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치즈 ◆ 서섹스 차머 Sussex Charmer

 

 

 

▲ 웨스트 서섹스 West Sussex

 

 

 

 

 

 

 

 

 

잉글랜드 남쪽에 사는 사람들만 겨우 접할 수 있는 귀한 치즈입니다. 남부에서 소량 생산되는 치즈라서 <세인즈버리즈Sainsburys> 수퍼마켓 남쪽 지점들에서만 '로칼 푸드' 홍보 차원에서 소량 취급합니다. 잉글랜드 남부에 사시면서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을 이용하는 분들은 이 치즈를 꼭 한 번쯤은 사 드시기를 권합니다. 잘 만든 아주 맛있는 치즈인데 생산량이 너무 적어 영국 밖에서는 보기 힘들 거예요.

서섹스 차머라니, 지역 이름과 결합해 이름 참 참charm하게 잘 지었죠? 이 치즈가 탄생하게 된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유럽연합이 각 회원국의 전통 치즈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전에는 유럽연합국 안에서도 서로 타국의 인기 치즈들을 베껴 생산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영국 서섹스의 어느 치즈 농장도 영국내 파마산 치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파마산 모방 치즈를 만들어 파마산이라 떡하니 이름 붙여 팔고 있었지요. 유럽연합의 PDO와 PGI 제도가 시행되자 더이상 파마산을 만들 수 없게 되었고, 하는 수 없이 틈새를 찾아 새 치즈를 개발해 내놓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서섹스 차머입니다.

저는 유럽연합의 이같은 전통 치즈 보호 제도가 참으로 탁월한 결정이었고, 고맙기 짝이 없는 제도라고 늘 생각을 합니다. 유럽의 수많은 치즈 농장이나 공장들이 너도나도 잘 팔릴 만한 인기 치즈 몇 가지만 생산하고 있다고 상상을 해보세요. 이 제도로 유럽인들의 치즈 생활이 한층 풍요로워진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죠. 거물급 전통 치즈들을 피해 그간 주옥 같은 신생 치즈들이 탄생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서섹스 차머는 치즈 농장 옆에 젖소들을 두어 우유를 자가 공급해 만듭니다. 이렇게 되면 원유 관리가 좀 더 수월하다고 합니다. 서섹스 차머에 쓰이는 우유는 유단백과 버터지방 함량이 높아 맛이 더 좋다고들 평을 합니다. "Bacta scan less than 50, TBC less than 200"라고 치즈 생산자가 자랑을 하는데, 전문 용어라서 저는 봐도 잘 모르겠네요. 아래는 서섹스 차머 100g당 영양 정보입니다.

 

열량 414 Kcal
단백질 25.2g
탄수화물 0.1g
지방 34.9g
나트륨 702mg

 

 

 

 

 

 

 

서섹스 차머는 영국 웨스트 컨츄리 팜하우스 정통 체다와 이태리 파마산의 제법을결합해 만듭니다. 그래서 두 치즈의 장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요. 파마산의 짙은 우마미와 파인애플의 단맛이 물씬 나면서 식감은 체다처럼 기름지고 부드러워, 치즈보드에 올려 즐기기에는 체다나 파마산보다 이 서섹스 차머가 더 낫습니다. 파마산은 입자가 까슬거려 식감이 주는 관능미가 다소 떨어지는데다 우마미가 지나치게 강해 맨입에 먹기에는 썩 좋지가 않죠. 서섹스 차머의 질감은 체다에 좀 더 가까워 단단하면서도 잘 바스라지고 입안에서도 부드럽게 씹힙니다.

요리에 쓸 때는 체다 대용으로도, 파마산 대용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체다와 파마산을 모두 갖춰놓고 둘 다 소진하느라 허덕이는 분들은 편하게 이 서섹스 차머 하나만 냉장고에 두고 쓰셔도 되겠어요. 서섹스 차머는 전지유로 만들기 때문에 요리에 넣어 열을 가하면 부분 탈지유를 쓰는 파마산보다 잘 녹습니다. 체다처럼 토스트 위에 얹어 그릴을 하거나 치즈 소스 만들 때, 수플레나 스크램블드 에그 만들 때 섞어주면 좋아요. 파마산처럼 갈아서 파스타 위에 솔솔 뿌리는 것도 좋고요.

치즈보드에 올려 생으로 즐길 때는 체다 먹을 때처럼 피클과 처트니chutney를 곁들여도 좋고, 에일이나 와인을 곁들여도 좋겠습니다. 그냥 먹기에도, 요리에 쓰기에도 모두 적합합니다. 잘 만든 맛있는 치즈입니다. 맛있어서 그간 여러 번 사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