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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독일 바바리안 스모크 치즈 Bavarian Smoked Cheese 본문
▲ 네 장은 어디로 갔나.
(아, 이번 치즈 시식기는 좀 창피한데...)
이 치즈는 제가 자연치즈인 줄 잘못 알고 사 온 치즈입니다. 집에 와서 포장을 다시 보니 "가공치즈processed cheese"라는 문구가 떡 하니 박혀 있네요. 그 앞에 있는 "naturally double smoked"라는 문구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 뒤의 문구를 보지 못 했습니다. 가공치즈 따위에 무엇하러 두 번씩이나 진짜 연기를 쏘여 가며 공을 들였을까요? 손쉽게 훈연액을 쓰지 않고 진짜 연기를 씌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만.
우선 맨입에 두 장을 먹어 보았습니다. 훈향은 그럭저럭 익숙하고 좋으나 치즈맛이 형편없는 데다 질감은 더 형편없어요. 치즈라 하기에는 치즈맛이 너무 안 나요. 생긴 건 말랑말랑해 보이는데 씹으니 너무 뻣뻣합니다. 기분 좋게 녹지를 않고 이물감을 내며 조각조각 부서지다 목구멍으로 넘어갑니다. 한국의 공장제 싸구려 슬라이스 스모크 햄 씹는 것 같아요.
성분:
cheese 79%, water, butter, emulsifying salts (polyphosphate, sodium phosphate)
칼슘 좀 얻어 볼까 하고 치즈를 먹어도 자연치즈가 아닌 이런 가공치즈를 먹으면 소용이 하나도 없는 게, 칼슘의 적인 인산염을 같이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액상과당만큼 넌더리나는 인산염.
빵에 올리면 좀 맛있을까 싶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징헌 것.
그릴로 열을 가해도 녹질 않고 뻣뻣하다니.
빵이 아깝네.
이건 어떻게 된 게 파니르paneer나 할루미halloumi 같은 자연치즈도 아닌 게 녹지도 않아요. 가공치즈라면 적어도 크라프트 싱글즈Kraft Singles처럼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거나 맛이 있거나,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해야 할 텐데 아무 미덕도 갖추질 못 했어요.
바바리안 스모크 치즈는 가공치즈이긴 해도 자연치즈가 79%나 들었기 때문에 그래도 '치즈'라는 용어를 갖다 붙일 수가 있습니다. 크라프트 싱글즈는 '가공치즈'도 아닌 치즈맛 물질입니다. 치즈가 하나도 들질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치즈라는 용어를 붙일 수가 없게 돼 있어요. 치즈와 유사한 맛을 내기 위해 이런저런 재료들을 혼합해 만든 물질입니다. 그러니 맥도날드 햄버거에 들어 있는 정사각형의 주황색 말랑말랑한 물질을 '치즈'라 부르면 법적으로 틀린 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바바리안 스모크 치즈는 이런 치즈맛 물질보다도 맛과 질감이 못하단 말이죠. 전통 방식으로 연기를 두 번이나 씌우면 뭐 하나요, 치즈는 기호식품인데 우선 맛이 있어야죠. 저처럼 낭패 보지 마시고 여러분은 스모크 치즈를 사실 때 다음 사항을 꼼꼼히 따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 일단, 맛이 있어야 한다. (포장 뜯어 먹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으니. 으음...)
• 식감이 주는 관능미도 있어야 한다. (이것도. 으음...)
• 자연치즈인가, 가공치즈인가. (포장의 문구를 잘 살펴보세요.)
• 자연치즈일 경우, 실제로 연기를 쏘여 훈향을 입힌 것인가, 훈연액으로 손쉽게 훈향을 낸 것인가. (포장의 성분표를 잘 살펴보세요.)
• 인산염이나 기타 다른 첨가물은 안 들었는가. (성분표 확인.)
제대로 된 훈제 치즈를 맛보고 시식기를 조만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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