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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키더튼 애쉬 Kidderton Ash 염소젖 치즈 본문
체셔 지방에서 탄생한 섬세하고 우아하기 짝이 없는 염소젖 치즈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치즈 장인 하면 대부분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는데요, 수도원의 수도승들이 치즈를 만들었다는 기록들이 많이 전해져 오긴 하지만 치즈와 버터를 만드는 일은 예로부터 원래 농가 아낙네들의 몫이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여자들 손에 의해 탄생한 걸작 치즈들이 많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이 키더튼 애쉬도 그중 하나입니다.
속이 촉촉하면서 쫀득한 치즈들은 구멍 뚫린 치즈칼로 썰어야 모양 덜 망가뜨리고 잘 썰 수 있어요. 흰곰팡이 연성 치즈 좋아하는 분들은 이런 칼을 하나쯤 장만해 두시면 좋지요.
염소젖 치즈라서 하얗습니다. 흰곰팡이 껍질과 속살 사이에 까만 선이 보이죠? 숯가루charcoal ash입니다. 예전에 소개해드린 영국의 로자리 애쉬Rosary Ash에도, 프랑스 모르비예Morbier에도 이 숯가루가 들어가지요. 맛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대개 시각적 효과를 위해 씁니다.
매우 섬세하고 우아한 치즈입니다. 4단계로 식감을 음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벨벳처럼 보송보송한 흰곰팡이 - 다소 단단하면서 힘이 있는 숯가루층 껍질 - 촉촉하면서 찰기가 느껴지는 크림처럼 부드러운 속살 - 미묘하게 보슬거리는 정 가운데의 심지.
맛도 순하기 이를 데 없어요. 산미는 거의 없고 단맛과 달걀 노른자 같은 고소한 맛이 납니다. 고트 치즈 못 드시는 분들도 문제 없이 드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영양 정보를 보니 100g당 소금이 겨우 0.7g밖에 안 들었습니다. 안 짜서 더 순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치즈가 왜 이렇게 섬세한가 궁금해서 공정을 찾아 보았더니, 응유curd를 떠 넣을 때 꺄몽베흐 생산할 때처럼 국자를 써서 살살 담고 유장whey도 최대한 조심해서 뺀다는군요. 숙성도 천천히 시킨다고 합니다. 응유를 원통log 모양으로 성형한 뒤 숯가루를 뿌리고 습도를 잘 맞춰두면 숙성하는 동안 표면에 흰곰팡이가 보송보송 생깁니다.
이 치즈는 프랑스 셰브르chevre들보다 섬세합니다. 치즈보드에 올려 그냥 먹기에도 좋고, 이런저런 샐러드에 넣어도 무난히 잘 어울리겠습니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 중에는 오븐에 구워서 활용하는 것들이 있지요. 꺄몽베흐나 영국의 게브릭Gevrik처럼요. (고든 램지가 게브릭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키더튼 애쉬는 너무나 섬세하므로 열을 가하지 않고 썰어서 그냥 활용하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다음 게시물에서는 이 치즈를 활용한 영국의 가을 샐러드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치즈가 순해서 부담이 없어 술술 먹힙니다. 벌써 몇 번이나 사다 먹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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