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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상 베르니에, 쌍 베흐니에 Saint Vernier

단 단 2014. 10. 30. 01:00

 

 

 

 

치즈들 중에는 겉껍질에 주황색이 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치즈 매대에서 가끔씩 보시죠? 흰옷 입은 치즈는 흰곰팡이가 덮여 그런 거라는 걸 알겠는데, 이런 치즈들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매혹적인 주황색이 나는 걸까요? 희미한 주황빛에서 정신 버쩍 나는 형광 주황색, 갈색에 가까운 웅숭깊은 진한 주황색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먹음직스러운 주황색을 갖고 있지요. 이런 치즈들은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로 분류가 됩니다. 예전에 소개해 드렸던 프랑스의 이푸아스epoisses나 이태리의 탈렛지오taleggio도 이 부류에 속합니다. 치즈를 숙성시키는 동안 주기적으로 치즈 표면을 소금물이나 술 혼합액으로 닦아 주고 문질러 주기 때문에 껍질에 점차 주황색이 나게 되고, 냄새도 고약해지고, 표면이 끈끈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치즈들은 껍질만 카리스마가 넘치지 속살은 의외로 순한 것들이 많아요. 치즈 포장에 쓰인 문구들을 한번 옮겨 봅니다.

 


Saint Vernier
Strength: 3
Wine Washed Cheese.
Soft centred cheese made from pasteurised cow's milk.
Gooey, creamy centre. Hints of fruits & wine.

 

Jean Perrin fully expresses the 'terroir' of the Jura mountains. The cheese is made from the milk of local Montbelliardes cows and its rind is washed with a white wine made from the Savagnin grape. This brings to St Vernier both its unique flavour and creamy texture.


쥐라 산맥에서 저온살균 소젖을 써서 만들며, 우유는 현지 고유 품종 소에서 얻고, 숙성 기간 동안 싸바냐 포도로 만든 백포도주로 치즈 표면을 닦아 주어 부드러운 속살을 갖게 되고 독특한 풍미를 띠게 한다고 합니다.

 

 

 

 

 

 

 

 

 

저더러 프랑스 치즈들의 장점을 꼽으라면 예쁜 외모와 관능적인 질감, 이렇게 두 가지를 꼽겠습니다. 맛은 좀 들죽날죽하고 편차가 심하지만요. 맛이 외모를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프랑스 안티크 물건들이 디자인에 비해 품질이 별로인 경우가 많은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도 프랑스 치즈들은 치즈보드에 올리면 폼 납니다. 스위스, 이태리, 영국 치즈들처럼 크게 만들어 조각으로 잘라 팔지를 않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작은 치즈들이 많아서 더 그렇죠. 치즈가 작으면 생산자도, 유통자도, 소비자도 편합니다. 위 사진 좀 보세요. 앙증맞고 예쁘게 생겼잖아요. 저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치즈이니 보기에도 야무져 보입니다.

 

 

 

 

 

 

 



치즈가 무슨 빵bun이나 던킨 도너츠처럼 보이죠? 주황색이 정말 예쁩니다. 흰곰팡이가 살짝 피어서 적당히 투박해rustic 보이니 더 예쁩니다. 사진을 크게 찍어서 그런데 실제로는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일반적인 꺄몽베흐는 지름이 약 11cm인데 이건 7cm 정도밖에 안 됩니다. 크기에 비해 값이 많이 비쌉니다.

 

 

 

 

 

 

 

 

 

한 조각을 잘라 봅니다. 아, 냉장고에서 막 꺼낸 건데도 벌써 속살paste이 흐르고 있네요.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먹을 만큼을 미리 잘라 두지 않으면 치즈보드가 엉망이 되겠습니다.

 

 

 

 

 

 

 

 

 

속살이 너무 흘러서 위를 보도록 놓았습니다. 반짝반짝 윤이 나면서 흐릅니다. 얼마나 부드럽고 매끄러울지 상상이 가시죠.

 

 

 

 

 

 

 

 

 

달고 향긋하면서도 껍질을 닦은 치즈 특유의 씁쓸한 누룩맛이 납니다. 화이트 와인 향도 좀 납니다. 이푸아스와 비슷한 느낌이 있기는 한데, 이푸아스보다는 좀 더 느끼하고 흙내와 곰팡내가 합쳐진 버섯맛이 납니다. 치즈 전문가들이 말하는 '트러플맛'이 바로 이 맛을 말하나 봅니다. 그런데 이 트러플향이 너무 강해 뒷맛이 개운치 않고 오래 갑니다. 먹고 나서 속도 좀 편치가 않네요. 부글부글 가스가 많이 찹니다. 껍질에 매운맛도 조금 있어 목이 꽤 칼칼해지고 기침이 납니다.


속살은 이푸아스보다 좀 더 끈기가 있어 퐁듀처럼 잘 늘어납니다. 사진에서 늘어나는 것 좀 보세요. 과숙을 했는지 물처럼 흘러 칼로 예쁘게 자를 수가 없습니다. 퐁듀 먹듯 떠 먹었습니다. 껍질은 종잇장처럼 뻐득이지 않고 속살과 잘 밀착돼 푹신하면서 쫄깃하게 씹히는 것이 맛있습니다. 프렌치들은 음식과 식품의 질감texture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식감이 주는 관능미는 역시 프랑스 치즈들이 최고죠.

 

맛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치즈가 값은 또 프랑스 치즈랍시고 만만찮게 비싸요. 가성비 따지는 촌스러운 인간인 단단은 이걸 사 먹느니 더 저렴하면서도 더 맛있고 양도 많은 이푸아스를 사 먹겠습니다. 안 그래도 시식기를 쓰는 오늘 또 이푸아스를 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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