를 8~12시간 정도 담갔다 꺼냅니다. 숙성 초기 단계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소금물로 표면을 문질러 줍니다. 완성된 치즈가 꽤 짭짤하니 먹을 때는 소금 양을 감안해 양을 잘 조절해 가며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조각 케이크 같은 쐐기꼴wedge이 아닌 네모난 벽돌 모양으로 잘라서 팝니다. 치즈 자체도 원래 네모지게 성형을 합니다.
탈렛지오는 껍질째 먹는 치즈입니다. 껍질의 풍미도 아주 좋아요. 다만, 표면의 흰곰팡이와 푸른곰팡이와 소금 결정이 한데 어우러져 모래알처럼 지근지근 씹히기도 합니다. 식감이 썩 좋지는 않으니 표면을 살살 털어 내거나 긁어 내고 먹는 것이 좋아요. 귀찮으면 껍질을 얇게 도려 내고 속살만 먹어도 되고요.
탈렛지오를 외형과 질감으로 분류하면 반연성semi-soft 혹은 반경성semi-hard치즈, 생산 과정상의 기술적 용어로 분류를 하면 치즈의 겉을 술이나 소금물로 닦아낸 washed rind 치즈, 치즈 겉에 있던 곰팡이와 효모에 의해 겉에서부터 안으로 점차 숙성해 들어가는 smear-ripened 치즈, 또는 mould ripened 치즈로 분류가 됩니다.
숙성 기간 동안 치즈 표면을 술이나 소금물로 주기적으로 닦아 내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치즈의 숙성에 방해가 되는 원치 않는 균을 떨어 낼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치즈 겉에 불규칙하게 붙어 있던 숙성에 유용한 성분들을 문질러줌으로써 고르게 분포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치즈 겉을 닦아 내지 않으면 치즈 겉에 잡균이 대책없이 달라붙어 치즈 색이 나빠지고 지나치게 끈적해지며 냄새도 고약해집니다.
이 방식으로 생산하는 치즈는 품이 상당히 많이 듭니다. 대신 독특한 풍미가 나기 때문에 블루 치즈처럼 애호가가 많지요. 숙성실의 나무 선반 위에 두거나 동굴 안에 넣고 숙성을 시키는데, 낮은 온도에서 오래 숙성을 시키므로 시간도 더 듭니다.이렇게 하면 치즈 전체의 질감이 고르게 된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전에 소개해 드린 프랑스의 이푸아스Epoisses도 이 '껍질을 닦아 낸 치즈' 부류에 속합니다. 이런 치즈들은 사실 껍질 냄새만 강할 뿐 치즈맛은 의외로 순합니다. 속살의 질감은 비교적 고르면서 부드럽고요. '표리부동'한 치즈죠. 코쟁이들은 'paradoxical' 하다고 표현을 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벌써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 쫀득해 보이죠? 칼에 들러붙으므로 구멍 뚫린 칼이나 칼날 면적이 최대한 적은 치즈 나이프를 써서 자르는 것이 좋습니다.
탈렛지오의 맛이 어떤지 궁금하시다고요? 제가 묘사를 해볼 테니 한번 상상을 해 보세요. 먼저, 우유 150ml에 막걸리 50ml를 섞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혼합물에 소금을 넉넉히 넣고 잘 저어 녹인 뒤 식빵 한 장을 푸욱 담갔다 꺼내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탈렛지오의 맛이 바로 그렇습니다. 고소한 버터 맛에 막걸리나 식빵의 강한 이스트 맛이 더해지고 소금의 짠맛이 난다는 뜻입니다. 껍질에 있는 곰팡이가 치즈 속살에까지 영향을 미쳐 속살에서 푸른곰팡이 특유의 단 과일 같은 향긋한 향도 은은히 풍깁니다.
식감은 작은 깍두기 모양의 낱개 포장 가공 치즈 '라핑 카우 벨큐브The Laughing Cow Belcube'와 유사하나 좀 더 단단합니다. 약간 쫄깃거리면서 입에 쩍 붙어 금세 녹아 사라집니다. 탈렛지오를 3~4mm 두께로 저며 얇게 썬 바겟트 위에 얹어 먹으면 빵의 이스트향에 치즈의 이스트향이 묻혀 신선하고 고소한 버터를 발라 먹는 것 같은 느낌만 남습니다. 샐러드를 곁들여 식사로 먹기에 아주 좋아요. 프랑스 이푸아스가 너무 강해 먹기 힘든 분들은 맛과 향이 순하면서도 고소하고 맛있는 이태리 탈렛지오부터 시작해 '껍질을 닦아 낸 치즈washed rind'에 입문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깍둑 썰어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 잘 녹으므로 리조또, 파스타, 수프 등 열을 가하는 요리에 써도 좋습니다. 피짜에 올려 먹기도 합니다. 맛도 좋고 식감도 좋고 값도 비싸지 않아 다쓰 부처의 애호 치즈가 될 것 같습니다. ■
- 2014년 5월 22일 추기 -
좀 더 숙성한 제품으로 다시 사 먹어 보았습니다. 아래는 그 사진들입니다.
▲ 탈렛지오의 'T' 표식.
풍미가 확실히 더 진합니다. 앞의 것은 'strength 2', 이번 건 'strength 4'짜리입니다. 껍질의 주황색도 더 진하고 표면도 더 끈적거립니다. 숙성을 더 시켜서 그런지 치즈 속살도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고소한 버터 맛은 다소 줄었으나 향긋한 과일 풍미는 더 짙어졌으며 막걸리 풍미의 이스트 맛도 훨씬 세졌습니다. 아쉽게도 쓴맛도 함께 증폭돼 쓴맛에 예민한 저는 'strength 2' 제품이 생으로 먹기에는 좀 더 낫네요. 이 'strength 4'짜리는 요리에 쓰면 좋을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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