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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어 베니 Welsh Y Fenni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어 베니 Welsh Y Fenni

단 단 2014. 9. 11. 00:00

 

 

 

 웨일즈 몬머쓰셔Monmouthshire, Wales

 

 

 

 

 

 

 

 

 


오랜만에 웨일즈 지역 치즈를 소개합니다. 전에 웨일즈의 대표 치즈인 ☞ 캐필리를 소개해드린 적 있었죠. 2차대전 당시와 전후 배급제를 실시하던 시절, 영국 전역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모두 배급품으로 지급되던 '내셔날 체다' 만드는 데 동원이 되어 영국의 다양했던 전통 치즈들의 생산이 한동안 중단되었습니다. 지역 전통 치즈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이때 명맥이 완전히 끊겨 사라진 것들이 많죠. 시골마을의 소규모 치즈 농가들은 특히 더 고전을 했습니다. 배급제가 끝나고 나서는 잉글랜드의 대규모 치즈 공장들에 밀려 웨일즈의 소규모 치즈 농가들은 원유 수급도, 판로 개척도 참으로 힘겹게 이어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30년간 영국에 아티잔 치즈 광풍이 불면서 야심차고 젊은 치즈 장인들이 명맥이 끊겼던 옛 치즈들을 복원해내기도 하고, 옛 치즈들에 바탕을 둔 변형 치즈들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또, 새로운 치즈들을 많이 창조해내기도 했습니다. 어 베니도 이러한 환경에서 탄생하게 된 치즈입니다. 원래 어 베니는 웨일즈의 마을 이름입니다. 탄생지 이름을 따서 치즈 이름을 짓는 것은 유럽의 오랜 관례죠. 웨일즈 사람들은 이 마을을 어 베니라 부르고, 잉글랜드 사람들은 아버가베니Abergavenny라 부르는데, 그래도 치즈 이름을 지칭할 때는 꼬박꼬박 어 베니라고 불러줍니다.

 

 

 

 

 

 

 



어 베니는 부재료를 첨가해 맛을 낸 'flavour-added cheese'로 분류가 됩니다. 숙성 체다를 분쇄한 뒤 영국인들이 즐겨 먹는 씨겨자whole grain mustard와 풍미가 강한 웨일즈 지역 전통 맥주Welsh real ale를 섞어 다시 압착을 하고 왁스를 씌워 유통시킵니다. 어떤 맛일지 상상이 되십니까?

 

 

 

 

 

 

 



겉에 씌운 왁스를 벗겨내고 한 조각 떼어 맛을 봅니다. 하하! 아니, 이런 신기한 맛의 치즈가 다 있나! 예상했던 대로 독특한 맛이 납니다. 바탕 치즈인 체다는 분쇄한 뒤 다시 가볍게 압착을 해서 그런지 보슬보슬 가벼우면서도 크림처럼 부드럽네요. 치즈가 부드럽게 녹는 가운데 씨겨자가 톡톡 씹혀 재미있습니다. 머스타드의 알싸하고 쌉쌀한 맛에 은은하고 향긋한 에일 향이 풍깁니다. 부재료와 어우러지면서 체다 특유의 맛은 많이 사라지고 성질이 바뀌었습니다. 산미와 우마미는 좀 있으나 부재료들 탓에 단맛은 적어졌습니다.


치즈를 먹을 때는 대개 와인을 곁들이곤 하잖아요? 저는 술을 안 마셔서 술맛은 잘 모르지만(요리에 자주 쓰기 때문에 향은 좀 알아요.) 이 치즈에는 와인이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간 기운이 센 와인이 아니면 어 베니의 강한 풍미를 못 받쳐줄 것 같아요. 치즈 속에 에일이 들어갔으니 에일하고는 좀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한 조각 맛보고 나니 고기 잘 안 먹는데도 고기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아래에 곁들이면 좋을 만한 음식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것들인데, 제 생각에도 다음의 것들이 어 베니 치즈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개성이 강한 독특한 치즈입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잘 녹기 때문에 요리에 쓰기에도 좋겠습니다. 특히, 스테이크 위에 올리면 스르르 녹아서 저절로 근사한 소스가 완성된다고 하니 고기 좋아하는 분들은 잘 활용해보시면 좋겠네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버거
감자
그릴한 치즈 샌드위치
고기 든 샌드위치
토스트 & 멜츠
플라우맨스 런치Ploughman's Lunch
에일 등

 

 

 

 

 

 

 

 

 

 


 나머지 세 개도 꼭 맛보고야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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